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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One more step

디지털 카메라 시대, 빈티지 수동렌즈의 효용 - "올드 렌즈 사용의 辨" / Utility of vintage MF lens

 

디지털 SLR 카메라가 전성기를 맞이하고 난 이후, 그 간 일부 마니아 층에서만 간간이 애용될 뿐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던 필름 카메라용 수동 렌즈가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등장 후 디지털 카메라와 빈티지(올드) 렌즈의 이종 장착(교배)이 꽤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그리고 올드 렌즈의 재평가와 함께 덩달아 온라인 상의 거래나 해외 직구도 활발해졌다. 물론 아직 현재의 디지털 카메라와 최신 렌즈들에서 빈티지 렌즈의 효용에 부정적이거나 단지 조금 이색적인 취미의 일환으로 평하는 의견도 많은 듯하고 실제로 올드 렌즈를 경험해 본 사진 애호가들도 각자의 취향과 느낌에 따라 상이한 평가와 효용을 이야기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듣고 보게 된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올드 수동 렌즈는 어떤 의미와 효용을 가지는 것일까? 아직 올드 렌즈를 경험해 보지 않은 누군가가 묻는다면 어떤 말로 그 감상이나 효용을 설명할 수 있을까?

 

"쓸만하지만, 호불호가 갈린다. 감성 넘치지만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이야" 라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해야 할까. 올드 수동 렌즈를 꽤 즐기지만 그 효용에 대해 딱 부러지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올드렌즈를 사용하며 느낀 감상이나 효용을 어떻게 설명하거나 전달할 방법은 없을까?  '이종교배 쓸만해?' '그거 왜 하는 거야?' 라고 묻는 이에게 이해를 돕는 지푸라기라도 되길 바라며 올드 렌즈의 효용에 대한 개인적인 소소한 감상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빈티지 MF 렌즈와 최신 AF 렌즈를 탈 것에 비유하곤 한다. (비유가 적절한 지, 타인이 공감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 감상임을 전제로 수다를 이어가 보자) 올드 수동 렌즈는 자전거 같다. 빠르게 이동하는 데 한계가 있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수단으로는 썩 적절치 않으며 육체적인 힘이 필요하며, 자전거 타는 법을 처음엔 조금 배워야 하고, 몸이 편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최신의 AF 렌즈들은 자동차 같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또는 전기의 힘으로 빠르게 그리고 먼 거리의 장소에도 우리를 편안하고 수월하게 데려간다.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고가의 최신 렌즈들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포르쉐 같은 고성능의 스포츠카를 연상시킨다. 일반적인 도로에서 달리는 용도로는 일반 자동차와 다름없지만, 운전자의 숙련도나 운전 테크닉과 결합하면 엄청난 퍼포먼스를 뿜어낸다. 줌 렌즈는 수십 명을 동시에 태우고 달릴 수 있는 버스 같은 것에 비유하면 적당할 듯하다.

 

이 시대에 어울리는 이동수단은 단연코 자동차다. 빠르고 쾌적하다. 하지만 간혹, 이유나 목적이야 어찌 되었든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고, 자전거만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전거는 인간의 다리 힘을 동력원으로 하는 근대적인 이동수단인 동시에 오늘 날에도 여러모로 쓰임이 많은 것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있으니 자전거는 필요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말도 자동차로 대신 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자전거가 무 쓸모란 뜻은 아닐 테다.

 

 

 

 

빈티지 수동 렌즈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자.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느리고 한편으론 불편한 것 투성이지만 자전거만이 가지는 장점과 자동차로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여유롭게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며 달릴 수 있고, 좁은 골몰길을 내달리기도 하고 어디든 멈춰 서서 주차 걱정 없이 일을 보고 오거나, 집 안에 자전거를 모셔두는 호사를 부릴 수 있다. 하지만 '속도와 이동할 수 있는 거리 그리고 편리함'만으로 평가하자면 자동차보다 자전거의 효용은 없거나 매우 하찮아 보인다.

