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핀홀 카메라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있어 기회가 되면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 물론 필름을 장착하는 핀홀 카메라가 특유의 정밀한 기계미와 필름이 만들어 내는 감성이 매력적이지만, 필름 사용에 대한 번거로움과 숙달되지 못한 기술 탓에 고난이 염려되어 쉬 도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비교적 단순하고 큰 어려움 없이 접할 수 있는 디지털 핀홀 카메라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고 소소한 제작에 도전해 보았다.
핀홀 카메라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 시작해 보자.
▶ 핀홀 카메라의 역사와 구조
- 카메라 옵스큐라 (Camera obscura)
암상자(暗箱子). 어원적으로는 ‘어두운 방’의 뜻. 캄캄한 암실 한 곳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으면 반대 측면에 외부 정경이 역향으로 찍혀 나옴. 이 원리를 응용하여 바깥의 대상을 찍어, 거울과 렌즈를 사용하여 그것을 묘사하기 위해 작은 구멍을 뚫어 놓은 상자를 말함. 서양에서 17~19세기의 화가들이 초벌그림 제작에 이용한 예가 적지 않음. 1569년에 이탈리아의 조반니 바티스타 델라 포르타(Giovanni Battista della Porta, 1542경?~97)가 처음으로 이것을 만들었다고 하나 그 원리는 이미 르네상스 초기부터 알려져 있었음. 그 영상을 정착시키면 사진이 됨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미술대사전(용어편)
카메라 옵스큐라는 화가들이 그림에 사실적인 원근감을 표현하기 위한 보조적 장치였고, 핀홀 카메라는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로 발전하였다고 한다.
- 핀홀 카메라 (Pinhole camera)
카메라의 렌즈 대신 핀홀을 사용한 것. 바늘 구멍 사진기라고도 한다. 외계의 밝은 물체에서 발하는 빛은 핀홀을 통하여 사진 필름 위에 물체의 도립상을 낳는다. 이 과정은 빛의 직진에 의해서 설명할 수 있다. 핀홀이 크면 상이 희미해진다. 반대로 핀홀이 극단적으로 작으면 빛의 회절 현상이 일어나 역시 상이 희미해진다. 바로 중간에 가장 적합한 핀홀의 크기가 있다. 초점 심도가 크고, 왜곡이 없지만 노출에 장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특수한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광용어 사전
원리도 단순하고 구조도 단순하다. 따라서 제작기도 매우 단순할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 가지 여기서 꼭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핀홀 카메라로 촬영된 결과물의 화질은 결코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핀홀이 커지면 초점이 안 맞게 되고, 핀홀을 작게 뚫으면 빛의 회절에 의해 분해능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결과물의 화질은 흐릿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핀홀 카메라로 찍은 선명한 이미지 등은 대부분 후보정 등 기타의 방법으로 가공된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화질에 있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 바디캡으로 핀홀 카메라 만들기
인터넷에서 찾은 제작기를 참고하여 바디 캡, 그리고 알루미늄 캔을 잘라서 사용했다. 먼저 캐논 EF 마운트 호환용 바디 캡(여분으로 남는 것을 활용하는 차원이었는데, 아마도 잘못된 선택이었던 듯하다. 이유는 아래 초점거리에 관해서 다루면서 밝히겠다).
바디 캡 중앙에 적당한 크기로 구멍을 만든다. 알루미늄 캔을 적당히 잘라서 바늘구멍을 뚫고 결합시킨다. 깔끔한 외형과 사용 중 외부 마찰 등으로 변형을 방지할 생각으로 바디-캡 내부 안쪽에서 테이핑 하여 고정시켰다. 테이프는 내부 난반사를 방지할 생각으로 검은색 절연 테이프를 사용하였다.
바늘구멍의 크기는 0.4~0.7mm 이내가 적절한 듯하다. 너무 작으면 노출 부족으로 장시간 노광 하여야 하는 문제와 작은 구명으로 인한 빛의 회절로 인한 화질의 저하(분해능/해상력의 감소) 또한 문제 될 수 있다. 너무 큰 구멍 또한 초점이 명확하게 맞지 않는 것처럼 화질을 저하시킨다.
위 이미지에서 중심의 흰 부분 전체가 핀홀이 아니며, 흰 부분의 중심에 구멍이 핀홀이다. 핀홀이 크면 상이 흐려지므로 노파심과 오지랖에 한번 더 강조한다.
어느 정도 완성되었으니 촬영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자.
먼저 이종교배의 일반적인 세팅 '렌즈 없이 촬영' 옵션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렌즈 교환형 디지털카메라 메뉴에 있는 기능이므로 이를 찾아서 세팅하자. 디지털카메라로 만드는 핀홀 카메라는 필름 핀홀 카메라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을 가질 수 있는데, 하나는 촬상소자의 감도(ISO) 선택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디지털카메라에서는 보다 높은 ISO 값을 선택하여 노광 시간을 줄이거나 좀 더 빠른 셔터 스피드를 활용할 수 있다.
