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비오곤은 대칭형 설계의 포토곤, 삼중 렌즈의 테사, 더블 가우스의 플라나, 역초점 설계의 디스타곤 등등과 더불어 자이스의 대표적인 광학식이다. 다른 제조사의 렌즈 설계에 끼친 영향 측면에서는 앞서 기술한 다른 렌즈들에 미치지 못하고, 대칭형 광각 설계와 역초점 설계의 영향을 반영된, (대칭형과 비대칭형의 특징이 공존하는) '독특한 광각 광학식'이라 생각한다. 이전부터 비오곤에 대한 광학 특성을 정리하고 개인적 감상을 곁들인 포스팅을 하고 싶었지만, 비오곤 유형의 렌즈 사용 경험이 일천하고, 광학 이론에 대한 지식수준이 낮아 여의치 않았다. 아래 수다는 웹에서 얻은 신뢰할만한 자료에 개인적 생각을 덧씌운 것에 불과해서 정확하고 검증된 분석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냥 일반적인 흐름에 대한 아마추어적 감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함을 먼저 밝혀둔다.
비오곤의 역사는 길고, 카메라 유형과 자이스 이콘의 흥망에 따라 부침을 겪었고, 그럼에도 최신 디지털 카메라용 렌즈에 여전히 변용되는 사연 많은 광학식이다. 첫 번째 Biogon은 1930-40년대의 자이스 이콘의 콘탁스 카메라용 (35mm 소형 판형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35mm 초점거리 렌즈였다. 두 번째 Biogon 21mm f/4.5은 1954년 출시되어 35mm 소형 포맷용 상용 초광각 렌즈의 시작점이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약 15년의 차이가 있는 두 렌즈 모두 Ludwig Bertele이 설계했고, 비오곤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초점거리 차이와 더불어 광학설계에서 눈에 띄는 큰 변화가 있었다. 외형에서는 비슷해서 콘탁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용으로 설계되어 후면부 돌출의 구조이고, SLR 카메라에 적합한 렌즈 유형은 아니라서 (긴 후방초점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역초점/레트로포커스의 Distagon 설계에 SLR 광각 광학식에서 밀려서 SLR 카메라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고성능 표준 초점거리 렌즈를 대표하던 Sonnar가 SLR 카메라에서 더블 가우스에 대체된 것과 같은 처지다) 70년대 자이스 이콘의 파산 직후, RF 카메라의 침체기와 겹쳐 잊히고, 1990년대 중반에 야시카 콘탁스 G 시리즈의 광각 렌즈로 재등장했다. 2000년 이후, DSLR 카메라 중심의 교환용 카메라 시장에서 비오곤의 처지는 이전과 별반 달라진 바 없었고 광각과 초광각 렌즈는 대부분 디스타곤 일색이었다. 2006년 라이카의 디지털 M 시리즈 카메라(Leica M8)와 2010년 이후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어댑터를 활용한 이종 장착으로 비오곤 유형의 명맥이 유지되었다.
"Biogon"은 자이스의 브랜드이고 타 제조사의 경우 비오곤 유형의 광학식이 적용된 렌즈에 라이선스 없이 비오곤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Biogon'의 이름 자체는 생소할지라도 콤팩트한 초광각 렌즈의 광학 설계로 RF 카메라의 광각 렌즈로 많이 활용된다. 비오곤을 과거 빈티지 렌즈의 구식 광학식 또는 클래식(빈티지)을 표방하는 수동렌즈에나 적용되는 광학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최신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작고 가벼운 초광각 단렌즈에 활용되는 유서 깊은 구성이다. 시기별 비오곤의 변화 과정에서 대표적인 렌즈와 광학 구성의 변형에 대해 살펴보자.
