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오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전시회 관람을 위해 시청역 지하철 역을 나와 북쪽으로 걸었다. 시청 주변 도로를 막고 (모 개신교 목사가 주동한)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연단 근처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저급하고 거친 정치적 발언과 막말, 욕설들. 속칭 태극기 집회로 지칭되던데 한글날 시청 도로에 휘날리는 '성조기'라니! 저속한 외침과 타국 국기를 흔드는 집회의 모습에 망연자실해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시청 주변의 예기치 못한 현상?에 할 말을 잃었다.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태를 혐오하지는 말자고 여러 번 다짐했다. 부디 다들 행복하시길! 현상을 있는 그대로 담담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할 텐데, 감정의 휘둘려 외면하고 싶으니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반대 방향 광화문으로 향했다. 씁쓸한 마음을 다독이며 얼마 전 복원한 광화문 월대,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 경복궁과 그 너머의 인왕산을 먼발치에서 구경하며 사진에 담았다. 상심한 마음에 조계사를 지나 명동까지 제법 먼 길을 걸었다.
몇 주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다. 그나마 날씨는 산책하기 좋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X-pro 1 / TTartisan 27mm f/2.8
부천 시월의 밤, 시간은 9시로 향한다.
수명이 다한 가로등의 여린 불빛이 달을 대신해 밤하늘에 걸렸다. 지하철 역이 근처의 나름 역세권인데, 망할 불경기 탓인지 거리는 한적하다.
X-pro 1 / TTartisan 27mm f/2.8
'귀를 기울이면 > 산들산들(日常茶飯事)'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해방촌 (신흥시장) / 2024_06 (0) | 2024.07.30 |
---|---|
밤의 산책_2024_05 (0) | 2024.05.04 |
5월의 그리움. 2023_05 (0) | 2023.05.19 |
22.08-09_ 늦여름과 이른 가을 사이 (0) | 2022.09.12 |
22.06_MMCA Seoul Gallery 1 (4) | 2022.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