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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s of the world/Sony digital camera

소니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A7m2)에 대한 조금 엉뚱한 사용기(감상) - 소니 알파 시리즈에 남은 미놀타의 흔적 / Minolta's Remains on Sony Digital Mirrorless Camera (A7m2)

Notice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웹에서 자주 접하는 카메라 리뷰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작성한 탓인지 멋진 사진도 많고 분석적이면서 그리고 감각적인 사용 후기를 풍성하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재미있다. 그들의 사용기를 쫓다 보면 어느샌가 “어머, 이건 꼭 사야 해!”하는 충동이 이는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인 듯하다. 이런 재미있는 글과 동떨어진 스스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꼬투리 잡는 것을 좋아하고 신제품에 별 관심이 없어서 특정 제품의 매력을 화사하게 피어나게 하는 리뷰나 재미있는 사용기와는 거리가 한참 멀지 싶다. 그래도 늘 곁에 두고 자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감상이 전혀 없을 수는 없으니 때때로 잡다한 감상을 정리해 두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든다.

필름 카메라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사용자라면 SONY 브랜드는 이질적이고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만하다. 수십 년 전에 언제나 들고 다니며 듣던 소니 워크맨 카세트 플레이어나 십수 년 전의 재산 목록 1호였던 바이오 노트북, 특이하고 신기한 기능과 앞선 디자인으로 우리를 유혹하던 많은 전자 제품(CD/MD 플레이어, 캠코더 등)으로 깊이 각인되어 굳어진 소니의 소형 가전 이미지가 강했다. 그 탓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필름 카메라부터 사용한 사용자라면 카메라 전문 브랜드로서 소니 만의 아이덴티티나 차별성은 그리 잘 부각되어 있지는 않았다. 최근의 디지털카메라에서의 광폭 행보에도 소니 카메라 그중에서도 특히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나 콤팩트 카메라는 Sony 로고만 보면 여전히 소형 가전 메이커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소니가 초창기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진입하며 보여준 카메라는 개인적으로 너무 선호하지 않는 형태였다. Cyber shot이니 이런 명칭으로 미루어 짐작되는 콘셉트가 미래 지향적인 것은 이해하지만, 당시의 유행하던 디자인 흐름을 감안하여도 소니 사이버 샷 카메라 시리즈는 그리 소유욕이나 구매욕을 자극하지는 않았다. 물론, 카메라의 성능과도 무관하지 않았겠지만,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처음 등장한 소니 카메라는 소형 가전 콘셉트에 매몰되어 있는 듯했다.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초창기 NEX 제품의 디자인 또한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당시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올림푸스나 후지의 복고풍이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카메라 디자인과는 너무 달랐고, 성능이야 둘째치고 감성을 쫓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 A6000 시리즈와 A7에서는 그나마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디자인과 뛰어난 카메라 본체 성능 탓에 몇몇 모델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디자인을 썩 마음에 들어했던 것은 아니다. 카메라의 외형에 대한 집착은 스스로도 조금 지나친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집착이나 고집의 이면엔 카메라는 단순히 사진 찍는 기계 장치 이상의 감성이 묻어나는 제품이기를 바랬지 싶다. 고풍?스럽고 각진 클래식 필름카메라의 옛스러움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90년대와 2000년대를 주름잡았던 둥글둥글한 외형과 플라스틱 외장 재질 카메라와 렌즈는 취향과 멀었고 지금도 이런 카메라 류를 보면 무덤덤하다. 캐논 DSLR의 디자인 또한 싫어해서 캐논 DSLR에서 미련없이 벗어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취향은 여전해서 둥글 둥글한 외형 라인을 유지하는 소니 A 마운트 DSLR 카메라 또한 외형에 대한 불호로 일말의 관심 조차 두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소니 카메라가 조금씩 다른 감상이 들기 시작했는데,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콤팩트 카메라의 단순화된 전형적 외형을 보여주는 A6000 시리즈는 조금 아쉬웠지만 뷰파인더가 있었고 쾌적한 하이브리드 AF 성능에 이 정도면 만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A7 시리즈 또한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독보적인 제품 콘셉트 탓에 외형의 아쉬움은 그나마 희석되었지만, 꽤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눈과 손에 익은 탓인지 이 외형이 그리 낯설거나 이질적이지 않고 예전부터 봐왔던 친숙함도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뛰어난 전자기능으로 무장한 카메라와 단순하고 직선적인 외형! 아! 미놀타 카메라가 이런 느낌이었는데 싶다.

 

 

 

 

▶ 소니 디지털카메라에 숨어있는 미놀타의 유전자

 

미놀타 X 시리즈

 

 

필름 카메라에서 미놀타의 디자인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특히 90년대 이후 그리고 미놀타가 합병되기 이전에 선보인 DSLR 카메라의 디자인은 그 당시 대부분의 카메라가 그러했듯이 많이 끔찍했다) 70년대 미놀타의 X 시리즈나 80년대 초반의 XD 시리즈 각이 져서 단단해 보이는 디자인 명맥이 지금 소니의 디지털 미러리스 A7 시리즈에 이어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현재 소니 디지털카메라에는 미놀타의 유전자가 이어오는 듯한데, 그 대표적 예가 당대 명성이 자자했던 미놀타의 AF 기술의 정점인 ‘알파’ 시스템의 이름을 계승한 현재의 알파/α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소니 카메라의 저변/이면에는 인수 합병 10여 년이 지나서 이제는 그 이름은 잊혀진 '미놀타'가 녹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왠지 미놀타 카메라의 면면이 엿보이고, 소니 브랜드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다른 감성이 묻어나는 것 같다. (카메라 전면에 각인된 로고나 제조사의 지난 역사와 엮이면 카메라 자체의 신뢰나 감성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보면, 카메라는 참 요상한 물건이지 싶다)

