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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Personal delusions about photography

일용할 양식으로 즐기는 동절기 사진 취미 생활

 

주말이지만, 별 다른 약속이 없어 집에서 빈둥이다가 그럴듯한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음식 블로그의 사진 따라 하기에 도전했다. 일상의 가벼운 스냅 촬영 수준의 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로서 특정한 주제나 스타일의 사진 촬영에 경험이 많지 않고 그동안 관심도 크지 않았다. 사진을 취미라고 말하지만, 십 수년의 묵은 취미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이것저것 가리 거나 꺼려하는 것만 많은 '불편러'인 데다가 게으르기까지 해서 정작 다양한 사진에 대한 이해와 실제적인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어쩌다 우연처럼, 때로는 운명처럼 마주치는 순간을 노리는 스냅사진과 달리 정물 사진은 이런저런 세심한 구성과 라이트닝 등에 신경 쓸 부분이 많고, (스냅사진 또한 구성과 라이트닝이 중요하지만, 때로는 순간의 포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부족함에 이리저리 핑계를 만들곤 했다) 정작, 체계적인 지식이나 경험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미리 구상한 구체적인 아이디어 조차 없다 보니 그 많고 잘 찍은 음식 사진 흉내내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나름의 의미를 찾자면 헛발질에서 하나씩 쌓이는 경험이라도 있을 테니 시도해 본 것에 있다고 믿고 싶다. 

 

흐린 날씨 탓에 남향의 큰 창으로 드리운 빛이 그리 나쁘지 않아 자연광 이외에 별도의 조명은 사용하지 않았고 창과 피사체 사이에 큰 디퓨저와 검은색 폼보드와 흰색 폼보드 서너 개를 반사판과 빛을 차단 용도로 활용했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주말 오후를 즐기면서 좋아하는 사진도 찍고 일용할 양식을 주요 오브젝트로 사용해서 별 다른 소모 값도 없었다. 좋아하는 양파 빵은 점심으로 먹어치운 후라 조금 아쉬웠다. 렌즈는 올드 렌즈 Jupiter-3과 sony FE 85/1.8 렌즈를 사용하였다. 개인적인 취향 탓일지 모르지만 이런 정물 사진에 올드 수동 단렌즈의 쓰기에 큰 불편은 없었다. 물론, AF 렌즈가 더 편하긴 하다)

 

 

 

 

조명법/라이트닝은 개인적으로는 참 어렵게 느껴진다. 흔히 조명 세팅법 등의 대표적인 케이스를 참고하고 공부 좀 하면 뭐 그리 어렵냐고 말하겠지만, 라이트닝의 구성/세팅에는 수천~수만 가지 아니 무한대의 방법이 있을 것이고 조명의 특징에 따라 피사체에 영향은 천차만별이라 무엇이 최고인지 찾기는 정말 고민하게 된다. 때로는 한 때의 유행으로 시기별로 달라지는 것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취향으로 저마다 다른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으로 어렵다고 느끼는 가장 주된 이유는 무수히 존재하는 답 사이에서 무엇하나 콕 집어낼 만큼의 뚜렷한 주관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고 선택 장애와 정체성 혼란이 가장 큰 원인이지 싶다.

 

무수한 가능성 중에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것이 최선이다'라고 장담하는 것도 어렵다. 나에겐 최선이지만, 다른 이에겐 그저 그런 평범한 선택일 수도 있을 테다. 조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즈음에야 일반적이고 교과서적인 조명 세팅법 몇 가지를 배우고는 나름 길을 찾은 듯한 소소한 깨달음으로 확신을 갖겠지만, 현실이 그렇던가!.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때마다 다르고 그런 여건에서 최선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렵기만 하다. 대부분 적절한 선(프로에겐 환경이나 페이 그리고 자신의 양심 사이에서)에서 타협하는 것이고 이 타협 점을 어디에 설정하느냐에 따라 스스로의 눈높이가 정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굳이 동절기 사진 취미 생활의 시작에 자연광을 선택한 이유도 조명 사용에 대한 부담에서 살짝 비켜나서 일상의 빛에서부터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이유도 컸다. 

 

 

빵을 좋아해서 즐기는 편이고 다른 음식에 비해 이리저리 구도 잡는 등에 다루는데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정물을 통해 특징적인 사진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지난한 일인 듯하다. 어떤 경우엔 무심히 툭 던져진 그리고 편안한 빛의 이미지가 멋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좀 더 드라마틱한 연출과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듯하지만 뻔한 사고를 못 벗어나서 항상 아쉬운 것은 신박한 상상력이다. 

 

그동안 그냥 '잘 찍었네' 하며 무심히 흘려 보았던 그 많은 음식/정물 사진들에 촬영자가 기울였을 고심과 세심한 연출, 촬영 순간의 수많은 시도를 생각하니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없고, 또는 스스로 체험해보지 않고 짐짓 짐작하는 것과 실제로 맞닥뜨리며 깨닫는 것이 많이 다르다는, 너무 뻔해서 진부할 정도로 여겨지는 삶의 한쪽 단면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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