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F(조리개) 값에 대해 정확한 개념과 적절한 표시 방법에 대해 수다를 나누고 싶다. 사실 조리개 값이 F-number나 F-stop으로 표현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언제나 앞에 표시되는 이 'F'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표기하는 것이 정확한 표기인지 아리송하다. 그리고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었지만, 단순히 조리개의 단위에 따른 설명보다 이론적인 'F 값'의 광학/수학적 의미와 실제 광학 설계와 실물 렌즈에서 어떻게 적용/활용되는지와 우리가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사용하는 카메라와 렌즈의 F값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수다를 시작해 보자. 이전에 미리 이것부터 정리하고 갔어야 했나 하는 후회를 해본다. 좀 지루하고 재미없는 글이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되지 싶다.
아래 수다에는 개념이나 이론적인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런 개념 정리나 이론적 접근이 좋은 사진 찍는 능력에 직접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런 이론적인 부분을 불필요하게 느끼는 사진 애호가도 많을 테다. 하지만, '사진'을 취미로 한다는 것이 꼭 사진 잘 찍는 것과 직결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진가가 카메라의 구조를 알 필요도 없고 렌즈의 광학구조를 궁금해할 이유도 없지만 때로는 이런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애호가도 있는데 이런 개념의 이해나 광학 이론적 접근도 사진을 취미로 즐기는 자의 보조적으로 수반되는 지적 탐구 과제로 소소하게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이론과 실전 사진술 모두를 구비한다면 더 짜임새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런 수다쟁이의 긴 주절거림이 무의미한 잉여력의 발휘만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F 값이란.
모든 카메라에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Aperture)가 있다. 이 조리개의 개폐 정도를 나타내는 F스톱은 렌즈의 크기와 조리개 구경사이의 함수 관계다. f/1.0 상태의 조리개는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초점면으로 거의 통과시키는 상태를 말한다. 노출이 1스톱 증가할 때마다 들어오는 빛의 양은 2의 제곱 비율로 증가한다.
F스톱 = 초점거리(F, focal length) / 최대 개방된 렌즈의 직경(D, diameter of lens opening)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영사 콘텐츠 제작 사전
위에 인용한 글에서 요약이 잘되어있는데, 이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는 듯하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먼저 '조리개'는 영어로 표현하면 몇 가지 표현이 있는데 익히 알고 있는 aperture는 개구(작은 구멍)의 의미가 강하고, diaphragm은 차단하는 막의 의미가 강하며, Stop으로 쓰이기도 한다.
실제 자주 쓰이는 용어지만 뜻하는바 뉘앙스가 조금씩 차이 나는데, 초창기의 카메라는 구멍이 뚫린 막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노출을 조절하였으므로 diaphragm가 적절했고 자주 사용되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후 개구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조리개 장치가 개발된 이후에는 aperture가 더 적합한 용어였다고 생각된다. Stop은 주로 개구가 조절되는 조리개 장치 등에서 특정한 개구 수치를 위해서는 조리개 개구가 정지하여야 의미가 있으므로 aperture stop 등으로 쓰이며, 일정한 조리개 단계의 의미로 stop, f-stop으로 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개인적인 추정에 불과하며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 f-number의 등장과 배경
서두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f 값을 나타내는 용어는 f-number f-stop, focal raito, f-raito 등으로 다양하다. 이런 조리개 값을 정의하는 시도는 카메라의 역사와 함께 꽤 오래된 것인데, 19세기 후반에는 각자의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조리개 개구와 노출의 관계를 정리한 기준들이 제시되었고, 몇몇은 꽤 널리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적/국가적으로 서로 다른 기준 (초기에는 영국, 미국, 독일의 기준 등으로 매우 혼잡했다)에 의한 혼란과 혼동, 모호함을 피하고자 표준적인 기준이 필요했고 이 기준은 20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1901년에 이르러 자이스 시스템(f-제곱에 반비례)을 기반으로 한 (현재 사용되고 있는) f-number가 논의/정의되었다. 강제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므로 다른 기준도 여전히 적용되어 생산된 렌즈들도 상당 기간 있었다. 하지만 주지하고 있다시피 f-number는 이후로 조리개 개구와 노출의 관계를 정리한 기준으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 f-number의 표기 방법
f 값이 도입된 20세기 초기의 표기법은 혼란스러웠는데 f/숫자를 표기하거나 'f ' 기울어진 에프를 표기하고 f, (쉼표) 또는 f. (마침표)를 표기하고 숫자를 적는 형태 등이 존재하였다.