▶ 원조 비오곤 / Carl Zeiss Jena Biogon 3.5cm f2.8 (1937)
Ludwig Bertele는 Sonnar를 변형하여 35mm 소형 필름 포맷의 광각 렌즈로 설계(1934), 콘탁스 RF 카메라 마운트 biogon 3.5cm f2.8 (1937)로 출시했다. 2차 세계 대전 후 드레스덴의 파괴로 콘탁스 카메라 생산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라이카 LTM 마운트로 제조되기도 했다. 필름면에 후방요소가 근접하는 짧은 후방초점거리의 독특한 구조는 (대비 향상 등에 이점은 있지만) 교환용 렌즈로 사용하기 편리한 방식이 아니고 조작하기 편한 형태도 아니며, 저비용의 제조 친화적인 렌즈도 아니다. 칼 자이스 광학 기술이 이식된 소련의 Jupiter-12 2.8/35를 제외하고 직접적 영향을 받은 광학식과 파생된 유형을 찾기 어렵다.
35mm 초점거리 렌즈의 광학식에는 트리플렛, 대칭형, 더블 가우스 유형 등 다양한 광학식으로 만들어졌고, 굳이 불편한 원조 비오곤 렌즈를 고집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 렌즈에 자세한 웹 자료가 많고, 정작 지금의 비오곤으로 지칭되는 광학식은 두 번째 21mm 초점거리의 광학식이라서 원조 비오곤에 대해서는 짧게 다루자.
▶ 초광각 비오곤 / Carl Zeiss Biogon 21mm f4.5 (1954)
2차 세계대전 후 광학 설계에서 두드러진 새로운 변화는 광각 렌즈에서 'Rusinov 대칭형 설계'와 '역초점(레트로포커스) 설계'다. "Mikhail Mikhailovich Rusinov"에 의해 1946년 특허 출원된 새로운 대칭형 광각 구성은 당시 많은 광학 설계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초점 설계 또한 기존 대칭형의 광각렌즈와 다른 특징으로 광각렌즈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대칭형 설계는 역사가 매우 길다. 19세기 중반의 글로브-Globe- 렌즈, 1896년 설계된 더블 가우스 Planar, 1933년 설계된 Topogon은 더블가우스의 변형으로 항공사진 등의 특수목적의 초광각 렌즈로 활용)
Ludwig Bertele는 레트로포커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전면에 음의 메니스커스 요소 두 개가 있는 그리고 Rusinov의 대칭형 설계의 아이디어를 인용해서 전면과 후면에 음의 매니스커스 요소를 대칭형으로 배치한 Biogon 21mm f/4.5 (1951)를 설계했다. (때때로 비오곤 광학식을 절반을 분리하여 보면 좌/우가 각각 역초점 구조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지만, 각자의 보는 바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의 여지가 있음은 참조할 만하다)
대칭형 광학식과 역초점 설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이전 포스팅 링크로 대신하자.
▶ 비오곤의 장점과 디스타곤/역초점과의 비교
현 기준에서 21mm 초점거리는 흔한 초광각에 불과하지만, 당시 35mm 소형 필름 포맷의 25mm 또는 28mm 초점거리만 되어도 슈퍼 와이드로 불릴 정도였다. 따라서 당시 비오곤 유형의 초광각 렌즈의 등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더구나 대칭적 유형의 광각 광학식은 왜곡이 거의 없고 시야곡률이 최소화 특징으로 호평 받았다. 단점으로는 주변부 광량 저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지만 당시 기술 수준에서 광각렌즈들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이후 60년대 역초점 광각-Distagon- 설계의 광각 렌즈들이 본격 등장하였고, 디스타곤은 광각에서 고속 렌즈 설계와 주변부 광량 저하 대응에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 왜곡 수차와 근경 포커싱에서 구면수차가 커지는 문제, 그리고 구성 요소수와 크기가 커져서 렌즈가 크고 무겁다)
외형적 특징으로는 경박단소의 콤팩트한 광각 렌즈에 적합하다. 외형에서 렌즈 후면부가 마운트 너머로 한참 돌출한 (짧은 후방 초점거리) 특징도 있다. 먼저, 장착할 수 있는 카메라가 제한적이다. 미러박스 공간이 필요한 SLR과 DSLR 카메라는 긴 후방초점거리(약 40mm)가 필요했다. 따라서 구조상의 문제로 SLR/DSLR 카메라에 어울리지 않았다. (60년대 디스타곤 유형의 광각 렌즈 개발이 미진했고, 왜곡 억제가 필요한 건축/정물 등의 사진용 광각 렌즈로 미러 업 후 사용하는 불편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오곤 유형의 SLR 카메라용 렌즈가 만들어졌다) 대칭형 설계의 짧은 후방 초점거리로 셔터면과 너무 근접하게 설계된 경우에는 1970년대의 셔터면에 반사되는 빛을 통한 TTL 측광 방식의 센서 유입되는 광선을 차단하는 문제로 측광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 비오곤 유형과 유사한 대칭형 초광각의 타 제조사 렌즈
비오곤 광학식의 직접적인 영향, 즉, 파생형이라 할 순 없지만, 유사한 초점거리와 사양 그리고 광학적 특성을 공유하며 뛰어난 광학 성능을 구현한 렌즈로 Super Angulon과 Nikkor-O 2.1cm f/4가 있다. Super-Angulon 21mm f/4 (1958)는 "Schenider Kreuznach"에서 설계/제작되었고, Leitz(leica)에서 판매되었다. 비오곤과 비교하면 광학 구성에서 이 두 렌즈가 더 대칭형이다.
