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제는 오롯이 사진 촬영만을 위한 나들이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카메라 기기에만 관심을 쏟는 속물 사진 애호가이고, 입으로만 사진에 대해 떠드는 처지다. 계절이 바뀌는 즈음에 볕이 좋으면 동네 주변을 돌며 일상을 사진으로 담는 게으른 취미로 남았다. 이런 수준이니 사진에 고상한 주제나 의식 따위 있을 리 없고, 무력한 소시민 감성 나부랭이에 벗어나지 못한 사진 또한 매우 하찮다. 그렇게 담긴 것을 어디 내세우기 부끄럽워 하드 디스크 어딘가에 방치하고 몇 달 또는 수년을 지나기 일수다. 간혹, 모인 사진을 정리할 때면 추억의 앨범을 펼쳐 보듯이 "그 땐 그랬지!" 정도의 기억 환기용의 소소한 쓰임이 있어서 그래도 괜찮은 취미라고 후하게 자평하고 지낸다. 평소의 성향과 행태를 되돌아 보면 취미의 실체는 "카메라를 챙기고 사진을 찍는 과정의 수고스러움을 즐기는" 정도다. 이런 뒤틀리고 하찮은 사진 취미 생활을 굳이 변명하자면, 현실 현대인의 대부분 취미는 "사서 고생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 괴상한 흥취"라 정리하면 이 또한 그리 이상할 것 없다.
사진을 찍는다고 모두가 대단한 작가일리 없고, 모두가 작가일 필요도 없지 않을까. 별이 반짝이는 것은 어두운 밤하늘이 있기 때문이고, 나는 빛나는 그들의 어두운 배경일 테니 나태한 나의 취미와 허섭한 사진들도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아쉬울 것 없다. 신기술 편리의 디지털 사진 덕에 사진 취미를 겨우 이어가는 현실을 종종 망각하곤 필름 사진 취미를 다시 시작할 건방진 바람이 커진다. 나태한 성향에 대한 자기 객관화가 덜된 탓인지, 으레 가을이면 빈티지 필름 카메라의 먼지를 털고 공셔터를 날리며 점거하고, 쓸만한 새로운 악세사리가 없는지, 그리고 어떤 필름이 좋을까 고민하고, 가까운 현상소의 현상/인화 서비스와 필름 가격이 얼마인지, 흑백 자가 현상을 위한 현상 키트나 현상액 등을 검색한 후 슬그머니 위시 리스트에 올려두는 "드래곤 볼"을 모으기를 매년 되풀이 한다.
정성과 노력이 더해져 애착이 더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아무렇게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기술적으로 잘찍힌 사진 한장을 만드는 Auto 그리고 디지털 후보정의 편리함! 그 반작용으로 사진 취미는 종종 권태에 젖는다. 때로는 오토 기능이 가져다 준 것들로 비대해진 자아가 만용을 부리고 필름 사용이 초래할 여러 어려움을 간과한 채 '자초한 고난?'으로 뛰어들고 있다. 필름 사진을 잊고 지낸 지 수년이 지나서 기억이 희석되었고 하나 둘씩 늘어난 필름 장비를 보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 노출계 (Exposure meter)? 측광계? 라이트 미터? 조도계? 휘도계?
빛의 양 또는 세기 정도를 측정하는 기기를 통칭하여 '측광계(測光錶) / light meter'라 하고, 빛의 세기(정도)를 측정하는 모든 기기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출계(露出計/exposure meter)'는 "카메라의 노출(설정을 위한 측광)계"의 의미로 생각한다.
조도(illuminance)는 대상면(피사체)에 입사하는 빛의 양을 의미하고 단위는 룩스(lx)다. 휘도(luminance)는 대상면에 반사하는 빛의 양(광원으로부터 복사되는 빛의 밝기의 척도로 구체적으로 관측자가 광원을 특정 방향에서 볼 때, 얼마나 밝아 보이는가를 나타내는 값)이고 단위는 니트(nt)다. 입사식 노출계는 조도를 측정하여 노출을 결정하는 기기이고 룩스 단위 측정이 가능하다면 '조도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에 내장되거나 외장 노출계는 대부분 반사식으며 대상면(피사체)에 반사된 빛의 세기를 측정한다.(반사식 노출계로 스팟 측광이 가능하고 nt 단위로 측정할 수 있면 휘도계라 부를 수도 있겠다)
광도(Luminous Intensity)는 광원의 일정 방향으로 나오는 빛의 세기를 의미하고 단위는 칸델라(cd)를 사용한다. (휘도에 광원의 면적을 곱하면 광도가 된다. 예_모니터 액정의 밝기 정도를 칸델라로 표시) 광속(光束, luminous flux)은 광원(면)에서 나오는 빛의 총량을 의미하고 단위는 루멘(lm)이다. (예_조명의 밝기 정도-광량- 표시)
정리하자면, 일반적/포괄적 의미의 '측광계', 그리고 카메라의 조리개/셔터속도/감도 설정에 특화된 기기를 '노출계'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중화권은 '측광계', 일본은 '노출계'라는 용어 사용 빈도가 높다. 그리고 사견으로 반사식의 카메라 내장 노출계와 이번에 다루는 클립 온 노출계 등은 '조도계'로 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 클립 온 방식의 외장 노출계
슈 부착형 외장 노출계에 대해 이전에 다룬 바 있어서 중복을 피하기 위해 링크로 대신하자.