이런 f 값의 표기 방법은 1961년 ASA(미국표준협회, American Standards Association)에서 f/ 숫자, 또는 f: 유효개구 직경의 숫자, f 숫자를 쓰는 방식으로 규정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울어진 대신에 f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ASA라는 단체는 국제적으로 공인되거나 통용되는 공인단체는 아니지만, 미국의 영향력, 특히 경제적인 영향력에 힘입어 표준과 같은 지위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뭐든 힘세고 볼 일이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f: 유효개구 직경의 숫자를 쓴다는 점이다. 조리개의 유효개구 직경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하도록 하자. f-number의 역사와 표기 방법에 대해서는 위키피디아의 일부 내용을 참고하였다. 자세한 자료는 아래 링크 참조.
▷ 참고 - Wikipedia f-number https://en.wikipedia.org/wiki/F-number
▶ f 값과 관련된 함수
위에서 인용한 글에서 f/1.0은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초점면으로 거의 통과시키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조금 부정확한 표현으로 보인다. '거의'라는 의미도 모호하다. f/1.0을 보다 정확히 정의하자면 렌즈의 초점거리와 동일한 조리개 구경, 즉 50mm 초점거리의 렌즈라면 50mm의 조리개 유효개구(입사동 직구) 직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직경'은 일본식 조어인데 우리말 '지름'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겠지만, 광학 관련 일본의 영향 받은 용어들이 많아서 그대로 사용하였다. 의미의 명확한 전달 목적이지만, 일상에서는 지름으로 순화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F 값 = 초점거리 / 조리개 유효개구 직경(입사동 직경)
따라서 50mm f/1.4의 렌즈는 최대 개방 조리개 개구의 직경은 50 ÷1.4 = 약 35mm의 조리개 유효개구 직경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조리개의 직경이 아니라 조리개의 유효개구 직경 또는 입사동 직경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물리적인 조리개 개구의 직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광학적 의미의 직경 즉, 조리개 전면의 광학요소로 인한 배율로 증감된 개구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서는 줌렌즈의 고정 조리개에서 설명한 바 있으므로로 참고할 수 있도록 아래 링크를 남긴다. 실제 렌즈의 광학구조에서 입사동 직경이 활용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많은 시간을 들여 공들여 작성하였지만 공감하나 얻지 못한 비운의 글이다.
다시 위에서 인용한 정의에서 "노출이 1스톱 증가할 때마다 들어오는 빛의 양은 2의 제곱 비율로 증가"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빛의 양은 f 값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초점거리와 입사동 직경이 동일한 f/1에서 f/1.4가 되면 빛의 양이 1/2로 감소하고, 입사동의 직경은 √2 배 감소한다.
입사되는 빛의 양이 단계별로 1/2씩 감소하는 f 값을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f/1에서 f/1.4는 빛의 양이 1/2 감소하고, f/1에서 f/2는 빛의 양이 1/4 감소한다.
f/1, f/1.4, f/2, f/2.8, f/4, f/5.6, f/8, f/11, f/16, f/22, f/32, f/45, f/64, f/90, f/128
초점거리와 입사동의 직경 또한 상관관계를 정리해 보면, 50mm f/1.8 렌즈의 입사동 직경은 100mm f/1.8 렌즈 입사동 직경의 1/2 크기가 된다. 즉, 두 렌즈를 동일한 조리개 값에서 대물부를 통해 조리개의 직경을 보면 100mm 초점 렌즈가 두 배(x2) 더 큰 입사동 직경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글이 너무 고루하고 재미가 없으니 나름 신통방통하고 좀 삐딱한 추측성 수다를 나눠보자.
위에서 f 값 단계를 보면 f 값은 수학적 계산으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값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는데, f/1.4의 경우만 하여도 √2는 1.414... 소수점이 순환하지 않는 무리수인데 1.4로 대충 퉁을 친 느낌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우리가 사용하는 렌즈 또는 카메라에 각인된 f 값은 얼마나 정확하고 정밀한 것일까? 제조사에서 설계 값이니 믿고 쓰면 되는 것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렌즈의 f 값은 비록 치밀한 설계에 의한 값이라 해도 실제에는 오차가 좀 있는 편이다.
