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라이카 M3의 출시는 당시의 RF 카메라 경쟁 제조사들에게는 충격이었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게 하는 시련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선행기술의 좋은 표본인 동시에 따라잡기 위한 도전 과제이자 기존의 고리타분한 답습을 타파하는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한 자극으로 작용했었던 것 같다. 캐논은 라이카 바르낙을 복제한 제품들을 만들면서 축적된 RF 카메라 설계/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M3에서 받은 기술적 충격을 캐논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RF 카메라에 적용하였는데, 빠르고 독창적인 캐논의 기술적 대처는 막연히 '카피 캣'으로 평하기에는 신선하고 기계적 성능, 완성도에서도 매우 인상적이다.
▶ Canon VT
먼저 기존의 Canon IV까지 그대로 답습하던 라이카 바르낙의 고전적인 외형을 탈피하고 현대적인 외형 디자인을 갖춘 최고급 기종의 RF 카메라로 Canon VT를 1956년 출시하였다. VT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RF 카메라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데, 필름 장착을 위하여 카메라의 뒷면이 완전히 개방되는 '스윙 백' 커버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전 라이카 바르낙 타입의 카메라 하단을 통해 필름을 장전하던 방식에 비해 빠르고 간편하게 필름 장착이 가능하게 되었고, 필름의 진행 방식에도 기존 상단의 회전식 필름 진행 로브(wind knob)와 카메라 하단의 빠른 필름 진행 장치로 'Trigger'라는 방식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이 가능하였는데, 기존의 상단 로브를 회전시키는 방식이 빠른 필름 진행에 부적합하였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당시 캐논의 해법으로 카메라 하단 면의 접이식 크랭커의 'Trigger'를 해법으로 제시하였다.
50년대에 보다 간편하고 빠른 필름 진행 방식을 위해 기존 회전식 로브의 대안으로 제시된 방법 중에서 와인드 레버와 'Trigger' 방식은 눈에 띈다. Canon VT에서는 'Trigger' 방식이 채택되었고, 이후 Canon VL과 중급기의 Canon L 시리즈에는 와인드 레버 방식이 각각 적용되었다. 'Triger' 방식은 Leica IIIf용 액세서리(Leicavit) 등으로 빠른 필름 진행을 위한 방식으로 1950년대에 등장했고, 이 방식을 캐논은 자신의 최고급 RF 카메라에 기본 장착된 형태로 출시한 것이다. 당시 기준으로 보다 빠른 필름 진행의 최신 트렌드였을 이 필름 진행 방식은 Leica 카메라를 위해 'Leicavit'라는 M3의 액세서리 형태로 전문가용으로 한정 생산되기도 했다. 이후 M2 Rapidwinder 등도 유사한 액세서리 중 하나이다.
캐논 RF 카메라만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3 mode 광학식 뷰파인더 내부 '하프 미러 프리즘'에 금색 코팅을 통해 뷰파인더 상을 이전 뷰파인 더보다 2.5배 밝게 개선하였다. 거리계가 결합된 뷰파인더는 Canon IIB 이후 고급형 RF 카메라에 적용되어 오던 캐논의 독창적인 배율 변경이 가능한 '3 모드 뷰파인더'(The three-mode optical viewfinder)를 채택되었고, 시차 보정을 위해서 액세서리 슈에 별도 장착되는 외장 뷰파인더(Canon brightline viewfinder)에서 프레임 라인과 연동할 수 있도록 정밀한 시차 보정 핀을 갖고 있었다.
Canon VT는 현대적 디자인과 진일보한 새로운 방식이 적용되었지만, 여전히 바르낙 타입의 RF 카메라에서부터 답습하던 요소도 있었는데, 저속 셔터 스피드 다이얼과 고속 셔터 스피드 다이얼이 전면과 상부로 각각 분리되어 있고, 고속 셔터 스피드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필름을 진행한 이후에 살짝 들어 올려서 설정 변경하여야 했으며, 셔터 스피드 다이얼은 셔터가 열리고 닫히는 동안 회전하는 이전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카메라의 기본 뷰파인더에는 구도 설정에 도움을 주는 프레임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못했고 셔터막은 기존의 포막 재질에 머물렀다. Canon VT는 Canon VL 등을 거치면 일부 기능의 개선(필름 진행 와인드 레버)이 이루어졌고 일부 기능을 다운 그레이드 해서 가격 낮춘 보급/중급기로 Canon L 시리즈를 출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고급 후속 기종인 Canon VI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형태와 기능을 보여준다.