 

빈티지 렌즈들 또한 자전거와 겹쳐지는 공통점이 많다. 오직 사양과 빠른 포커싱 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면 수동 렌즈는 느리고 불편할 뿐이다. 물론 자동차도 아주 저속으로 느리게 이동할 수 있고, 아무 곳이나 멈춰 서서 쉬어갈 수 있고, 자전거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자동차로 대신 할 수 있듯이 수동 렌즈가 구현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최신 AF 렌즈들도 구현해 낸다. 하지만 자동차가 있으니 자전거가 효용 없고, 필요 없는 것이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자동차를 살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하거나 불편함을 즐거움이라 우기는 이상한 취향의 사람이 아니듯, 빈티지 렌즈 또한 나름의 효용으로 장점과 매력이 있다.

 

필름 카메라에 올드 렌즈를 장착한 느낌은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느낌이라면, 최신의 디지털 카메라에 수동의 올드 렌즈를 장착해서 사용하는 느낌은 자전거를 타고 구경할 것 많고 복잡한 도심을 한가로이 달리는 느낌과 유사하다. 도시의 하루는 모든 것이 빠르고 격렬하게 톱니바퀴의 움직임처럼 빠듯하게 돌아간다. 복잡한 도심에서 자동차에 밀려 자전거 타기는 쉽지 않은데 다행히 근래 자전거 전용도로가 많이 생겨나 이전보다 쾌적하고 큰 어려움 없이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와 같은 올드 렌즈 사용자를 위한 편의 시설 역할은 카메라 제조사의 MF 작동 또는 이종 장착을 위한 각종 기능이나 이종 마운트 간의 변환용 어댑터 등 각종 편의 장치들이 담당하고 있다.

 

 

간혹, 자전거에 엔진이나 전기모터를 달고 다니는 걸 본다. 자전거의 효용에 편리함까지 추구하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이거 참 어중간해 보이기도 한다. 차라리 모터싸이클을 타는 게 낫지 않을까? 자전거 페달을 구르는 수고와 자전거 타는 즐거움이 상쇄되며 이도 저도 아닌 듯하다.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자전거는 페달 구르는 것이 제맛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전기 자전거가 편해서 좋다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카메라 관련 액세사리 중의 하나가 테크아트 -ThchArt-의 LM-EA7 같은 악세사리이다. 라이카 M 마운트의 수동 렌즈들을 AF로 사용 가능하게 해주는 악세사리란다. 처음 봤을 때, 오! 감탄사가 나온다. 왠지 효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전거에 달린 전기 모터를 자꾸 연상시킨다.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뭘까? 자전거에 전기 모터가 달리면 자전거 타는 즐거움이 커질까? 고민해 보면, 이 비싼 장난감의 효용이 의심스럽다. 온종일 자전거를 타고 배달 다니는 사람에게는 전기모터 달린 자전거가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전거에 억지로 모터를 단 것보다는 배달용 모터 사이클(오토바이)이 더 실용적이고 현명한 선택일테다.

 

테크아트의 이 악세사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근원적이고 주요한 이유는 나는 소니 카메라를 즐겨 사용하지 않으며 지금 수중에 라이카 렌즈도 없다는 사실이다. 무소유는 고뇌와 번민을 해소하는데 참 탁월한 효과가 있다. (AF의 포커싱 속도와 정확한 정도를 수동 포커싱에 견주어 볼 때는 기존 올드 렌즈의 태생적 한계(포커싱에 있어서의 수동 렌즈의 단점)를 보완해줄 수 있는 독특한 악세사리임에는 틀림없다)

 

ThchArt LM-EA7

 

 

황당한 자전거 드립은 여기서 마무리하자.