사실, 카메라의 디지털 전환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필름 카메라용 악세사리를 찾는 사람이 얼마 될까 싶고, 더구나 클립 온 외장 노출계는 내장 TTL 노출보다 정확하다고 말하기 어렵고, 노출계 정보를 카메라 조리개와 셔터 속도에 맞추는 두번의 과정이 내장 노출계 방식에 비해 여전히 불편했다. 그리고 펜타프리즘으로 뾰족한 상부를 가진 SLR 카메라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내장 노출계가 없는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 또는 TLR(이안 리플렉스) 카메라에 적합하다. 즉, 일부 빈티지 필름 카메라만을 위한 악세사리다. (하프 필름 카메라나 작은 P&S 카메라에 장착 가능하지만 그 마저도 악세사리 장착용 슈가 없는 경우에는 노출계를 카메라에 고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십 수년 전에 보이그랜더 VC meter가 등장했을 때, 빈티지 RF 필름 카메라 또는 보이그랜더 bessa 일부 노출계가 없는 모델을 사용하는 소수의 마니아를 타깃으로 해서 기능 대비 200달러가 넘는 높은 판매가가 붙었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물론, 전용의 셀레늄 외장 노출계를 사용하거나 스마트 폰의 라이트 미터 앱을 활용해서 노출을 맞출 수 있어서 달리 고민하지 않았다.
문제는 60년 정도가 지난 셀레늄 노출계는 셀레늄 셀의 열화로 정확한 측광이 쉽지 않고, 장착시 큰 부피와 무게(약 86g)도 부담스럽다. 스마트 폰의 '라이터 미터 앱'을 이용하는 방법 또한 번거로와서 사진 촬영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렵다. 근래 중국발 라이트 미터 제품이 여럿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고, 전작의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더구나 가격까지 저렴해서 부담없이 주문했다. 빈티지 필름 카메라 맞춤용의 신형 악세사리 등장이 한편으로 고맙고 여전히 노출계가 없는 빈티지 RF 필름 카메라가 명맥을 유지하며 여전히 사용되는 듯해서 반갑다.
▶ TTartisan light meter II의 특징
TTartisan light meter II는 전작(40x40)에서 40x35mm로 크기가 줄고 높이는 1mm 늘었다. 전작의 측광 정보가 일반적인 적정 노출 측광과 비교해서 1에서 1.5 stop 정도의 오차가 있어서 노출부족으로 촬영되는 문제가 제기 되었고, light meter 2는 이를 개선한 제품이다. (그 외 개선/변경 점으로 조리개 다이얼 설정 단계 별 클릭 기능, 노출계 하단의 슈 장착 발의 위치 맞춤 조절, 전지 CR2032에서 CR1632로 변경 등)
출시 10년이 된 보이그랜더의 VC meter II와 조작부와 작동 방식이 유사하다. (비슷한 유형의 제품이 많지만, 사용 조작부의 위치와 디자인 등으로 볼 때, 설계 단계부터에서 꽤 참고/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유의미한 차이는 측광 각도 45도 보이그랜더의 VC meter II 30도로 서로 다르다. (클립 온 타입 외장 노출계의 측광 각도는 30도가 일반적이다) ISO 설정범위 25~6400 (25~3200 인 VC meter II와 차이가 있지만, 감도 6400의 상용 필름은 없어서 필름 카메라에 장착한다면 별 의미 없다)
셔터 속도는 1 ~ 1/2000 sec 사이에서 1/2 단계별로 나뉜다. 사용 전지는 VC meter가 LR44, TTartisan light meter II는 CR1632를 사용한다. 외형은 VC meter II가 얇은 직사각형이고 TTartisan light meter II는 높이가 더 두툼한 외형 차이가 있다. 제품 중량은 35g 내외로 거의 비슷하다.
외장 노출계의 실리콘 포토다이오드(센서)는 배터리 구동 회로에 연결되어 빛 세기의 변화에 따라 전기 저항이 바뀐다. 이때, 구동 회로에 흐르는 전류의 변화를 통해 빛의 세기를 측정할 수 있다. 작동을 위해서는 별도의 배터리를 통해 전원이 공급되어야 한다. TTartisan light meter II는 (작은 전자 기기 장치에 자주 활용되는) 단추/동전형 전지 또는 리튬 전지 중 CR1632를 사용한다. (지름 16mm 두께 3.2mm 규격에 전압은 3v)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서 주로 CR2016이나 2032 등이 많이 사용되는 반면, CR16XX 전지는 흔하지 않는 유형이라서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 (TTartisan light meter II 제품 기본 패키지에 CR1632 전지는 불포함)
휴대용 전자기기용 소형 전지에 대하여 (TMI...)