▶ Canon VI-T & Canon VI-L
Canon VI는 캐논 RF 카메라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후 등장한 Canon 7과 7S에 적용되는 대부분의 기계적 성능은 이미 Canon VI에 대부분 완성되었다. 캐논 고유의 3 모드 광학식 뷰파인더는 더욱 밝아지고 새로운 기능이 더해져서 자동 시차 보정 기능이 있는 프레임 라인이 드디어 구현되었고 소소한 변경으로 필름 되감기(rewind) 레버의 형태가 새롭게 설계되었는데, 접이식의 필름 되감기 레버는 카메라 상부의 홈에 수납하는 형태로 Canon VI과 P의 멋스러운 디자인에 일조한다. 미적인 역할뿐 아니라 리와인드 레버 방식은 기존 리와인드 로브 방식보다 필름을 되감는데 매우 편리한 방법이다.
Canon VT와 VL에 적용되었던 기능, 즉 필름 장전의 편리를 위한 '스윙 백'과 필름 진행의 'Trigger' 또는 '와인드 레버' 등등이 적용되었다. 35mm 렌즈에 대응하는 뷰파인더 모드에서는 0.65의 배율이 적용되었고, 50mm 렌즈 대응 뷰파인더 모드에서는 1:1 배율이 적용되어 양안 촬영이 가능하였다. 거리계를 통해 정확한 포커싱이 가능하도록 Mg 모드에서는 1.55 배율로 확대하여 보다 큰 상으로 이중상 확인 및 포커스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밝은 뷰파인더 상 구현을 위해 뷰파인더 프리즘과 구성요소에 코팅이 꼼꼼히 적용되었고, 저속 셔터와 고속 셔터가 하나의 셔터 다이얼로 조작 가능했다. 그리고 Canon VT 이후로 캐논의 RF 카메라에는 '스윙 백' 방식을 적용하여 필름 장전을 빠르고 간편하게 하였다. 셔터막은 금속 코팅의 금속막이 적용되어 내구성이 대폭 강화되었다.
Canon V와 Canon VI에서 뷰파인더의 소소하지만 사진촬영에서는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변경 부분이 이목을 끄는데 먼저 배율이 VT에서는 3 모드 즉, 35mm/50mm/Mg 모드에서 각각 0.4/0.72/1.4 배율이었으나 VI에서는 0.65/1:1/1.55로 뷰파인더로 확인할 수 있는 상의 크기가 더 증가하여 피사체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즐겨 사용되던 표준 렌즈(50mm)에서 육안(맨눈)과 동일한 배율의 뷰파인더는 실제 촬영에서 효용 차이는 매우 크다. 모드 변경 톱니를 조작하는 방식과 위치는 거의 동일하지만 3 모드 뷰파인더의 배율 변경을 위한 역 갈리안 방식의 내부 일부 구성요소의 변화는 VT에서는 수직 축의 수평 회전하여 변동하는 방식이었고, VI에서는 수평 축의 수직 회전하는 방식으로 내부의 구조도 소소한 차이가 있다.
셔터와 관련된 기본적인 성능에서 플래시 싱크를 위한 X 모드(VT에서는 동조 속도 1/50 sec, VI에서 동조 속도 1/55 sec)와 B 모드, 1~1/1000 sec 범위에서 2 배수 단위로 증가하는 당시 주요 시장이었던 미국의 표준적 방식이 적용되어 큰 차이는 없지만, 셔터 속도 조절 장치 또한 VT에서 카메라 전면과 상부의 저속과 고속 셔터가 하나의 셔터 스피드 다이얼로 조정 가능하게 개선되었고, 셔터 스피드 변경 시의 VT에서 번거로운 단점들이 개선되었다.
스윙 백으로 뒷커버를 완전히 개방하여 필름을 장전하는 방식은 빠르고 간편해서 장점이 매우 많은데, 유일한 단점이라면 스윙 백의 경첩 부분의 구조로 인해 카메라 외부의 측면에 세로 형태로 3mm 정도 돌출되는 구조가 불가피하다. 라이카는 이런 외형적인 단점 때문에 스윙 백 구조를 적용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라이카 이외에 후속 필름 카메라 대부분에 적용된 스윙 백 방식이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캐논은 스윙 백 경첩 구조의 측면 단점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 보이는데, 이중 잠금장치 등을 위해 더 큰 돌출 구조로 설계한 것을 보면 라이카와 캐논의 설계 철학의 차이를 보는 듯하다.