 

미놀타는 카메라 본체의 설계와 제조에 있어 꽤 명성이 높았다. 역사는 꽤 길어서 1928년부터 시작하지만, 본격적으로 카메라/광학 회사로 알려진 것은 1960년을 전후한 시기이다. 카메라 본체 설계와 제조 기술에 비해 Rokkor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70년대 이전의 광학 제조 기술은 니콘이나 캐논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리 뛰어난 평가를 얻지 못했는데 미놀타의 정밀한 전기/전자 제어 기술의 카메라 본체 제작 노하우와 라이카의 광학 설계 기술을 서로 주고받는 협력관계(1972)를 맺기도 했다. 라이카와 협력 하에 업그레이드된 Rokkor 렌즈와 정밀한 카메라 본체 설계/제조로 미놀타의 70년대 약진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세였지 싶다. 미놀타의 전자 제어 기술의 정점은 정밀한 AF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 측광에서 시작된 카메라의 전자 제어 기술은 점차 핵심기술로 부상하였고, 미놀타의 AF 기술은 어느 카메라 제조사보다 앞서 독보적인 신기능들을 선보였는데 1985년 SLR 카메라에 AF 시스템을 구현한 ‘알파 시스템-α7000’으로 이 분야 최고 기술력의 카메라 제조사로 발전했다.

미놀타 α7000 (MAXXUM 7000)

 

이런 미놀타 AF 알파 시스템의 명성을 계승한 현재 소니 디지털카메라 알파 시리즈의 AF 시스템의 탁월한 성능은 한편으로 이해된다. 미놀타의 AF 시스템은 예전부터 명성이 높았고 이런 명성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어쩌면 알파 시리즈로 명명할 때부터 고려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광학 부분에서의 허점도 조금 닮았다는 점에서 소니 카메라가 '미놀타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강한 확신이 들어 피식 웃게 만든다.

그 외에도 제품의 형식번호? 등에서도 미놀타의 전통이 묻어난다. 1985년에 등장한 최초의 AF SLR 카메라는 α7000이었고 미놀타에서는 플래그쉽 모델에 "9"(미놀타의 마지막 역작 minolta α9는 98년에 출시되었는데, 다 저물어가는 필름 카메라 시장에 가장 늦게 등장한 비운의 카메라다)를 부여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미놀타의 가장 화려했던 전성기의 상징과도 같은 α7과 최근 발매된 '소니 알파 9/Sony a9'  제품명에서 그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사실, Minolta α7000(Maxxum7000, 7000AF)은 혁신적인 카메라였지만 플라스틱 외장 재질과 전자화된 각종 버튼 등으로 '아날로그'로 대변되는(실제 필름은 아날로그는 아니지만) 지난 시대의 낭만적인 카메라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80년대를 정점으로 90년대 이후 미놀타는 사업상 여러 악재(특허 분쟁의 패소와 후발 제조사의 한계)가 겹치며 몰락하는데 그 과정은 그리 궁금해하지 않을 듯하니 생략하자. 이후 2003년 코니카에 합병되어 ‘코니카미놀타’로 불렸다. 그리고 2006년 소니가 코니카미놀타의 카메라 관련 사업을 인수하였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놀타라는 카메라 회사/브랜드가 사라진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아마 미놀타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사진 애호가도 많을 테지만, 나에게는 왠지 익숙하고 그리운 이름 하나가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는 듯해서 조금 울적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미놀타 카메라와 그리 인연이 깊지 않다. 그럼에도 근래 소니 디지털 미러리스 알파 시리즈에서 미놀타의 흔적을 발견할 때면 어린 시절 한 동네, 같은 학교 등에서 종종 마주치던 친구를 여러 해가 지나고 다시 우연히 만난 듯한 기분이 든다. 친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반가운 그런 느낌이다.

그렇다고 과거 미화에 빠져서 미놀타와 소니를 좋게만 기억하진 않는다. 2000년대의 '미놀타' 카메라는 출시한 제품을 볼 때 마다 내 기준에서는 망할 만했다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답습한 소니의 초창기 카메라 또한 결코 마음에 호의를 가질 수 없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소니 사이버 샷 보다 더 괴뢀?한 외형에 할 말을 잊을 정도다.

 

 

 

 

지금도 카메라를 구매하거나 선택할 때면 으레 카메라스러운 외형에 집착하게 된다. 인체 공학적이고 편리한 그립 등등도 때론 중요하겠지만,  소소한 불편이 있더라도 카메라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언제나 카메라는 전자 기기나 기계 장치 이상의 '감성'과 결합된 '상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진만 잘 찍히고 품질만 좋으면 될 거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찍는 과정이나 그 순간을 더 즐기기 때문에 사진을 취미로 지금껏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요리를 먹는 이유가 단순히 미각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쁜 접시와 그릇에 담고 식탁에 앉아서 정겨운 이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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