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Pancolar 렌즈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인지도와 인기도가 꾸준히 높아져 온 렌즈다. 디지털 카메라와 구형 수동 렌즈 간의 교차 사용 활성화와 Carl Zeiss 브랜드의 가치는 Pancola 렌즈의 인기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 같다. 잘 알려진 렌즈일지 모르지만 간단한 스펙, 광학적 특성, 개인적인 소소한 감상에 대해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Pancolar 1.8/50mm는 동독에서 생산된 렌즈로 35mm 규격 SLR 카메라용으로 Pentacon 1.8/50mm("Pentacon" 브랜드 제품은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칼 자이스 예나 렌즈로 말하기에는 무리라 생각한다. VEB 펜타곤 드레스덴에 의해 제조되었다)와 함께 동독의 표준 렌즈를 대표하는 프라임 렌즈라 말할 수 있다. 판콜라 렌즈는 광학식의 차이와 마운트 규격으로 구분되어 크게 4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독일 광학 그리고 카메라의 대표 브랜드였던 칼 자이스와 자이스 이콘은 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독일이 동/서독으로 분할되었고, 미소의 냉전 대립을 거치며 동독의 칼 자이스(오버코헨, 옵톤) 자이스 이콘과 서독의 칼 자이스(예나)와 자이스 이콘으로 각각 분리되었다. 각종 판권과 관련한 소송 등을 거치면 두개의 회사로 각기 다른 길을 걷다가 독일의 통일 후 현재의 서독 중심의 칼 자이스로 통합(흡수)되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13646#0DKU
▷ Carl Zeiss Jena Pancolar 1.8/50mm (초기형 & 버젼 2, Exakta 마운트)
- 50mm 화각
- 광학구성 4군 6매
- 조리개 F1.8 ~ F22
- 조리개 날 6매
- 최근접 촬영거리 0.35m
- 필터 규격 49mm
- 단일 코팅
- 마운트 Exakta
초기의 판 콜라 1.8/50mm는 Exakta 카메라에 장착할 수 있는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초기와 그 직후의 버전 2(초기형과 Version 2의 광학식은 구면의 곡률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내용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 버전 1과 2를 동시에 정리하였다)에서는 4군 6매의 광학 구성을 택하였다. Exakta 마운트 규격의 판콜라 렌즈는 비교적 낮은 가격에 구입 가능하지만 적용된 광학식에서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광학적 성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 Carl Zeiss Jena Pancolar 1.8/50mm (Version3 또는 중기형, M42 마운트)
- 50mm 화각
- 광학구성 5군 6매
- 조리개 F1.8 ~ F22
- 조리개 날 6매
- 최근접 촬영거리 0.35m
- 필터 규격 49mm
- 단일 코팅
- 마운트 M42
익히 좋은 평가를 받은 판콜라는 버전 3(중기형)과 다음 버전인 멀티 코팅이 적용된 MC 판콜라이다. 중기형 판콜라로 불리기도 한다. 초기와 Version2, 3 판콜라 1.8/50mm의 외형상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경통과 조작부의 제브라 패터의 도색(도장)이다. 그리고 마운트의 규격이 각각 Exakta와 M42로 달라서 구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중기형 판콜라 1.8/50mm 렌즈의 특징은 선명한 화질, 즉 뛰어난 선예도 있다. 선예도가 높으므로 선명한 사진의 촬영이 가능하고 이는 곧 고화소/고화질 해상도에도 적합하다. 그리고 개방 화질에서 배경 흐림(아웃포커싱)도 매우 뛰어나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인물 촬영용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렌즈의 기계적 설계도 뛰어나다. 특징적인 점으로는 조리개 부분에 스프링 장치가 달려있어 최대 개방으로 빠른 복귀가 가능하다.(같은 시기의 대표적인 렌즈 아사히 광학의 Takumar 1.8/55mm는 70년 초반 S-M-C Takumar 이후부터 조리개 복귀 스프링이 장착되었다) 이는 생각보다 유용한 장치로 각 스텝마다 조리개 값의 정확도를 확보해주고 최대 개방 값으로 빠르게 복귀하는 기능도 겸한다.
단점으로는 동독산 렌즈에 사용된 윤활유의 품질 문제로 인하여 초점 조절을 위한 헬리코이드 구동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고, 조리개날에 윤활유가 흘러들어 유막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일부 기간에 생산된 판콜라의 광학유리에 함유된 '토륨' 또는 '란탄'성분으로 인해 렌즈의 '황변' 문제와 사용상에 있어 낮은 강도이지만 방사성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그리고 단일 코팅의 적용으로 역광이나 사광/잔광으로 인한 플레어와 고스트 발생에 비교적 취약하다.