Canon VI-T에는 VT의 'Trigger'와 'Pop-up knob' 방식의 필름 진행 방식이 적용되었고, 자매 모델인 Canon VI-L에는 카메라의 보편적인 방식으로 채택될 와인딩 레버 방식으로 제조되었고 그 탓에 좀 더 가늘고 길쭉한 외형과 비교적 가벼운 특징을 보인다.
50mm 뷰파인더 모드에서 1:1 배율은 Canon VI의 일부 기능에 변화를 준 보급형의 Canon P에서 매우 호평받았는데, 복잡하고 비싼 3 모드 광학식 뷰파인더 방식 대신에 배율 고정의 1:1 배율의 뷰파인더를 적용한 Canon P의 뷰파인더가 더 밝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가 있었다.
Canon VT에 적용되었던 'Trigger' 방식의 필름 진행 방식은 카메라 하단부에 접이식 레버를 당겨서 빠른 필름 진행이 가능하였다.(트리거라는 이름 그대로 방아쇠를 당기듯이 작동) 내부의 체인과 스프링 구조로 이루어져서 필름 진행 로브의 축을 회전시키고 스프링의 탄력으로 되돌아오는 방식이며, 카메라를 파지하고 있는 왼손의 여분 손가락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Trigger'는 하단의 접이식 크랭크와 내부 구조로 인해 카메라의 부피와 무게가 일부 증가하였다. 'Trigger' 작동의 편의를 위해 삼각대 고정부에 손잡이 형태의 액세서리(핸드그립)를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이 탓에 일반적인 RF 카메라의 삼각대 고정부의 일반적인 RF 카메라와 달리 왼쪽에 위치한다.
측광을 위한 액세서리로 Canon VI와 Canon P 액세서리 슈에 장착 가능한 클립 온(Clip-0n) 타입의 Canon meter를 함께 출시했다. 셔터 스피드는 기계적 방식으로 연동되었고,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를 조절하여 노출 측정값에 맞춰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셀레늄 셀 방식의 노출계로 별도의 전지가 필요 없는 장점이 있지만, 저조도 상황에서 측광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Canon VI도 여전히 미진한 부분들이 있는데, 35mm 뷰파인더 모드에서는 프레임 라인이 없고, 50mm 뷰파인더 모드에서는 50mm와 100mm 프레임 라인만 표시된다. 그 이외의 렌즈들은 Canon brightline viewfinder 통해 핫슈에 장착된 자동 시차 보정 커플러를 통해 각 초점 거리에 상응하는 프레임 라인과 자동 시차 보정이 지원되었지만 별도의 뷰파인더를 구매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 Canon VI-T에 대한 감상
개인적으로 Canon VI는 소유하고 싶었던 올드 RF 카메라 중 첫 손에 꼽는다. 라이카 M3의 유명세나 인기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최고급기로서의 가치와 희소성으로 콜렉터들의 수집 목록에 오르내려서 캐논 RF 카메라 중에서는 거래 가격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기계적 성능이나 카메라에 고유한 개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며, 잘 만들어진 카메라는 단순히 사진 찍는 기계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곤 한다. 캐논의 독창적인 3 모드 광학식 뷰파인더의 가장 완성된 형태를 보여준 최고급기의 마지막 버전이었고, 뛰어난 빌드 품질과 다양한 고급 기능으로 현재 기준에서도 실사용하는 즐거움도 다채롭다. 그리고 'Trigger' 방식의 독특한 필름 진행 방식 또한 구조의 궁금증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했다. 캐논이 RF 카메라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독창적인 시도와 현실적인 완성도에서 가장 완성형에 위치하고 있다.
때때로 과잉 기술 만능주의 분에 넘치는 설계는 아까운 생각도 든다. 액세서리 슈에 장착하여 외장 뷰파인더와 자동 시차 보정을 위해 연동하는 커플러는 오버 테크놀로지처럼 느껴지고 연동되는 뷰파인더를 가지고 있지 않아 이를 직접 써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하지만 외장 뷰파인더에 까지 자동 시차 보정 기능을 위해 투자한 것은 확실히 과해 보인다. 외장 뷰파인더 마저 전용의 그것을 고집해야 하는 점도 탐탁치않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을 테니 괜한 투정이 아닐까 싶다.
이후 등장하는 Canon P나 Canon 7에 비해 현재의 기준에서는 희소성 탓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 카메라를 넘어서고 싶었던 일본 카메라 부흥기의 역작이고, 기계식 카메라의 기술 만능주의가 남긴 재미있는 고품질의 카메라이며 가장 캐논스러운 RF 카메라는 Canon VI-T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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