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회절 현상에 대해 긴 수다를 떨었지만, 언제나 제대로 된 마무리를 못하는 듯하다. 기존 수다 내용에 좀 더 보충하여 부족함을 만회하고자 한다. 중언부언하며 의미 없는 수다가 되지 않도록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선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 수다 내용을 참고하자.
▶ 회절현상과 이미지 센서 크기에 따른 화질의 상관관계
이전 수다에서 촬상소자(이미지 센서 또는 필름)의 크기/포맷에 따라 렌즈의 초점거리가 변동되고 초점거리에 연동하여 조리개 값은 결정되므로 결과적으로 중/대형 포맷의 카메라와 렌즈에서는 동일한 조리개 값에서 회절 현상에 의한 화질 저하가 크게 문제 되지 않으며 더 높은 조리개 f/22 또는 f/36 등에서만 화질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기술한 바 있다. 그러면 35mm 필름 포맷보다 작은 이미지 센서를 내장한 카메라- 일명 크롭 바디 카메라에서는 작은 촬상소자(이미지 센서나 필름)의 문제로 회절 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일까? 따라서 f/11이나 f/8 등의 조리개 값에서도 빛의 회절로 화질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을까?
위 물음에 답은 “대체로 그렇하다”이다. 기본적인 내용은 중/대형 판형의 카메라와 소형(35mm) 판형에서와 동일하게 APS-C,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 또는 그 이하의 더 작은 이미지 센서를 가지는 카메라는 풀 프레임(35mm) 판형의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동일한 초점거리(화각)에서 더 작은 조리개 구경을 가지고, 그 결과 회절현상에 의한 화질 저하는 더 심화된다.
‘대체로’ 그렇다라고 대답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전에도 언급했고, 아래에도 다시 언급하겠지만, 렌즈의 초점거리가 다르면 동일한 조리개 값의 상태이어도 조리개의 구경(직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점거리가 짧은 광각보다는 초점거리가 긴 망원 화각에서 조리개의 직경은 보다 크다. 따라서 조리개 직경이 커지는 긴 초점거리의 망원에서는 동일한 조리개 값이라 하여도 조리개 직경이 커서 회절이 덜 발생한다. 그리고 빛의 파동성이란 물리적 특징과 간섭에 의해 회절은 작은 슬릿에서 언제나 발생하지만 조리개 구경의 크기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다. (조리개가 열린 상태에서도 조리개가 이상적인 구형을 이루지 않는 한 조리개 날이 겹치는 곳에서 좁은 슬릿이 생긴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빛의 회절이 어느 조리개 값에서부터 발생하느냐는 물음은 옳지 않다. 모든 조리개 값에서 빛의 회절은 일정 발생하고 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고 화질 저하가 카메라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해상력을 저하시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단계의 조리개 값 또한 위에서 기술한 이유로 렌즈의 초점거리/화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조리개 값(F/값) =렌즈의 초점거리 / 입사동(조리개)의 직경
▷참고 - 초점 거리와 화각 (Focal Length & Diagonal angle of view) http://surplusperson.tistory.com/212
망원보다는 광각(짧은 초점거리)에서의 조리개 직경(입사동의 직경, 유효 구겅)이 더 작고 이에 빛의 회절도 심화되는 것은 이전 포스팅에서 설명하였으므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한다.
이러한 결과들이 소소하게 모여서 ‘판형(필름이나 이미지 센서 등 촬상소자의 크기)이 깡패’라는 결론을 도출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큰 판형(이미지 센서 크기)으로 인한 장점은 조리개를 조였을 때의 회절 현상에 의한 화질 저하가 적은 것뿐만 아니라 심도의 표현(판형과 심도가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동일한 시야 범위(FOV, 또는 화각 -AOV)를 표현하는 데 있어 렌즈 초점거리 및 조리개 값 선택에서의 이점이 있다), 세부의 디테일한 묘사, 화질 등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엄밀하게는 장착되는 광학계/렌즈로 인한 문제이지 필름/이미지 센서의 규격이나 판형, 크기로 인한 직접적인 결과는 아니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와 화질의 상관 관계에서 가장 큰 요소는 ‘수광률’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주제로 다뤄보자. 동일한 픽셀 수(화소)라는 조건에서 이미지 센서의 크기는 수광률에 차이를 보일 개연성이 크고, 따라서 한 픽셀당 수광 면적이 넓은 큰 이미지 센서가 화질에서 유리하다. 이번 수다에서는 회절과 이미지 센서의 크기에 대한 상관관계만을 국한하여 다루었다.
단순히 ‘화질’이란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했는데 사실 화질을 평가하는 요소는 단순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빛의 회절 현상은 화질을 저하시키는 나쁜 것인가?”
