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봄기운의 나름 함 때문인지 수다의 의욕과 흥미마저 떨어져서 한동안 글을 쓰기보다는 잡다한 것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좀 가벼운 주제로 입을 풀어 보자. '과거엔 이랬지' 하는 옛날이야기는 그래도 수다의 부족한 재미를 채워주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한결 편하다.
근래에 만들어지는 카메라에서 B(벌브) 모드와 T(타임) 모드는 장노출 촬영 시 모든 선택의 편의를 위해 셔터 스피드 항목에서 별도로 지정할 수 있도록 카메라 상단의 '모드' 선택 다이얼 또는 '메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엄밀하게 따져보자면, '벌브 모드'나 '타임 모드'는 수동(Manual) 셔터 조작 모드의 한 종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콤팩트 카메라에서는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별도의 B 또는 T 설정 모드를 두지 않고 수동(매뉴얼) 모드에 포함한 경우도 많다. (T 모드는 캐논의 Tv 모드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S 모드로 불리는 셔터스피드 우선 모드를 캐논에서는 Tv 모드로 표기한다)
카메라 모드에 대해 다룰 때 함께 언급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냥 일반 카메라의 대표적인 모드만 다루다 보니 굳이 언급하지 않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궁금해하질 않을 걸 알면서도 그냥 흘려 지나친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이번에 살을 좀 더 붙여서 수다의 주제로 삼았다. 카메라 모드 설정 다이얼 등에 B나 T로만 표시되다 보니 (Time mode 표시는 없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근래에는 벌브 모드나 타임 모드를 그냥 B 모드나 T 모드로 부르는 경우를 흔하게 보게 된다. 카메라의 작은 다이얼이나 노브/knob에 표기할 때 차이는 있겠지만, 실제 읽을 때는 B나 벌브, T나 타임은 한자와 두자 차이 밖에 나지 않으니 굳이 축약해서 부를 이유는 크지 않으니, (카메라에 각인하기 위해 머릿자를 따 축약한 것보다는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벌브 모드' '타임 모드'로 부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벌브 모드의 명칭은 사실 카메라 역사의 흔적과 같아서 이제는 다른 이름으로 대체할 만도 한데 여전히 통용되는 과거의 유물이나 흔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대체할 만한 용어를 생각해 봐도 (한 단어로 축약된 기능이나 용처를 간략하게 표현하거나 카메라에 표시하기에는) 벌브나 B가 가장 심플하고 효율적이지 싶어서 아마도 카메라라는 기기가 존속하는 한 한동안은 계속 사용되지 싶다.
▶ 벌브 모드 / Bulb mode - 왜 "벌브 모드"라고 불릴까?
셔터 설정 다이얼 상의 'B'는 bulb mode를 의미하는데, 이는 초창기 카메라의 작동 방식에서 유래되었지 싶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전반의 카메라는 광학 설계와 제조 기술 등의 한계로 필름에 충분한 광량을 비추는 밝은 렌즈가 제작되지 못했고, 필름의 감도 성능 또한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필름에 정상적으로 노광 되어 뚜렷한 상이 맺히도록 하기 위해서 셔터 스피드 선택에 제약이 많았다. 대부분의 촬영 환경에서 느린 셔터 스피드 설정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사진이 흔들리고 선명하지 못했으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카메라는 견고히 고정하여야 했고, 동시에 인물 사진의 모델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부동자세를 유지해야 일정 수준의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보조 인공 광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20세기 중반에 전자 플래시가 상용화되기 이전까지는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 등을 감안하여 충분한 빛을 촬영 대상에 비추기 위해서 플래시 파우더나 플래시 전구와 같은 인공조명을 사용했다), 플래시 파우더나 플래시 전구 사용할 때에 맞는 전용 촬영 모드를 카메라에서 설정하는 모드를 가지고 있었다. 플래시 파우더는 다루기 어렵고 위험했으므로 이후 플래시 전구로 대부분 대체되었고 따라서 플래시 전구를 사용하는 전용 촬영 모드를 '벌브 모드'라고 칭하고 머릿자를 따서 카메라에 'B'라고 표시하였다.
