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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쥐구멍에 든 볕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이태원 173-7

그 좁은 골목길에

꽃조차도 놓지마라

꽃들 포개지도 마라

 

겹겹이 눌러오는 공포 속에서

뒤로…뒤로…뒤로…

꺼져가는 의식으로 붙들고 있었을

너의 마지막 절규에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차마 꽃조차도 미안하구나

 

얼마나 무서웠겠니 그 밤

얼마나 원통했겠니 그 순간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꿈을 두고

마지막까지 안간힘으로 버티며

살갗을 파고 들었을 네 손톱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구나

 

304명 생때같은 아이들

하늘의 별로 떠나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너희들을 허망한 죽음으로 내몬

어른들의 안일과 무책임이 부끄러워

이젠 슬픔조차도 변명마저도 차마

드러내 보일 수가 없구나

 

그 골목에 아무것도 놓지마라!

허울 좋은 애도의 꽃도 놓지마라!

안전도 생명도 탐욕이 덮어버린 이 나라에

반성없는 어른들 끝없이 원망케 하라!

그리하여 아이들아 용서하지 마라!

참담한 부끄러움에 울고있는 우리를…

 

/김의곤 창원촛불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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