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카메라 렌즈는 일반적으로 내부의 광학 구성요소(Element) 전체 또는 특정 요소 또는 요소 군의 간격을 조정/변화시켜 포커싱(초점 조절)이나 줌(초점거리-화각- 변경)이 작동하는 구조다. 렌즈의 개발/제품화 과정은 수학적 계산에 따라 렌즈 광학부의 각 요소의 굴절률(구면 곡률과 Element의 구면 곡률과 광학유리의 재질에 따라 굴절률은 달라진다)과 간격을 조정하여 원하는 광학적 배율을 구현하도록 설계되고 이 설계상의 렌즈를 현실에서 실물/제품으로 구현하고 사용자 편의에 맞게 작동할 수 있도록 구성되는 틀과 구동 장치(광학 유리로 구성된 광학부와 광학 유리 요소 간의 간격을 조절하여 포커싱과 주밍을 위한 렌즈 내부 구동 장치, 그리고 렌즈로 입사되는 광량과 심도 조절과 관련된 조리개 장치, 그리고 이 모든 기계 장치를 단계별로 조절하기 위한 조작부)로 대략 구분할 수 있다.
이번에 수다 나누고 싶은 내용은 렌즈의 광학부 구성 요소를 이동시키는 장치의 구조에 방식에 따른 특징이다. 렌즈 내부에 위치한 내부 요소 간의 구동 장치는 렌즈를 분해하기 전에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렌즈의 마케팅에서 소비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고 기술적으로 다른 렌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반적인 구조/기술이며, 따라서 렌즈의 단면이나 매뉴얼 등에서도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 기본적인 내부의 구조 정도로 취급되기 때문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렌즈의 내부 요소의 이동 방식이나 구조에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수동 전용의 MF 렌즈와 AF나 줌 렌즈의 포커싱 및 주밍(Zooming) 조작 시, 조작감의 차이가 심했고 왜 AF렌즈나 줌 렌즈는 이런 수동 렌즈에 비해 형편없는 포커싱 링 조작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AF 기능에 맞춰진 렌즈라서 수동 조작감이 나쁜 것이라고 마냥 이해하기에는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고 근거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뛰어난 AF 성능을 구현하면서 동시에 MF 포커싱이나 줌 조작감도 수동 전용 렌즈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만들 수는 없었던 것일까.
구동장치의 구조나 작동원리를 이해한다면 렌즈의 사용이나 이상 작동에 대한 조치, 나아가 사소한 고장 등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렌즈의 광학부의 구성, 조리개 구조나 작동방식, 포커싱 방식, 줌 렌즈의 구조 등에 대해서도 간략히 다루었던 바, 구색을 갖추기 위한 이유도 있겠다.
"왜 수동렌즈의 포커싱 조작감과 AF 렌즈의 수동 포커싱 조작감은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일까?"
헬리코이드 구조와 작동 방식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차이에 대해 알아보자.
▶ 수동 렌즈의 내부 요소 이동 구조 - Helicoid
Helicoid는 나선형, 나선체, 나선 곡면을 나타내는 말로 일반적인 나사의 나사선을 떠올리는 것으로 그 구조와 일반적인 특징을 짐작할 수 있다. 나사와 너트를 결합할 때 회전으로 두 개가 결합하며 전후 이동 가능한 방식이 렌즈 내부의 구성요소들의 간격을 이동/조정하는 헬리코이드의 기본 구조다. 수동 전용 렌즈들은 대부분 헬리코이드가 광학부를 감싼 형태로 나사 역할을 하고 경통(Barrel assembly)이 너트의 역할을 한다. 일부 렌즈의 경우에는 헬리코이드 구조가 카메라 마운트 부분에 있는 경우도 있다.(Contax RF mount/kiev/Nikon RF mount 등)
▷ 참고. Contax RF 마운트의 구조와 결합방식 http://surplusperson.tistory.com/156
헬리코이드의 구조 형태나 작동 방향, 위치 등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인 구조나 동작 방식은 같다. 일반적으로 수동 렌즈의 헬리코이드는 황동 등의 금속 재질로 제작되며 마모 방지와 부드러운 구동, 그리고 헬리코이드로 결합되는 두 부속의 유격으로 인한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하여 점성이 강한 그리스(grease)를 윤활/보충제로 사용하는 데. 묵직한 무게감과 부드러운 조작감은 이와 관련이 깊다.