초창기 카메라의 '벌브 모드'는 플래시 전구(산소로 충전된 전구 내부에 알루미늄이 연소하는 방식으로 전기 신호에 의해 점화되는 방식)가 빛을 발산하는 발광 순간에 카메라의 셔터 작동을 동기화 할 수 있는 장치(플래시 발광과 셔터 작동 동조기)가 없었으므로 플래시 전구가 터지기 전에 미리 셔터를 열어두고, 플래시 전구가 발광한 이후에 다시 셔터를 닫아주는 일련의 카메라 설정 과정이 필요했다. 즉, '벌브 모드'는 플래시 전구의 발광에 맞춰서 셔터와 동기화를 위해 셔터 작동 버턴을 누르면 셔터가 열리고 플래시 전구의 발광 후, 셔터 작동 버턴에서 손을 떼면 셔터가 닫히는 방식이다. 현재의 벌브 모드 또한 이와 작동 방식이 동일해서 셔터를 누른 상태를 유지하는 동안에만 셔터가 개방된(열려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후, 카메라 셔터의 동작과 플래시 발광을 동기화하는 동조 장치( 플래시 동조 장치는 '트리거, trigger-방아쇠-' 트리거 접점 등으 로 불리는데, 카메라 촬영을 사격 관련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 싶다, 전자 플래시 등장 즈음에 전자 플래시와 카메라의 연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발광 동조가 가능한 특정 유형의 터미널-대표적으로 'PC 싱크 터미널'-이 만들어지거나 액세서리 슈에 전기적 접점이 있는 일명 '핫슈/hot shoe'-반대로 플래시 접점이 없는 경우에는 '콜드 슈/cold shoe'라고 불림- 등을 통해 플래시 발광과 셔터 작동을 동기화하였다)가 카메라에 도입되었고, 전자 플래시가 본격 사용되면서 플래시 사용은 권장 동조 속도의 셔터 스피드에 사용(셔터스피드 설정 다이얼에 '번개(섬광) 마크' 표시를 하거나, X sync의 경우 X 표시)하거나, 별도의 플래시 사용 모드를 두기도 했다. (동조 방식을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하면 플래시의 종류(전자 플래시 또는 플래시 벌브)나 발광 지속 시간 등의 제조건 따라 동조 방식에 소소한 차이가 있었고 이런 차이로 인해 X, M, F, FP 등의 sync 방식이 사용되었다)
플래시의 변화 역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 수다 링크로 대신하자.
플래시 벌브가 전자 플래시로 대체되고 플래시와 셔터의 동기 접점이 생긴 이후에 벌브 모드는 본래의 용도(플래시 전구 발광 시의 촬영 모드)를 잃게 되었는데, 그 외에도 활용 방안, 즉, 장노출 촬영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기존 필름 카메라의 셔터 설정 다이얼은 일반적으로 1초를 넘어서는 장노출 셔터스피드 설정은 지원하지 않았고 따라서 벌브 모드가 이런 장노출 촬영의 셔터 모드 역할로 전용되었지 싶다.
▶ 타임 모드 / Time mode
타임 모드는 별도로 해당 기능을 구현되지 않았거나 별도로 기능을 분리하지 않고 벌브 모드 내에 2초 이상의 장노출 셔터 스피드 설정 기능으로 포함되어진 경우가 많다. 타임 모드가 언제부터 카메라에 존재했는지 장담하기 어렵지만, 1960년대 초기의 일부 제품에서도 T 모드는 확인이 되는데, 초기의 필름 카메라에서 T 모드는 지금의 셔터 스피드 설정가 가능한 기능과는 조금 다른, 즉, 벌브 모드의 일부 불편을 개선한 모드 정도였지 싶다.
벌브 모드는 셔터 버튼을 누르는 동안 셔터가 열려있었으므로 장노출 등의 촬영에서 셔터 버튼을 계속 누른 상태로 있어야 했고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셔터 버튼을 누른 후 다른 조작이 있기 전까지 셔터가 계속 열려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모드가 타임 모드였다. 장노출 촬영의 편의를 위한 기능으로 대부분의 카메라에서는 그리 중요한 기능으로 보지 않았으므로 일부 고급 기종의 일부 카메라에만 종종 확인된다.