▶ Contax G 시리즈와 Biogon (1994)
1994년 Contax G1 카메라에 Biogon 28mm f/2.8 , 1996년 Contax G2 카메라용으로 Biogon 21mm f/2.8 렌즈 만들어졌다.(2005년 단종) f/2.8의 달성을 위해 광학 요소가 전반적으로 커졌고, 비오곤 21mm f/2.8에서는 역초점/레트로포커스 설계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결과적으로 더 밝은 f/2.8의 조리개 사양으로 개선되었지만, 비 대칭적 변화로 왜곡 억제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다.
▶ 디지털 이미지 센서와 대칭형 광학식(비오곤)의 부조화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변화 (2007)
2006년 레인지파인더 M 시리즈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 Leica M8은 DSLR 카메라보다 짧은 M 마운트의 플랜지백 거리 문제로 주변부 광량 저하 문제 해결을 위해 CCD에 "오프셋 마이크로 렌즈(offset micro-lenses)"를 활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짧은 후방초점거리의 렌즈(비오곤과 대칭형 광각 렌즈 등)에서 큰 각도의 입사 광선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아서 주변부의 광량 저하와 컬러캐스터 등의 문제가 있었다. 즉, 이미지 센서 상면에 거의 근접하는 짧은 후방초점거리를 갖는 렌즈의 주변부 광선은 빛의 큰 입사각도 탓에 빛의 일부(주변부 광량저하)만이 센서상의 포토다이오드에 도달하고, 빛의 파장에 따른 편차(컬러캐스터)가 생긴다.
CMOS 센서는 포토다이오드 전면을 감싸는 형태의 회로/배선 구조가 빛의 통로 또는 차단하는 격벽 효과로 인해 오프셋 마이크로 렌즈로는 주변부 광량저하 + 컬러캐스터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달리 표현하면 디지털 이미지센서는 렌즈를 통과한 광선이 상면에 도달하는 각도에 따른 균일함이 필름에 미치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라고 할 수 없지만, 충분한 배선공간의 확보와 전송 능력의 향상, 포토다이오드의 수광면적의 증가와 더불어 포토다이오드 수광부 주변을 감싸는 형태의 회로 부분(Circuit section)을 포토다이오드 뒷면에 위치하도록 설계/제조한 "이면조사형 CMOS"이 해법이 되었다. 즉, 이면조사형 CMOS에서는 센서에 입사하는 빛의 각도에 따른 응답 균일성이 일부 개선되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
모든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가 이면조사형 CMOS가 아니므로, 최근에 설계된 새로운 Biogon 렌즈는 (이미지 센서에 입사하는 광선의 각도를 수직에 근접하도록) 후방 초점거리를 확보하는 역초점/레트로포커스 유형의 성향이 더 반영된다. Bessa 필름 카메라를 위해 설계된 Biogon 유형의 Voigtlander Color-Skopar 21mm f/4 LTM (2001년)에서 최근 Color-Skopar 21mm f/3.5로 광학 구성 변화 또한 역초점 설계를 통해 여유 있는 후방 초점거리 확보를 통한 디지털 카메라(이미지 센서) 맞춤형 변화의 고려로 보인다. (보이그랜더 마케팅 자료에는 "디지털 카메라로의 사용을 고려해, 화면 주변부에서의 색채 대책을 실시한 광학 설계를 채용. 필름·디지털 양쪽으로 양호한 화상 품질을 유지한다"라고 표기)
비오곤을 관행적으로 대칭형 광학식이라고 평하는데, C Biogon 21mm f/4.5 ZM 도한 앞에서 기술한 이유 등으로 역초점 설계 영향이 더 강화된 광학 구성이고, 비 대칭성의 강화로 비오곤 = '대칭형'의 광학 구성이라 평하는 것이 이제 적당한지 의문이다.