▶ 초점거리(화각)
일반적인 카메라의 렌즈 초점거리는 렌즈의 광학 상 제2주점과 촬상면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핀홀 카메라는 별도의 광학계가 없지만, 핀홀 구멍이 렌즈의 제2주점에 해당하므로 촬상면(이미지센서)과 핀홀 구멍 사이의 거리가 초점거리가 된다. 따라서 DSLR 카메라의 바디 캡으로 핀홀 카메라를 만든 경우에는 44~46.5mm (카메라의 플랜지 백 거리) + 5mm ( 바디캡의 두께)로 인해 초점거리는 대략 50mm 정도에 해당하고 화각은 46도에 해당한다. 이는 35mm 필름 포맷의 카메라의 경우이고 APS-C 프레임의 카메라라면 x1.5 또는 x1.6 하여야 한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우에는 플랜지 백 거리가 짧아서 좀 더 넓은 화각을 구현할 수 있다. 제조사들 마다 각각의 마운트 규격에 따라 소소한 차이는 있지만, 보통 17.7~25.5mm(플렌지 백 거리) + 5mm(바디캡의 두께)로 24mm~ 30mm 초점거리와 70~84도의 화각에 해당한다. 위에서와 동일하게 APS-C 규격 카메라에서는 35mm~45mm 초점거리를 가진다.
2016/07/10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Camera & Lens Structure] - 렌즈 마운트 別 '플랜지 백 거리' 정보(Flange back distance)
여분의 캐논 EF 마운트의 호환 바디캡에 핀홀을 만든 탓에 장착하면 EF의 플랜지 백 거리가 적용된다. 이런 걸 원한 것이 아니었는데, 만들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포칼 리듀서에 결합하여 화각을 그나마 넓혀보려했다. 대충 실질 초점거리를 계산하면 아래와 같다.
{(44mm(캐논 EF 플렌지 백 거리) + 5mm(바디캡 두께) ) x 0.726(포칼 리듀서 배율)} x 1.52 (APS_C 규격) = 약 54mm
순간의 선택이 화각을 약 54mm가 되어 버렸고 번거롭게 이것저것 달렸다. 일반적인 미러리스 바디캡으로 핀홀 카메라를 만들었다면 (17.7mm + 5mm) x 1.52 = 약 35mm에 해당하고 화각으로는 63~64도 정도에 해당한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달프다.
▶ 핀홀 카메라의 조리개 값(f 값)
핀홀 카메라는 아주 작은 조리개 개구를 가지고 아주 큰 F 값을 가진다. 핀홀 카메라의 초점거리가 50mm라고 가정하고 0.5mm의 핀홀이라면 일반적인 렌즈의 f/100에 해당하는 조리개 값이다. 핀홀 카메라의 초점거리 35mm일 때 0.4mm의 핀홀이라면 f/87.5에 해당한다. 평소에 즐겨 볼 수 없는 f 값이므로 감을 잡기 위해 f 값을 나열해 보면, (단계-stop-별 입사되는 빛의 양을 1/2씩 감소한다)
f/1, f/1.4, f/2, f/2.8, f/4, f/5.6, f/8, f/11, f/16, f/22, f/32, f/45, f/64, f/90, f/128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f/8 정도로 촬영할 때와 비교하면 입사되는 빛의 양이 약 1/128 정도에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빛의 양이 아주 적은 저조도 상황과 같은 조건이므로 이를 위해 셔터 스피드나 감도 설정에서 이를 만회하여야 정상적인 촬영이 가능하다.
▶ 감도(ISO) 설정
핀홀 카메라는 아주 큰 f 값을 가지므로 촬상면에 정상적으로 상이 촬영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노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도 설정을 높여야 한다. 감도가 낮은 경우에는 셔터 스피드가 더 느려져야 하므로, 일정 감도를 올려서 셔터 스피드 속도와 연계하여 보자. 고감도의 경우 암부의 노이즈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지만, 핀홀 카메라의 화질(분해능/해상력)은 작은 구멍으로 인한 빛의 회절 현상으로 그리 기대치가 높지 않다. 따라서 고감도의 노이즈에 대해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고감도에서의 노이즈는 독특한 질감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 활용한 사진들도 많으므로 관심을 가져보자. 물론 고감도 필름의 노이즈와 디지털 이미지 센서의 고감도 노이즈의 차이는 존재한다.
▶ 셔터 스피드 설정
감도 설정에서 설명하였던 부분과 상당 부분 겹친다. 적정 노출이 되기 위해서는 저속 셔터스피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저속 셔터 사용 시의 흔들림 방지를 위해 삼각대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핀홀 카메라에서는 감도와 셔터 스피드 둘 중에 하나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셔속과 감도를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좋겠다.
저속의 셔터 스피드가 반드시 단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속을 활용하여 다양한 표현/연출 방법이 있으므로 이를 연구해 보자.
▶ 촬영 모드 설정
위에서 설명한 감도의 설정과 셔터 스피드의 설정은 매뉴얼(수동) 모드를 활용할 때 감안할 부분이다. 이것저것 신경 쓰고 조정하는 것이 귀찮다면 조리개 우선 모드('A' 모드)를 활용하자. 감도 설정은 고감도 설정 또는 Auto 설정으로도 가능하다. 이때 셔터 속도가 매우 저속이 될 수 있으므로 흔들림 방지를 위해 삼각대 등을 이용하자.
심도가 매우 깊으므로 근경과 원경에 모두 초점이 맞는다. 따라서 별도의 포커싱은 필요가 없다. 광학식 뷰파인더를 쓰는 DSLR 카메라에서는 뷰파인더로 구도를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후면 액정(또는 EVF 방식의 뷰파인더)으로 촬영하려는 피사체를 보면 어느 정도 구도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 반셔터를 누르면 화면이 일정 밝아지면 구도를 잡을 수 있다.(일부 반셔터에서도 화면이 밝아지지 않는다면 메뉴 설정에서 일정 옵션을 활성/또는 비 활성하여야 한다)
날씨가 추워 밖으로 테스트 촬영을 나가기가 망설여진다. 실내에서 찍은 핀홀 카메라의 사진은 아무래도 광량이 부족하여 더 화질이 좋지 않은 관계로 조만간 야외 테스트 촬영 사진을 첨부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