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종이 접기로 전등갓을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경험이 없다 보니 종이의 재질 선택과 너무 단순한 모양 등에 만족하기 어려웠다. 만들고 난 직후에는 제법 그럴듯해 보였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단점이 하나 둘 눈에 거슬렸는데 주 재료 종이는 너무 두껍고 빛 투과율이 낮은 탓에 전구의 빛을 거의 가려버렸고, 은은히 비치는 전등갓의 매력을 찾기 어려웠다.
종이 접기의 주인공인 그녀와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고 전등갓에 더 어울리는 업그레이드된 재질과 모양으로 재도전해 보자고 의기투합했었고, 이번 주말을 이용해서 종이접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물론 종이 접기는 여전히 그녀의 몫이 되었고 응원을 빙자한 잔소리와 카메라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나름의 제작기를 촬영/편집해 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종이접기는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었고 몇 시간이면 충분하리란 예측을 훌쩍 뛰어넘어 이틀에 걸쳐서야 겨우 완성되었다. 영상의 촬영과 편집 또한 고되어서 유튜브에 자주 업로드하는 사람들의 부지런함과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살짝 엿본 기분이다. 그래도 날림으로 대충 만들었던 이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듯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제목에 충실한 영상으로 '종이 접기를 통한 전등갓 만들기'이며, 영상에서 사용된 전구는 빈티지 콘셉트의 LED 전구다. 필라멘트의 모양을 LED 발광부로 대체한 아이디어가 재밌다. 덕분에 효율도 좋고 밝으며 열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필라멘트를 사용하는 전구(백열등)는 열이 많이 발생하여 화재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유사한 종이 전등갓을 잘 맞지 않을 듯하다. '종이 포일'로 불리는 유산지, 황산지(Parchment paper)를 활용했고 양면이 실리콘으로 처리된 유산지(silicone parchment paper)로 비교적 열에 강한 편이다. (프라이팬이나 철판에 올려놓고 삼겹살 구워 먹는 그 종이다)
전통 한복의 갓 모양처럼 크고 가느다란 갓을 만들어 달라고 고집을 부렸는데, 결과물은 멕시칸 전통 의상의 그 모자처럼 보인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공산품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 결코 기회비용 측면이나 효용 측면에서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늘 경제적 효용만을 쫓는 이기적인 경제인으로서의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이익이나 이해의 타산을 뭉개고 스스로를 위한 원초적인 생산적인 활동에 필(feel)이 꽂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를 뭐라 정의할지 몰라서 '원초적 가내 수공업과 생산적 활동에 대한 현대인의 달뜬 욕망'이라고 혼자서 정의하곤 피식 웃고 말았다. 농경 사회의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도 저녁이면 멍석 위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대며 새끼줄을 꼬던 옛사람들의 유구한 전통이 무의식 중에 잠재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