빛의 회절에 의한 화질 저하 대해서만 수다를 떨다 보니 빛의 회절 현상이 나쁜 것으로만 다루어진 듯하다. 사실 빛의 회절로 인해 생기는 효과는 화질 저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야경 사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광원의 멋진 빛 갈라짐 현상 또한 빛의 회절 현상의 대표적인 결과이다. 조리개를 조일수록 빛 갈라짐이 더욱 뚜렷해지고 길어지는 것 또한 작은 조리개 구멍, 특히 각진 모서리 부분의 좁은 틈에서 빛의 회절이 더 심화되고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이 번갈아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리개의 모양에 따라 빛 갈라짐의 수는 렌즈마다 다양한데 이는 조리개의 꼭지각의 수와 관련 있다. 완전한 원형을 이루는 조리개의 경우에는 회절이 심화되는 모서리 부분이 없으므로 빛 갈라짐이 생기지 않는다.
위의 빛 갈라짐 이미지 샘플에서 모든 조리개 값에서 빛의 회절은 발생하며, 조리개 수치가 높아질 수록 회절의 정도가 심해짐을 알 수 있다. 조리개 날이 짝수인 렌즈는 조리개 매수에 비례하는 빛 갈라짐을 만들고, 조리개 날이 홀수인 렌즈에서는 조리개 날 수의 배에 해당하는 빛 갈라짐이 나타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JTBC 손석희 사장에 대한 존경을 담은 오마쥬!)
▶ 왜? 이런 회절에 의한 화질 저하가 최근에 자주 거론되는 것일까?
필름 카메라의 시대에는 이런 것 크게 신경 안쓰고 잘 찍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는 최첨단 기술, 특히 고집적의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준 혜택의 다른 면인 듯하다. 즉, 이미지 센서의 크기는 줄어들었는데 화소 수는 대폭 증대된 카메라들의 등장으로 회절에 의한 화질 저하 또한 자주 언급된다. ‘렌즈의 해상력’(잔여 수차에 의한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의 해상력 문제)에서 다루었던 35mm 필름(135 film)의 해상력(분해능, 정확하게는 필름 현상과 인화를 거친 결과물의 해상도)은 지금의 디지털 화소 수준으로 비교하자면 800만 화소의 수준이었고 이를 현상/인화하여 이미지로 구현 가능한 화질은 F/16이나 F/22 조리개에서 회절 현상으로 인한 화질 저하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수준이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APS-C 규격의 필름이나 그 이하의 작은 마이크로필름 규격에서도 줄어든 필름의 면만큼 해상력도 감소하므로 촬상소자의 크기는 일부의 화질(해상력) 저하에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35mm 필름의 해상력(필름 현상과 인화를 거친 결과물의 해상도) 약 800만 화소 너무 저화질로 생각되는가?, Full HD급(1920X1080)의 해상력이 200만(2K) 화소이다. 가장 최신의 동영상 상영방식인 UHD급이 800만 화소, 4k 해상도이다. 디지털 동영상 전송 기술의 발전이 놀랍기는 하지만, 800만 화소의 해상력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의 고화소, 고해상력(분해능)의 이미지 센서를 갖춘 디지털 카메라, 특히 이미지 센서의 크기를 줄이고 고화소를 실현한 콤팩트 카메라나 렌즈 교환형의 작은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미러리스나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일수록 회절에 의한 화질 감소가 더 두드러지는 것이 주요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역시 ‘판형이 깡패’이므로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35mm 풀 프레임 규격이나 중/대형 포맷의 카메라가 정답일까?
이 주제에 대해서도 이전에 포스팅에서 몇번 언급했었던 내용인데, 다시 한번 간략히 정리해서 나열하며, 첫째, 자신의 용도에 맞는 선택이다. 소형 판형의 카메라를 일반적인 용도에서 사용할 때에는 지금까지 회절에 의한 화질 저하 등에 대하여 실질적인 불만이나 불편을 겪을 정도의 사진 생활을 영위하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나 직업상 고화질의 사진을 요하는 일명 사진 관련 종사자, 그리고 대형 프린트로 출력을 하거나 크롭 한 일부의 사진이 필요한 또는 고해상도의 사진이 필요한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회절 현상으로 인한 화질 저하가 문제 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단적으로 일반적인 실생활에서 조리개를 완전히 조여서 촬영하는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자.
둘째, 완전히 조리개를 조여 회절에 의해 화질저하가 발생한다 하여도 일반적인 사진 출력 크기나 작은 액자에 전시/진열하는 정도의 사진을 뽑는 데에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 화질 수준이다.
셋째, 최신의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에 의해 화질 저하에 대해 대응하는 기술이 구현되어 있는 카메라도 있다.
넷째, 무엇보다 ‘판형이 깡패’인 것은 일부 사실이지만, 이를 활용하는 사람의 감각과 기술이 더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중/대형 판형이 주는 금전적 부담(필름만 비싼 것이 아니다. 커진 카메라와 동일한 화각 구현을 위해서도 더 긴 초점거리와 커다란 렌즈는 취미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럽다)과 휴대성 저하, 조작의 불편 등은 일반 취미로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에게는 쉬 다가서기 어려운 벽이며 한계다.
소형의 이미지 센서를 가진 카메라에서 F/8이나 F/11 등의 조리개 값에서도 회절에 의해 화질 저하 발생 여부를 묻는 물음에 답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