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각종 사진 강좌나 블로그 등에서는 사진 구도 비법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다. 사진 구도의 일부 비법을 법칙이라고 거창하게 불리기도 한다. 일응 솔깃한 근거와 예시 이미지까지 함께 보여주니 그럴싸해 보인다. 사진이나 영상, 회화 등에서 구도는 조형적 아름다움 관련하여 무척 중요한 요소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3차원의 대상을 2차원으로 변용하는 사진과 회화에서는 구도의 중요도가 부각되고, 회화에서는 화가만의 개성진 색감/색의 묘사나 섬세하고 개성진 기교/기법, 미술 사조 등도 눈에 띄는 요소인 탓에 구도에 비중이 그리 강조되지 않기도 하지만, 현실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이미지화하는 사진에서는 구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회화보다 결코 덜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처럼 사진에서의 구도는 중요하게 다뤄지다 보니 사진 잘 찍는 비법으로서 구도에 대한 법칙이 생겨난 것이지 싶다. 하지만, 사진 세계를 가로질러 구도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줄 법칙이라고 불릴 정도의 구도 비법이 있다고 믿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그 많은 사진 강좌에서 말하는 구도 법칙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을 좋아하고 촬영을 즐기지만, 문제는 결과물의 허섭함을 숨길수 없었던 점이 항상 불만이었다. 그 탓에 사진 잘 찍는 법을 오랜 시간 동안 찾아 헤매고 있다. 잘 알려진 사진 잘 찍는 비법이란 비법은 다 시도해 본 것 같다. 그 효과가 어땠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겠다. 그 간 혹해서 열심히 매달렸던 ‘사진 짤 찍는 비법’들에 대해 맺힌 감정과 상처가 꽤 깊은데, 이에 대한 허탈함의 표현이자 소심한 복수의 수다가 될 듯하다.
▶ 법칙?이 지배하는 사진 구도의 정형화와 식상함
구도 법칙으로 종종 언급되는 '3 분할 법칙'이니 '황금분할'이니 하는 수학적 구도에 대한 (종종 법칙 따위로 불리기도 하는) 비율은 쉽게 해법을 찾고 싶은 욕심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이는 학창 시절부터 정답 찾기와 모법 해법에 골몰한 탓이 아닐까? 시험 문제에 대한 모법 답안과 같은 의미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이 모범 답안은 시험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기 위한 방법으로는 적절해 보이지만, 사실 여러 해법 중의 하나일 뿐이고 상투적인 해답에 불과한 것 같다. 수학적으로 해결되는 정답은 왠지 딱 맞아떨어지는 법칙처럼 보이지만, 예술이나 창의의 입장에서 보면 뻔하고 고루한 방식의 답습에 불과할 테다. 답이 하나만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한편으로는 참 편할 듯도 하지만, 현실이 어찌 그렇던가.
삼분할이나 황금 분할 비법이 사진 구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무용/무가치라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는 제법 효과적이고, 구도를 만드는 여러 참고 사항 중 하나의 요소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를 답습할 때의 정형화되고 어디선가 본 듯하며, 비슷비슷해 보이는 사진이 넘쳐나는 꼴을 참을 수 없을 때도 많다. 백번 양보해서 황금 분할의 묘를 인정해서 구도의 훌륭한 참고 가이드 기준 정도로 인정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자신만의 사진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깨트려야 할 알의 껍질이나 굴레 정도에 지나지 않는, 사진을 고루하고 뻔한 것으로 만드는 악습이 될 테다. 그리고 때로는 사진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 등에 유익한 정보로 떠도는 억지 끼워 맞추기 식의 구도 해설이 의아해 보이기도 한다.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에 피보나치 나선의 분할 비율을 대충 끼워 맞춰도 그럴듯한 분할 법칙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 대부분의 사진이 이현령 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분할을 예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하나의 이미지에서 여러 비율의 조합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억지 끼워 맞추기 식의 분할 법칙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황금 분할이나 삼분할의 그 멋드러진 사진의 구도가 조금 옆으로 프레임이 이동하여 구도가 바뀐다고 해서 저급 사진이 될 리 없다. 황금 분할의 미신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자연법칙이나 수학적 법칙처럼 통용되는 황금 비율의 허상이나 기하학적 구도에 대한 시각적 느낌 분석은 때때로 혈액형에 의한 성격 분석처럼 귀에 착착 감기지만 다른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너무 획일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왠지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하는 경직이 걱정된다)
더구나 사진으로 담는 실제 모습은 대부분의 경우 3차원의 입체적 공간이고 입체감/원근감의 요소를 무시하고 2차원의 구도로 설명하는 방식은 한참 부족하고 불완전해 보인다. 흔히 공간감이라고도 불리는 입체적 구도는 단순히 황금분할이나 3분 할로 설명하기에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도형에 의한 구도 설명도 일응 참고할 정도이지 이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한번 듣고 잊어버려도 상관없어 보인다. 삼각형이 주는 구도는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안정감은 단순히 구도에서 뿐만 아니라 사진의 다른 요소들에 의해서도 얻어지는 것이니 온전히 기하학적 구도만의 것은 아니지 싶다. 삼각구도의 뾰족한 꼭짓점에 불안정함을 느끼는 경우가 없으리란 법도 없다.