하지만 이런 금속 재질이 때때로 묵직한 조작감 때문에 빠르고 가벼운 수동 포커싱 조작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고, 헬리코이드에 사용된 윤활 목적의 그리스가 녹아내려서 조리개 날이나 내부의 구성요소 구면 등에 유막/오염을 만들기도 한다.
렌즈 내부의 헬리코이드는 회전에 따른 전후 이동 수치에 따라 수동 포커싱 정밀 조작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회전 당 전후 이동 거리가 작을수록 즉, 나사선의 기울기가 완만할수록 포커스 링의 회전당 직각 축의 직선 이동이 더 작게 발생하여 세밀하고 정밀한 포커싱이 가능하다. 반대로 회전당 이동거리가 길수록, 나사선의 기울기가 클수록 정밀한 초점 조정의 장점은 사라지지만 반대로 비교적 신속하게(포커싱 링을 조금만 조작해도 초점 조절 거리가 많이 변화한다) 초점 조작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헬리코이드가 서로 닫는 면적이 좁을수록 마찰이 적게 발생하여 비교적 가벼운 조작감을 보이며, 접속 면이 넓을수록 마찰력이 증대하므로 안정적이고 묵직한 조작감을 보인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근거리에서는 매우 회전당 포커싱 거리 변화가 매우 적으므로 세밀한 포커싱이 장점이지만 빠른 포커싱에 어려움이 있고, 망원 영역 포커싱에서는 조그만 이동에도 초점거리가 많이 변화하여 정밀한 포커싱에 어려움이 있는 단점이 있었다.
헬리코이드에 사용되는 윤활제-그리스-의 점성(점도) 정도에 따라 헬리코이드 조작감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 AF 렌즈와 줌 렌즈의 내부 요소 이동 장치 (Cam system)
오토 포커싱(AF) 렌즈는 수동(MF) 전용 렌즈보다 포커싱 구동장치에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먼저 대부분의 AF 구동을 위한 구동장치 모터와 기어장치가 렌즈 내부에 위치하므로 공간적인 제약이 있다. 그리고 수동 렌즈의 수동 포커싱을 위한 헬리코이드 방식은 무겁고 묵직하므로 빠르고 가벼운 이동이 필요한 AF 렌즈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AF 렌즈의 내부 요소 이동은 구동 모터와 기어에 의한 빠르고 가벼운 구동이 기본이 되고, 수동 포커싱 조작은 부수적인 장치로 설계되거나 아니면 생략되기도 한다.
AF의 헬리코이드 구조 또한 수동 AF의 헬리코이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일반적인 수동 포커싱의 구동 방식은 초점 링(focusing ring)을 회전시켜 내부 경통(lens barrel assembly)을 따라 비스듬하게 팬 홈(보통 barrel assembly 양쪽 대칭으로 두 쌍으로 설계)을 따라 회전 운동을 전후 운동으로 전환하여 이동하는 캠 방식(cam system)이다. 이 방식은 간단하고 가벼운 구동이 가능하고, 포커싱 거리별로 회전 속도를 변경(vari-pitch system)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970년 중반 이후 특히 줌 렌즈와 이후 등장하는 AF 렌즈에 채택되었다. 하지만 포커싱 조작감이 조악 해지는 주요한 요인인 바로 캠 시스템이며, 가벼운 재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해당 부속(캠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는 선형 가이드 링 등)의 마모/변형이 쉽게 일어날 우려가 있으므로 내구성은 수동 전용 렌즈의 헬리코이드 방식에 미치지 못한다.