2016/02/19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디지털 카메라와 수동 올드렌즈의 이종 장착] - M42 렌즈의 그늘 - 방사능(방사성) 렌즈/Radioactive Lenses
▷ Carl Zeiss Jena Pancolar 1.8/50mm (Version4 또는 후기형, MC形, M42 마운트, K마운트)
- 50mm 화각
- 광학구성 5군 6매
- 조리개 F1.8 ~ F22
- 조리개 날 6매
- 최근접 촬영거리 0.35m
- 필터 규격 49mm
- 멀티 코팅
- 마운트 M42
1969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하여 1990년까지 생산되었다. 광학요소에 멀티 코팅이 적용되어 중기형의 단점으로 지적된 플레어와 고스트 발생 문제에 약간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광학 구성은 중기형과 동일하므로, 중기형의 장점 부분을 대부분 공유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네임 링에 red 'MC'/'eletric'/'auto' 등으로 다르게 표시된 3종류가 존재한다. 하지만 광학 성능이나 외관 모두 동일하므로 그 구분의 실익은 없다.
* 일부 자료에는 Prakticar B 마운트(PB 마운트) 규격이 적용돈 판콜라 렌즈가 있다는 정보가 있으나 실물을 확인한 적이 없으므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하였다.
▶ Pancolar에 대한 개인적 감상
광학 제품에 대한 전문 사이트의 리뷰와 개인의 분석자료 및 사용기 등을 웹검색을 통해 나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광학식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광학구조를 눈여겨보곤 하는데 판콜라의 광학식 또한 개성 있고 마음에 든다. 특히 사출부 4요소와 5요소간의 배치 방식이 독특하다. 더블 가우스 타입의 플라나 파생/확장형의 경우 2번 요소와 3번 요소 사이의 공간이 있는 설계 방식과 비교된다. (광학 구성 요소 사이의 간격은 그냥 빈 공간이 아니라 굴절율 1인 광학 유리가 채워져 있는 것과 동일하고 사이 간격의 조절을 통해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이 그리고 뛰어난 해상력으로 대표되는 광학 성능에서도 좋은 렌즈라는 것에 공감한다. 뛰어난 선예도와 선명한 묘사는 일반적으로 렌즈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Pancolar 광학 설계의 원형은 1926년 폴 루돌프에 의해 설계된 Makro-Plasmat이라고 할 수 있다.(칼 자이스의 폴 루돌프는 프로타, 플라나, 우나, 테사를 모두 설계하였다)
Carl Zeiss Macro Prakticar 55mm f/2.8 의 광학 설계 또한 판콜라와 유사한 형태다.
판콜라 광학설계에서 한눈에 띄는 특징은 조리개에서 후면부(사출부)의 분리된 요소(Spleetted rear doublet)의 디자인을 보인다. 이는 자이스의 판콜라와 같은 더블 가우스 타입의 다른 설계식인 플라나, 비요타와 구별되는 명확한 특징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플라나나 비요타 타입의 설계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찾기가 어렵다. 판콜라의 이런 특징은 설계될 당시의 콘셉트는 매크로(Macro) 렌즈로 설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매크로 렌즈로서의 특징을 감안하면 판콜라의 높은 해상력이 일응 이해된다.
2 차 세계대전 종결 후, 1950년대와 60년대 자이스 이콘이 처한 상황을 알아보고 넘어가자. 1926년 합병을 통해 가장 큰 광학 및 다양한 카메라 관련 제품의 제조사이고, 광학회사로서의 최고의 명성과 오랜 전통을 가진 자이스 이콘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쟁 배상을 빌미로 미국과 소련에 핵심 광학기술과 주요 연구 인력, 제조 설비 등을 강탈당하듯이 내어줬어야 했고, 독일의 광학 관련 생산의 본거지였던 동독의 드레스덴이 심각하게 파괴되었으며 자이스 이콘은 동독의 VEB 자이스 이콘-Jena-(드레스덴)와 서독의 오버 코헨-Opton-(본사 슈투트가르트)으로 분리되었다. 두 자이스 이콘은 초기에는 상호 생산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였으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각기 독자적인 제조와 생산체제로 변모하였고, 초기의 주력 제품에도 차이가 있었다. 서방 진영의 자이스는 분리 이전 자이스의 전통을 계승하는 입장에서 기존 RF 카메라를 개량한 Contax IIa의 제조와 중/대형 카메라 등에 주력하였다. 동독의 VEB 자이스 이콘은 1949년 35mm 필름 규격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최초의 펜타프리즘 사용) Contax S를 출시하고 M42 마운트의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콘탁스 S/D/F 등)를 주력으로 하였다. 이 두 회사는 이후 칼 자이스의 합법적 승계자로서 "Carl Zeiss' 브랜드 사용권(상표권)의 귀속을 다투어 세계 여러 곳에서 법정 분쟁을 겪게 되었는데, 1971년 양 당사자는 합의에 의해 동구권에서는 VEB 자이스 이콘이 서구권에서는 자이스 이콘 오버코헨이 칼 자이스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제3 시장에서는 구분되는 상호 '칼 자이스 JENA'와 '칼 자이스 OPTON'의 명칭을 각각 사용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Biotar의 브랜드명이 1962년을 전후로 더이상 동독의 '칼 자이스 예나'에서 사용되지 않게 되고, 이를 Pancolar 브랜드로 바로 대체하게 된다. 