단추형/동전형 건전지 (button battery or Coin cell battery)
옛날에는 '수은 전지'로 불렸는데, 실제로 수은 성분이 사용되었다. 중금속인 수은으로 인한 인체 중독과 환경오염의 위험으로 수은 사용은 규제되고, 현재는 알카라인과 리튬 전지로 대체되었다. (미나마타 협약 - 2013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미나마타 협약에 따라, 수은으로 인한 환경 위해를 줄이기 위해 수은 첨가제품 제조, 배출, 처리 등에 대한 규제가 시행) 국제 표기 규격인 LR(알칼라인)과 SR(산화은), CR(리튬-이산화 망간)을 베이스로 하고 한국 쇼핑몰에서도 잘 사용하는 홍콩 규격인 AG(알칼라인), SG(산화 은) 규격을 병기한다. 이외에도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냐에 따라서 명칭이 다 다르다. 오랫동안 생산되어 와서 그런지 정작 규격은 똑같은데 나라별 규격 명칭이 난립하는 상황. 리튬은 CR(리튬-이산화 망가니즈), FR(리튬-황철석), BR(리튬-플루오린화 탄소)로 나뉜다. 흔한 건 CR과 FR이다.
▶ TTartisan light meter II 의 사용 후 감상
측광 정확도는 꽤 좋다. 클립 온 외장 노출계 중 가장 저렴한 ( 해외 직구 시 약 40달러 전후) 제품이지만 다양한 촬영 환경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평균 측광 정보와 비교 테스트 해 본 결과에서 큰 오차 없이 안정적이었다. 기능적으로 5배 이상 비싼 보이그랜더 VC meter II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전면 측광 각도 45도에 달해서 빈티지 필름 카메라에 자주 사용하는 RF 카메라의 주요 렌즈(28, 35mm 또는 50mm 초점거리 내외의 광각과 표준 초점거리)에 두루 사용할 수 있어 마음에 든다. 형상에서 직사각형의 투박함이 있지만 외부 하우징과 다이얼, 슈 연결 부분 모두 알루미늄 합금 재질로 견고한 만듦새다.
상단의 노출 과부 표시 창과 두개의 다이얼 + 후면 측광 버튼으로 이루어진 간명한 조작 방식으로 직관적이며 사용 설명서가 필요 없을만큼 다루기 쉽다. 좌측 필름 감도 설정 + 조리개 수치 설정 다이얼 그리고 우측의 셔터 스피드 다이얼 각각을 활용하여 일반적 메뉴얼 모드 노출계 뿐만 아니라 한쪽 다이얼을 고정하고 반대쪽 다이얼로만 조작하여 일종의 '조리개 우선 또는 셔터 스피드 우선' 방식의 노출계로 활용할 수 있다. 빈티지 RF 카메라에서 사용하기에는 전자식 액정 방식보다는 아날로그식 +/- 표식이나 기계식 다이얼 조작 방식이 더 직관적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정보와 세밀한 설정값(더 빠른 셔터 스피드나 넓은 범위의 감도 설정 등)을 표시/설정에서 디지털 액정 방식이 더 나을 수 있지만, 빈티지 필름 카메라의 일반적인 셔터 속도나 필름의 감도, 장착 렌즈의 조리개 값 설정 등을 감안하면 충분하고,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액정에 표시되는 잡다한 정보의 산만함이 없어 더 마음에 든다.
TTartisan light meter II는 가성비만으로도 충분히 추천할만 하다. 그외 디지털 액정 방식의 클립 온 타입 외장 노출계 제품이나 주 사용 화각 등을 감안한 측광 각도 사양을 고려해서 다른 유사 제품과 비교 후 선택을 권한다.
불만사항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R1632 전지 판매처가 국내 일반 판매점에 흔하지 않고, ON/OFF 스위치 없이 측광 버튼을 누르면 전원이 켜지고 다른 조작이 없이 1분 정도가 지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는 방식인 점을 감안하면, 사용 대기 상태에서 전지의 소모량가 어느 정도이고 전지 교체 주기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 (근래에는 USB-C 단자를 활용한 충전 가능한 내장 전지 방식의 light meter 제품도 있는데, 전통적인 전지 방식과 내장 충전 방식에서 각각 취향 차이가 있겟고, 단추 전지 타입에 그리 불만은 없지만 쉽게 전지를 구해서 손쉽게 교체가 가능한 환경이 아니라서 조금 아쉽다) 그리고 실버 색상 제품의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컬러는 빈티지 카메라의 크롬 도금과는 이질적인 밝은 실버색이라서 조화롭지 못하다. 무난한 블랙이 더 나을 듯하다.
측광을 위한 내장 노출계가 없거나 부실한 빈티지 RF 카메라 사용에 도움이 되고 클립 온 타입의 작은 외형과 기계식 다이얼 조작법이 빈티지 수동 카메라와 잘 어울리는 꽤 요긴한 장치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