▶ 사진의 시각적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좋은 사진
사진이 구도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감각적인 단서와 시각적 징표와 상징 요소 그리고 사진가가 의도한 메세지가 뒤섞여 매우 복합적이며 여러 시각적인 단서들이 뒤섞여 있다. 인물이나 동물 또는 의인화가 가능한 피사체의 촬영에서는 그 대상의 표정, 분위기, 감정 상태나 전달 가능한 심리가 사진을 통해 받는 감성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그 외에 시각적인 색, 패턴, 질감, 선, 구도 요소 등이 작용하고 이처럼 수많은 시각적 징표와 정보의 단서는 다시 심도와 색 정보의 가감(흑백 모드 적용 등)에 의해 시각적인 정도(양이나 강도)로 조절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에 이 모든 요소(각종 시각적 징표와 정도)를 감안하고 고려하여 프레이밍하여야 '좋은 사진'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는 좋은 사진으로 만드는데 일정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인화하여 즐기는 일련의 행위에 비추어 보면 그리 중요성은 그리 크지 않으며, 단지 사진을 평가하기 위한 사후적 분석에서의 부산물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사진의 구도나 각각의 요소를 심미적 분석으로 요목조목 따져 보아야만 좋은 사진인지 나쁜 사진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 그런 분석 없이도 좋은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사로잡았고, 때로는 사진을 보는 것으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여러 생각과 감정에 골몰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지 싶다.
(종종 사진을 잘 찍고 싶어 이리저리 궁리하는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 중 하나) 사진 촬영 순간에 구도 법칙이든 사진 구성의 주요 요소이든 여러 생각에 사로잡혀 머뭇거리지 말자고 혼자 되뇌곤 한다. (이는 흔히 비평이라고 불리는 좋은 사진을 설명하고 평가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단순화된 구도의 법칙이나 시각적 구성 요소 따위는 다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과격한 말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심미적 느낌에 따라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담는다면 그것이 좋은 사진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이 사진이 왜 좋은 사진인지 더 이상 고민할 필요는 없고 자기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사진을 설명하는 말로 이해시키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런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분석 없이도 좋은 사진은 충분히 좋아 보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진 짤 찍는 비법으로서의 구도 법칙은 '손쉽게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이 만든 허깨비'라고 생각한다. 구도가 좋아서 사진이 좋은 것이 아니라 사진이 좋아서 구도까지 좋아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구도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신중하게 사진을 즐긴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좋지만 굳이 구도 법칙에 얽매여서 고심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구도 법칙 따위보다는 자신의 심미적인 감각을 믿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자신이 만든 심미적이고 감각적인 구도가 삼분할이나 황금분할과 맞아떨어진다면 그때 가서 구도 법칙을 찬양하거나 주장해도 되지 싶다.
아래 이미지는 구글링에서 주워온 것인데, 이미지 속에 삼분할이나 황금 분할의 법칙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냥 적절한 구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구도가 좋지 않다고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 서로 다른 자유로운 생각과 감각이 있음을 수긍한다면 심미를 추구하는 사진 분야에서 법칙(수학적 진리) 따위에 억메이는 일은 없어지리라 생각한다. 미학에서의 아름다움은 불변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관념적이며, 인간의 역사만 봐도 미학은 시간에 따라 사회적 환경에 따라 무수히 변해온 것이 아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미학과 불변 또는 수학적/구조 법칙은 그리 잘 어울리는 합은 아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