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스러운 취미를 여럿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쓸데없는 취미라면 카메라 렌즈 따위를 개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멀쩡한 것들을 사용 불능의 몹쓸 것으로 바꿔놓기도 하고, 노력과 시간을 소모하는 것에 비해 결과물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휴일의 시간을 너무 쉽게 날려먹고 그 뒤의 방망이 깎는 노인의 여유로움과는 달리 몸에 익지 않은 자세로 오랫동안 작업?을 하다 보면 근육통을 쉽게 동반하고 의도와 다른 결과물에 의한 허탈함 등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취미를 쉬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잡념을 떨쳐버리고 몰입하기에 더할 나위 없고, 어떤 식으로 개조할까 궁리하는 즐거움과 그 결과보다는 과정의 소소한 재미, 그리고 주어진 또는 일반적인 용법을 마냥 따르기 싫은 되바라진? 기질이 작용하지 싶다.
진열장에서 굴러 떨어진 인더스타-61 후드 연결 부분이 흉하게 찌그러졌다. 사용량도 거의 없고 단순히 자리 차지만 하고 있던 터에 그리 탐탁잖아했는데 찌그러진 걸 펴는 수고스러움 보다는 (만약 필요하다면) 이베이 등을 통해 다시 구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즉, 저렴하고 흔한 렌즈라서 렌즈 개조에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사실 렌즈에서 중요한 광학계를 가져올 다른 하나는 Jupiter-8이고 올드 조나의 충실한 느낌을 살려주는 러시안 렌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좋은 올드 렌즈이고 kiev 카메라를 장만하며 함께 장착된 렌즈 등으로 동일한 렌즈가 2개이고 조나 50mm만 5개를 가지고 있어서 하나는 m39 마운트의 RF 카메라에서 사용하고 싶었다. 물론 M39 마운트의 주피터-8 또한 매우 저렴하지만 동일한 렌즈를 마운트만 바꿔서 새로 구매하기에는 진열장에 쌓여있는 렌즈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았다.
먼저 개조 전에 두 렌즈를 잠시 비교해 보자.
렌즈를 분해하고 industar-61의 경통과 헬리코이드 그리고 거리계 연동 커플러를 활용할 생각이고, jupiter-8은 광학계와 조리개 조절링 등을 활용하여 개조할 생각이다.
두 렌즈의 경통 외부 나사선은 규격이 동일하여 개조에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두 렌즈는 52mm 내외의 초점거리를 가지는 표준 렌즈지만 상이한 광학식이라서 초점이 일치하지 않는다. 위 사진에서와 같이 피사계 심도가 표시된 검은 테두리와 조리개 조절 링 사이의 유격이 보인다.
테사와 조나 모두 원류나 영향을 찾자면 삼중 렌즈(triplet)를 기반이지만, 꽤 다른 광학 설계다. 주피터-8의 광학계가 industar-61의 헬리코이드 및 경통 속으로 약 1cm 가까이 들어가도록 개조하여야 할 듯하다.
쥬피터-8의 조리개 장치 부분 탓에 내부의 헬리코이드와 광학계를 고정시키는 어셈블리의 턱(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을 적정하게 확장해야겠다.
헬리코이드는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진 듯한데, 미니 드릴로 갈아내기가 쉽지 않다. 예전 개조에서 쇠를 깎는 것의 힘겨웠던 기억 탓에 미니 전기 드릴까지 준비했지만, 쉽지 않다. 선반이나 CNC 기기의 위대함을 절감하게 된다.
대충 깎아서 무한대 부분에 근접하게 맞추었다. 사이에 놓인 링은 마운트 부분에서 넣고 돌려서 광학계 어셈블리와 결합/고정이 가능하다. 구 소련의 획일적인 공산주의 산업 표준이 이럴 때는 유용하다.
대충 조립하고 정상적인 작동이 되는지 테스트를 하고,
기존 contax rf 타입의 렌즈(주피터-8 + 개조한 contax RF - L/M 어댑터)와 비교도 해보자.
잉여스러운 취미 탓에 이런 개조를 하고 있지만, 정말 권하고 싶지는 않다. 노력 대비 실제 성과는 그리 탐탁잖다. 이베이 등에서 50~100불 정도의 m39 마운트의 주피터-8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개조된 유형의 렌즈를 판매하는 러시아 업자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주피터-8의 LTM/M39 마운트 버전은 외형이 조금 다르므로 쉽게 구분할 수 있고 인더스타 경통 형태/외형의 주피터 렌즈는 모두 개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사후 개조된 제품의 안정성은 떨어지는 편이므로 위와 같이 개조가 의심되는 제품의 구매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겠다.
아직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거리계와 정확하게 포커싱이 연동되는지 확인하지 못했고, 조리개 조작감이 나쁜 점 등 내부의 조작과 관련된 세밀한 마감이 조금 부족하지만, 이는 추후에 마무리하도록 미뤄야겠다. 중국산 저가 미니 드릴의 연마석은 내구성이 그리 좋지 못해서, 저 정도 갈고 나니 모두 닳아 버렸다. 금속용 드릴 연마 비트를 추가로 주문하고 다음을 도모해야지 싶다.
어느새 하루가 저물었고 너무 피곤하다. 카메라 장착 이미지로 마무리를 대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