위 이미지의 1961년에 출시한 캐논의 마지막 RF 카메라인 Canon 7/7s에는 설정 다이얼에 T 모드가 별도로 셔터 스피드 선택 다이얼에 각인되어 있고 선택 가능한데, T 모드에 설정 후 셔터 버튼을 동작 후 버튼 누름을 해제하여도 셔터는 계속 열린 상태가 유지되고 이후 셔터 설정 다이얼을 벌브 모드(B) 또는 플래시 동조 모드(X)로 이동하면 셔터가 닫히는 작동 방식이다. (사실 그리 편리한 방식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으며, 비슷한 시기의 출시된 보급형의 Canon P 등에는 없는, 일종의 당시의 차별화된 고급 확장 기능 정도였던 것 같다)
필름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 조절 장치는 내부의 태엽과 기어 장치 조합으로 작동하는 '기계식 타이머'에 기반하는데, 고성능 기종의 경우에도 가장 느린 설정인 셔터스피드 1초부터 2배씩 빨라지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2초 이상의 장노출은 '벌브 모드' 설정으로 해결했고 이런 벌브 모드와 차별되는 (필름 카메라에서) 타임 모드는 셔터 개방 상태 유지를 위해 셔터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의 편의를 제공에 그쳤다. (최근의 디지털카메라에서는 내부의 디지털 타이머에 의해 2초~30초 정도의 긴 노출 시간을 사전에 선택하여 설정 가능한 기능이 구현되고 있다)
▶ 벌브 모드와 타임 모드의 활용에 대하여
야경 촬영이나 천체 촬영 등 장노출 촬영에 벌브 모드와 타임 모드는 활용도가 높다. 그 외에도 주간에 장노출 촬영을 위해서는 높은 밀도의 ND 필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장노출 촬영에서는 느린 셔터 스피드에 의한 상의 흔들림에 대응하기 위해서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움직이는 피사체의 경우 과도한 모션 블러가 발생하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때로는 모션 블러가 움직임의 긴 궤적 등을 표현하여 독특한 표현이 가능한 장점도 있다. 벌브 모드의 경우에는 셔터 버튼을 누른 상태로 일정 시간 이상을 지속하여야 하므로 별도의 확장된 셔터 릴리즈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편하고, 여의치 않다면 타임 모드 셔터가 열려 있는 시간을 사전에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벌브 모드 등 장노출 촬영의 편의를 위해서 예전부터 아래 링크와 같은 '기계식 셔터 릴리즈'가 주로 활용되었고 직관적인 작동 방식과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었는데, 근래 디지털 카메라 셔터 버튼에는 장착할 수 있는 나사 구멍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다.(기계식 셔터 릴리즈의 금속 탭/TAP을 조작해서 계속 누르고 있거나 또는 한번 누리면 셔터 눌린 상태로 고정하는 기능 설정이 가능하다)
http://s.click.aliexpress.com/e/tTlSzu3Q
벌브 모드와 타임 모드의 의외의 활용이라면 순간적으로 발생했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섬광 촬영에 유용하다. 대표적인 경우로 번개의 '섬광 촬영'을 들고 싶다. 언제 번개가 번쩍일지 순간을 특정하기 어렵고 아주 빠르게 사라지는 번개 섬광의 특성으로 시각적으로 인지하고 셔터를 눌러 촬영하기에는 무리다. 따라서 번개 섬광이 나타날 지점점이나 순간을 예측하고 벌브 모드 또는 타임 모드를 활용하면 섬광을 포착할 확률이 한결 높아질 것이다. 물론 장노출의 특성 상 야간이나 어두운 촬영 조건에서의 번개 촬영 등에 유리하고, 청천 벽력과 같이 맑은 하늘의 날벼락? 을 촬영하고 싶다면 고밀도의 ND 필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어두운 배경과 밝고 선명한 번개라는 드라마틱한 표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 텐데 구글링으로 검색한 이미지로 대략의 느낌만이라도 감상해 보자. (특정 표현은 가공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디지털 이미지란 점을 감안하는 것이 좋겠다)
벌브 모드를 사용한 장노출 사진에서 종종 발생하는 노이즈에 대한 정보 또한 다른 링크의 수다로 대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