 

 

최근 이종교배의 인기로 올드 렌즈들이 점차 인기를 얻게 되자 올드 수동 렌즈의 성능이나 감성적인 부분을 과대포장하거나 감성적인 부분을 너무 크게 부풀려서 특정 부분에 편중된 가치 평가를 유도하는 등의 경우를 보게된다. 올드 렌즈들은 그 당시 최고의 기술력으로 만든 최고의 렌즈였을지는 몰라도 지금 기준에서 보면 그 이후의 새로운 혁신, 그리고 발전되고 개선된 기술을 포함하지 못한다. 분명히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분명히 인정해야만 올드 렌즈로서의 실질적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최신 렌즈의 모든 것을 대체하거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고 오만이다. 필름 시대의 감성이나 올드 수동렌즈만의 고고한 맛이 있지만, 그것으로 다양한 바램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가치 평가도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올드 렌즈 특히 오래된 중고 제품이나 골동품은 좀 특이한 가치구조로 되어 있음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희소성의 가치나 독특한 취향에 편중된 평가를 종종 마주친다. 물론 공감하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취향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일방적인 평가가 눈에 거슬리기도 하고,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취향이 고려되지 않은 주장으로 말미암아 올드 렌즈 전반에 대한 실망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 최근 눈에 띄는 부분이 렌즈의 보케(Bokeh)가 아닐까 싶다. 보케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마니아들도 있지만, 사실 보케가 시각적으로 잘 띄어 주목받지만, 1990년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관련 용어가 생겼을 정도로 그 역사나 관심은 길지 못하며 사진에서 광학적 성능으로 차지하는 부분은 일부분이고 하나의 표현/연출 방식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관심 이전만 하더라도 보케는 엄밀하게 따지면 광학적 고려의 주요한 대상이 아니라 보조적인 부산물이 정도가 아닐였을까, 그리고 보케의 시각적 효과로 수차 보정 등을 파약하기 쉬운 이유도 리뷰 등에서 주로 다뤄져서 현재의 관심을 얻는데 한몫을 했다)

 

이런 보케를 렌즈나 사진에서 주객이 전도되어 주 요소로 언급하는 것에는 썩 공감할 수 없다. 흔히 "보케 몬스터"니 "보케 ****"로 불리는 렌즈들은 취향이나 호불호에 의해 좌우된다. 사실 보케가 만들어내는 차이를 간혹 구분하지 못한다. 보케는 아름답고 그리고 렌즈에 대한 평을 할 때면 으레 한 번씩은 언급하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더 화사해 보이는 렌즈들이 있지만, 이게 더 좋은 렌즈라는 것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개구리 알 보케라는 둥, 회오리 보케, 무슨 보케 등등 이름도 참 많다. 이런 주관적인 평가를 개인 공간(블로그나 SNS, 커뮤니티 등)에 남기는 것이야 문제 될 것 없겠지만, 흔히 거래를 위한 홍보 글, 판매 목적의 글 등에서 이런 표현을 덧붙여 호객/홍보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 플레어 마니아들도 플레어가 아름다운 렌즈들을 연구하곤 하는데, "플레어 몬스터"나 "토성모양 플레어" 등으로 이름 지어 판매 글을 올린다면 이 또한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싶다. 찾다 보면 보케나 플레어 뿐이겠는가.

 

개인적으로는 '가난한 자의 ***'로 칭하는 말도 이상해 보인다. 흔히 라이카나 칼 자이스가 ***에 종종 들어가곤 하는데 라이카/자이스 보다 못하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다른 제품의 유명세에 기대어 홍보?하는 방식은 아닌지 의아하다. 자이스나 라이카 광학에 대한 이상한 환상만 가득하다. 라이카는 완성도와 광학적 성능이 우수한 것도 있지만, 한 우물을 판 집념으로 전통을 지켜온 장인 정신으로 인정받는 카메라 제조사와 제품이기도 하다. 광학적 성능만으로 라이카나 자이스에 비견되거나 넘어서는 제조사와 제품도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마냥 독일산 '엄지 척' 이런 것이 정확한 정보/평가인지 의심스럽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올드 렌즈나 카메라 중에서 그 시대의 최고품(최고 사양의 제품)을 사용해 보고 싶은 욕구보다는 그 시대의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제품을 사용해 보고 싶다. 가장 대중적이었던 이유나 원인도 궁금하지만, 그 시대의 사용자에게 '어필'했던 장점과 그들의 선택을 경험해보고 조금이라도 공유해보고 싶다. 시대 정신이 일부 상류층이나 권력층 몇몇의 생각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 대중의 정신이 듯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카메라나 렌즈는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것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런 렌즈들은 대중적이었던 만큼 구하기도 쉽고 가격이 착한 것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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