▶ 비오곤과 디스타곤(역초점) 유형의 융합과 구별의 모호함
SLR과 DSLR 주도의 시기만 해도 '디스타곤'(역초점/레트로포크스 광각렌즈에 대한 자이스의 브랜드) 유형과 '비오곤' 유형은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있었다. 대부분 미러공간 확보를 위한 광각렌즈는 디스타곤 유형이고, RF 카메라용의 작은 광각렌즈 중에 짧은 후방 초점거리의 경박단소 광각렌즈는 비오곤 유형이다. (비슷한 외형적 특징을 공유하는 -광학 구성이 다른 대칭형 초광각 유형- 토포곤, 홀로곤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오곤은 f/2.8의 최대 조리개 사양과 디지털 이미지 센서에 적합하도록 광학 구성에서 역초점 설계의 영향이 커졌다.
이와 별개로 미러박스가 없으며 20mm 내외의 짧은 백 포컬 거리를 갖는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가 주류가 되면서, DSLR 카메라용 렌즈처럼 이미지 센서와 렌즈 후면부 사이를 충분히 확보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망원/장초점의 렌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신형 렌즈들의 후방초점거리 또한 짧아졌고, 광학 요소를 배치를 통해 더 향상된 광학 사양을 실현했다. 이미지 센서의 역초점 설계의 디스타콘 또한 SLR/DSLR 카메라에서와 다른 광학 구성으로 재설계되었다. 이와 별개로 짧은 초점거리의 대칭형 초광각 렌즈-비오곤-의 경우 이미지 센서면에 너무 근접하는 설계는 주변부 광량 문제와 컬러캐스터 문제로 일정 후방초점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역초점/디스타곤 설계를 반영해야 하는 사정도 있다. 따라서 디스타곤은 비오곤을 닮아가고, 비오곤은 디스타곤을 닮아가는 즉, 두 광학식의 특성과 광학식의 구분 모두 모호해졌다.
최근의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의 광학 구성을 보면 "이제 뭐가 비오곤(대칭형 광각)이고 뭐가 디스타곤(역초점 설계)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자문자답하자면, 이제 이 구분의 실익도 없고, 필요성도 없어졌다. SLR/DSLR, 그리고 레인지파인더/미러리스 등등, 카메라의 구조의 특징에 따라 이에 적합한 광학 설계의 이유로 등장했지만, 이제 필요에 따라 장점을 취사선택하고 융합하는 과정에 있다고 할 것이다. 비오곤 또한 초광각 광학식으로 만들어질 때 이미 역초점 설계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바 있는 융합의 산물이라 할 것이고, 다시 융합/변화의 기로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이스의 내부 분류 기준이나 명명법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지만, 추정컨대 f2.8의 (상대적으로) 콤팩트한 20mm에서 35mm 초점거리의 렌즈에 Biogon 명칭을 사용하고, f2 이상의 광각+초광각 렌즈에는 Distagon으로 명명하는 듯하다.
최근에 설계된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용 초광각 AF 렌즈에도 디스타곤과 비오곤 설계의 유전자가 전해지고 있다. 최신 AF 렌즈의 경우 컴퓨터를 활용한 줌 렌즈 설계의 영향, 내부 요소 이동을 통한 포커스 등등 다양한 설계 유형의 영향이 혼재해서, 온전히 비오곤 유형의 영향이라고 칭할만한 것은 그리 크지 않지만, (즉, 비오곤의 흔적은 현생 인류의 유전자 속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처럼 미약해서 이를 온전한 '비오곤 유형'이라 칭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최신 초광각 AF 렌즈에서 기회가 되면 자세히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