이런 오차가 발생하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제일 첫 번째 원인은 조리개 개구가 완전한 원형이 아니란 점이다. 조리개가 최대 개방에서는 원형이었다가 점차 조여지면서 조리개 날개 수에 따라 각진 다각형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수학적 계산에 의해 어느 정도 설계에서 반영하여 정확도를 기할 수 있겠지만 조리개의 작동 메커니즘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기준점이 잘못 잡혔거나 사용 중에 그 기준 값이 달라지면 조리개 개구의 단계별 정확도는 떨어지게 되고 설계했던 값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제조상의 품질과도 연관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표시된 조리개 값과 실현되는 조리개 개구의 차이가 있고 이에 따른 노출의 증감이 잘 못된 경우도 있다. 근래 중국의 저가 렌즈들에서 종종 보이는데 렌즈 겉면에 새겨진 수치만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좋겠다. 광학적 성능과 품질은 비단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차이를 만들지 싶은데, 단순히 사양/스펙이나 왜곡, 색수차로 인한 문제 등은 눈에 잘 띄지만, 사용자가 지정한 값이나 수치/단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현/실현하는가는 정밀한 계측이나 비교 테스트하지 않는 한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결론은 렌즈 조리개 수치나 스케일 수치 따위 모두 믿을 수 없으니 다 때려치워라가 아니라 렌즈의 조리개 단계에 정확도에 대해 너무 맹신하고 있다면 좀 더 열린 사고로 부정확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조리개 값에 오차 조금 있다고 사진이 찍히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상용, 특히 시네마 렌즈의 경우에는 각 장면을 여러 카메라나 여러 렌즈로 촬영하고 이를 하나의 영상으로 연결, 편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각 상황에 따라 일정한 노출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노출 차이에 매우 민감할 수 있다. 이를 정확하게 측정, 제어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필요에서 사용되는 것이 T- number ( 또는 T stop)이며, 이는 실제 측정한 광량을 기반으로 한 값(단계)를 의미한다.
근래 디지털 미러리스 전용 렌즈에서 상당히 밝은 렌즈들이 출시되곤 하는데, 마이크로 포서드용 보이그랜더의 17.5mm f/0.95나 25mm f/0.95 또는 APS-C 규격용 미타콘의 35mm f/0.95 등이다. 이런 밝은 렌즈들이 근래 자주 등장하는 주된 원인을 따져보면, 첫째 짧아진 플랜지 백 거리와 짧은 후방 초점 거리 설계가 가능하게 변했고, 둘째, 새로운 마운트의 적용으로 마운트 내경이 이전 규격에 비해 커졌고 따라서 더 큰 구경의 새로운 광학 설계가 용이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35mm 필름 포맷보다 작은 이미지 센서의 크기로 인한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의 특성이 한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f 값은 초점거리 / 입사동 직경이므로 초점거리가 짧으면 그리 크지 않은 입사동 직경으로도 밝은 f/값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작은 이미지 센서도 한 몫하는데 이미지 센서가 클수록 입사동도 커져야 하므로 렌즈의 구경이 증가하고 조리개 개구도 커져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작은 이미지 센서는 밝은 렌즈를 만드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고, 또 작은 판형의 장/단점과 관련하여 여러 사정이 얽혀 있다.
밝은 렌즈가 등장한 가장 주된 이유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f/0.95 정도의 F 값을 가지면 대단히 얕은 심도를 표현할 것 같지만, 실상은 동일한 조리개 수치에서 심도는 렌즈/광학계의 초점거리가 길수록 얕아진 따라서 동일한 화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미지 센서 규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APS-C나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는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를 장착하여야 하므로 동일한 심도 표현을 하려면 조리개 구경의 변화도 반영해야 해야 한다. 따라서 작은 판형의 카메라는 F 값이 더 낮은 렌즈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35mm 풀프레임 카메라 표준 렌즈에 해당하는 50mm 초점거리 렌즈의 f2.0 수준의 화각과 심도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APS-C 이미지 센서 규격 카메라에는 35mm 초점거리 렌즈에 f/1.4 정도 되어야 한다. 더 작은 판형의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 카메라는 25mm 초점거리 렌즈에 f/1.0이 같은 시야범위/화각과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다양한 크기의 이미지 센서로 카메라를 출시하는 메이저 제조사에서는 f/0.95 같은 밝은 렌즈를 출시하지 않는 걸까? 메이저 제조사의 플래그쉽 카메라들이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 크기를 고집하고 가장 기본 원형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사실, 이 밝은 렌즈들은 최대개방에서 배경을 아웃포커싱으로 완전하게 날려버리는 효과로 일반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이게 좋은 사진을 찍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극단적인 밝은 렌즈의 광학적 성능과 제조 가격(판매 가격)과 효용의 상관관계 등을 생각하면 쉽게 추측할 수 있겠다. 35mm 풀프레임 규격 카메라 기준에서 50mm 표준 렌즈의 최대 개방 조리개가 f/1.8이나 f/1.4의 렌즈로도 충분히 효율적인 촬영이 가능한데, 이를 넘어서는 밝은 렌즈가 가격대 성능이나 효용을 따져 봤을 때 얼마나 좋은지 그 필요에 대해서는 잘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조리개 최대 개방 f/1 수준에서 모든 수차를 순순히 광학적으로 해결하기는 매우 어려워서 이미 입지가 탄탄한 메이저 제조사 입장에서는 '잘 만들어야 본전'이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명성에 하자가 되는 계륵 같은 렌즈가 될 개연성이 높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왜 조리개 값이 f/1이 아니고 f/0.95인 것일까? 이는 마케팅적 측면과 렌즈 광학적 측면을 동시에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먼저 마케팅 측면에서는 f/1보다는 f/0.**이 시각적으로 더 고사양처럼 보이는 점을 강조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