렌즈 포커싱에 Cam 시스템 방식의 등장 배경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가보자. 헬리코이드 방식의 초점이 동은 나사산의 피치 간격에 따라 포커스 링 회전에도 일정하게 움직이므로 원거리 초점에서는 일정 회전에도 초점 영역이 많이 변화하였고 근거리 초점에서는 반대의 현상을 보였다. 이런 특성은 망원렌즈 등에서는 접합하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식으로 개발된 것이 캠 시시템 방식이며 포커싱 방법은 경사도를 근거리 초점과 원거리 초점에 다르게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러한 가변-피치 시스템(Vari-pitch system)은 1970년 중반 이후의 초망원 렌즈에는 캠 시스템 방식이 적용된 수동 렌즈들에 종종 등장하였다. 하지만 포커싱 거리에 따라 캠 운동을 위한 경사가 다르고 이에 걸리는 부하도 다르다. 따라서 조작감이 포커싱 영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들쭉날쭉하여 cam 방식의 렌즈들이 조작감이 좋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AF 단렌즈에서만이라도 부드러운 수동 포커싱 조작감을 위해서 MF의 헬리코이드 방식을 적용시킬 수는 없을까? 불가능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저항으로 묵직한 작동감과 무거운 MF 헬리코이드 방식은 빠른 AF 포커싱을 위한 가벼운 이동 방식에 적절하지 않다. AF 구동을 위한 오토 포커싱 구조와 구분되는 수동 포커싱만을 위한 별도의 헬리코이드 구조도 가능은 하겠지만 제조비용이나 렌즈 내부 공간 활용 등에서 효용이 떨어져 상용 제품으로 만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줌 렌즈에서 렌즈의 초점 거리(화각) 변경을 위해서 줌 링을 조작할 때에는 여러 요소 군이 이동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AF 렌즈에서와 동일한 원인으로 광학부와 경통 사이의 공간적인 제약이 크고, 화각 변경을 위한 줌 구동 장치까지 더해져 더 복잡하다. 여러 요소 군을 동시에 각각 다른 수치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아래 이미지와 같이 각기 다른 경로 지정을 위해 비스듬한 홈이 여러 개 경통 내부장치-lens barrel assembly-에 있어야 한다. 줌 렌즈의 화각 변경 시 내부 요소의 이동/구동 방식 또한 Cam system 방식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고 줌 조작 시 조작감 또한 캠 시스템의 단점으로 수동 부드러운 작동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내부 경통의 지정된 홈에 따라 렌즈 요소들이 부드럽게 이동하기 위하여 윤활 목적의 그리스가 사용되기도 하고, 와셔와 유사하게 생긴 선형 가이드 링 (linear guide ring) - 흔히 Collar으로 불리기도 한다-이 사용되는데 일전 광축 이탈과 관련한 포스팅에서 한번 다룬 바 있듯이 이 부속의 마모/변형 등으로 렌즈 구성요소의 정상적인 구동이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흔히 광축 이탈 등으로 불리는데, 수차/색수가 심하게 나타나거나, 렌즈의 해상력이 저하되기도 하고, 비정상적인 플레어/고스트 등의 발생 등의 증상이 따른다. 이런 증상은 결과물의 일부분이나 비대칭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광축 이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참고의 기존의 포스팅을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
2016/09/22 - [잉여 Know-how/관리 및 보관, 자가수리 방법 탐구] - 카메라 렌즈 광축 이탈의 원인과 교정/수리 및 예방 (Optical axis)
수동렌즈와 AF 렌즈의 수동 포커싱의 조작감의 차이, 그리고 AF 렌즈에서 수동 포커싱으로 정확한 포커싱이 어려운 이유, 줌 렌즈의 주밍 시에 조작감 등도 대략적으로 설명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장황하게 설명하였지만 포스팅하기 위해 들인 노력에 비해 별로 도움될만한 내용은 없어 머쓱해진다. 크리스마스의 휴일을 수다 떠는 것에 상당 부분 소모한 만큼 유사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사용된 이미지들은 구글링을 통해 퍼 온 것들이다. 이전 렌즈 분해 시에 남겨둔 사진을 몽땅 지워버린 탓에 예시할 적절한 사진이 남아있지 않았다. 사실 렌즈 해부나 하며 잉여력 가득한 사진을 찍는 것도, 오래 보관하는 것도 그리 달갑지 않다. 근래에는 분해하거나 청소할 렌즈도 동이 났고 포스팅 소재 고갈로 수다도 마음껏 떨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