이에 대하여 자세하게 다룬 자료를 찾을 수는 없지만, 이런 급작스러운 Biotar 브랜드의 사용 중단은 아마도 위에 언급했던 두 자이스 이콘의 법적 분쟁의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두 회사의 상표권과 관련한 다툼에서 대부분 서독의 '자이스 이콘 오버코헨'이 대부분 승리하였고, 이에 대한 결과로 칼 자이스의 유산과도 같았던 Biotar 브랜드를 계속적 사용을 포기하는 대신 동독의 VEB 자이스 이콘의 선택은 기존의 브랜드명을 대체하여 'Pancolar' 브랜드를 사용하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 참조 <렌즈의 광학구성(Optical Design)과 구조 V> Carl Zeiss의 플라나, 비오타 광학식 비교(Zeiss Planar& Biotar Optics design) http://surplusperson.tistory.com/160
근래 구매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은 조금 의아한 것도 사실이다. 해외 직구에선 100불을 훌쩍 넘기고, 국내에서도 상태에 따라 2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표준 렌즈 선택의 폭은 매우 넓고 수동 렌즈에서는 더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의 이면에는 1970년을 전후하여 더블 가우스 타입의 표준렌즈들로 획일화되었으며, 모두 광학적 설계는 비슷비슷하고 그 결과 다양한 메이커의 다양한 브랜드, 다양해 보이는 스펙에도 불구하고 렌즈들의 광학적 성능은 대동소이하다. 표준과 기본 번들이 주는 상징성에서 이 렌즈들은 광학성능과 결과물에서도 모두 준수한 렌즈들이다. 반대로 광학적 성능이 떨어지는 렌즈를 꼽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 흔하디 흔한 더블 가우스 타입의 표준렌즈들 중에서 판콜라는 어떤 부분에서 특별한 걸까? 한 때 SLR 카메라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의 광학 메이저 제조사의 표준 단렌즈와 비교해서 어떤 부분이 최근의 유저들의 마음을 더 끌게 하는 걸까? 준수한 광학적 성능의 렌즈임에는 분명하지만 지금의 인기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물론 판콜라가 좋은 렌즈이고 뛰어난 광학성능을 보여주지만, 수집이나 소장이 목적이 아니라 이종교배를 통한 실사용이 목적인 경우 다른 수동 방식 표준 렌즈 구매 가격의 2~3배 비용을 지불하고 판콜라를 선택하는 것이 그리 썩 합리적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카메라와 렌즈 시장에서의 승패는 일본 카메라와 렌즈 메이커의 완승이었고 독일의 카메라 관련 회사들은 파산하거나 매각되는 등, 존속에도 위협을 받을 처지였다. 이는 다분히 마케팅 측면뿐만 아니라 광학적 성능에서도 일본의 70년대 카메라와 렌즈가 독일산 제품을 품질과 가격 경쟁력, 디자인, 사용 편의성 등 다방면에서 추월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모두 잊혀진 채 70년대의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했던 제품을 더 선호하는 것은 희소성에 의한 수집품이 목적이 아니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임을 말하고 싶다.
모든 소비와 선택이 합리적인 것은 아닐테고 그럴 필요도 없다. 특히 올드 수동 렌즈, 광학기기에는 나름의 로망과 감성이 넘치는 것이니 간혹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함이 존재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렇더라도 굳이 다른 로망과 감성 합리적 선택이 조화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면 보다 나은 선택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가까운 예로 비슷한 스펙에 더 밝고 저렴한 메이저 광학회사의 1.4/50mm 렌즈는 모두 언급하기 조차 버겁다.(Nikkor, Canon FL/FD, Takumar, Rokkor, Hexanon, Yashinon, Fujinon, Zuiko 등등) 1/2~1/3의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다. 뛰어난 발색과 뛰어난 콘트라스트, 광학 성능 기타 빌드 품질, 그리고 구매를 위한 기회비용 등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 메이커나 브랜드에 대한 로망이나 올드한 렌즈의 독특한 멋을 찾는다면 차라리 50년대 이전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칼 자이스 브랜드의 렌즈 중 비교적 저렴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렌즈이고, 칼 자이즈 광학에 대한 동경과 표준 렌즈에서의 활용 편의 등이 이 렌즈에 대한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이미지 샘플 출처 Goog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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