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새해를 맞아, 그동안의 무탈함과 얌전함에 대한 보답으로 칼 자이스 조나 렌즈를 스스로 선물하고 싶었다. 이전부터 Contax에 표준렌즈였던 올드 조나 렌즈를 무척 선망하고 좋아했는데 더 늦기 전에 하나쯤은 소장해 두고 싶은 욕심도 한몫을 했다. 물론, 조나 광학식을 그대로 카피한 러시안 주피터 렌즈도 나름 만족스러웠지만, 1930년대에 설계되었고, 당시로써는 견줄 바 없는 35mm 최고의 렌즈였으나 지금은 그 당시의 명성도 희미해지고, 이제는 넘쳐나는 최신 광학 렌즈들에 비하면 그리 썩 내세울 것 없지만, 사진에 카메라나 렌즈의 성능이 모두가 아니듯이 시시콜콜한 실제의 효용 등은 잠시 내팽개치고 감성을 쫓아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호사를 한 번쯤은 부려보고 싶었다.
물론, 조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sonnar 5cm f/1.5 렌즈를 자신을 위한 선물 목록 제일 위에 올려두고 이베이를 기웃거렸지만, 성능에 부합하지 못하는 허술한 사진술과 f/1.5와 f/2의 조리개 값 차이에 대한 의미가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상대적으로 크게 중요하지 않고 콤팩트 한 RF 타입의 렌즈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그리고 무엇보다 Contax RF 마운트에 침동식으로 장착되는 그 기계적 구조나 방식이 너무도 궁금했던 탓에 Sonnar 5cm f/2로 결정했다. 이왕이면 2차 세계대전 이전(이하 '전전')의 무코팅 버전을 갖고 싶었다. 조나 광학식의 장점은 그 독특한 광학 구성으로 무코팅에서도 밝고 뛰어난 광학 성능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후의 T 코팅이 적용된 조나 렌즈들이 플레어 방지 등에 더 뛰어나겠지만, 그 플레어 발생 정도의 조그마한 차이로 기죽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유별난 취향은 스스로도 잘 적응되지 않고, 항상 어디로 튈지 모른다.
▶ Sonnar의 등장 배경
수다의 주제의 폭을 조금 넓혀, 칼 자이스의 조나의 등장하기 이전의 흐름과 장착되었던 카메라 Contax에 대해서도 잠시 알아보자.
Sonnar 광학식의 전신은 에르네만 에르노스타(Ernemann Ernostar, 1923)로 최초의 자연광 캔디드(candid) 촬영이 가능한 10cm f/2의 밝은 렌즈로 설계되었다. 이후 지속적인 발전(10.5cm f/1.8과 8.5cm f/1.8)이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1931년 sonnar 5cm f/2와 1932년 sonnar 5cm f/1.5가 등장하였다. 에르마녹스(Ermanox)는 에르노스타가 탑재되어 출시되었던 카메라이다. 4.5 x 6cm의 판형 필름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커다란 대구경 렌즈와 카메라 상부의 뉴턴식 파인더가 인상적이다.
조나 렌즈의 등장은 1931년, 자이스 이콘(A-G)의 RF 카메라 Contax에 장착될 렌즈로 출시되었다. 자이스 이콘은 1970년 이전까지 다양한 포맷의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를 무수히 만들었는데, contax 카메라 또한 35mm 필름 포맷 최초의 RF 카메라인 Lieca의 바르낙에 자극받아 (또는 대응하기 위한) 등장하였다. 당시의 35mm 소형 필름 포맷 카메라의 기준에서는 가장 밝고(빠르고) 높은 해상력의 뛰어난 색 재현력의 독보적인 표준 렌즈였다. 더욱 자세한 이력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자.
콘탁스 카메라의 표준 렌즈에 조나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Tessar 5cm f/2.8와 f/3.5 등이 있다. 테사의 광학 성능과 해상력 또한 준수하고 간단한 3군 4매의 구조로 자이스 이콘의 많은 카메라에 장착되었던 팔방미인 격의 보급형 렌즈였지만 조나와는 다른 광학 설계만큼이나 차이가 체감된다. 개인적으로 테사 렌즈에 대한 그리 큰 감흥이 없는 편이라 자주 언급하게 되지 않아 유감스럽다. 그리고 RF 카메라에서 망원 렌즈는 SLR 카메라에 비해 RF 뷰파인더의 방식 탓에 효율적이지 않고, 더구나 망원 활용에 서툰 편이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 아무래도 표준과 광각에 개인적인 관심이 편중되어 있다.
▶ Carl Zeiss sonnar 5cm f/2의 외형
또 수다의 주제가 산으로 간 탓에 분량 조절이 어렵다. Sonnar 5cm f/2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먼저 황동 재질에 크롬 도금으로 만들어진 작지만 묵직한 렌즈이고 카메라 내부로 침동하여 카메라 본체에서 렌즈가 돌출되는 외형 문제를 완화한 하부의 독특한 구조는 매우 흥미롭다. 간혹 비교되는 조나의 카피 렌즈인 Jupiter의 경우 초기 일부를 제외하고는 초기의 버전은 알루미늄 합금 재질로 제작되어 구조가 다르고 가볍다. 그리고 일부 변화가 일어난 현대화 버전에서 황동 크롬 버전으로 제작되었지만, 이 또한 외형에서는 차이가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칼 자이스 렌즈 또한 일부 변화가 있었는데 외부 재질이 알루미늄 합금으로 대체되거나 검은색 도장(블랙 페인팅) 버전 등이 존재한다.
시리얼 번호 확인으로 1937년에 제작된 렌즈임을 확인하였는데, 80년이 지난 렌즈는 그간의 삶을 대변하듯 크롬 도금 일부가 흐릿해지고 황동 속살이 살짝 비치기도 한다. 거친 삶과 인생의 역경을 피부에 담아낸 거친 마도로스의 팔뚝 마냥 생기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콜렉트용의 잘 모셔진 렌즈나 카메라를 보면 원래의 용도로 쓰이지 못하고 박제되어 있는 듯한 모양새에 썩 탐탁지 않았다. 비록 낡고 마모되어도 제 용도에 맞춰 활용되는 것들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삶의 고뇌와 희로애락이 담겨 나이에 걸맞게 주름진 얼굴이 더 인간답고 정감이 가는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보톡스나 안면 리프팅으로 당겨 놓은 얼굴이 부자연스럽고 못 미더운 것처럼 말이다.
렌즈 하부의 침동식을 위한 구조는 튼튼하고 아주 잘 설계되고 정밀하게 만들어져 있다. 콘탁스 RF 마운트의 구조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백번 설명을 듣는 것보다 한번 직접 보는 것이 낫겠다.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산 정밀한 기계 제품들의 오버 테크놀로지?에 대한 글을 읽은 듯한데, 과한 칭찬이 지나치지 않을 듯한 제품 곳곳에 숨어있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하는 정밀한 설계와 정밀가공 능력 또한 놀랍다. contax RF 마운트에 장착 시 유격이나 공차가 거의 없이 가공되어 있는 점도 눈에 띄다. 정말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을 받고 조금이라도 변형되거나 찌그러지면 결합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조리개 조작부의 조작감도 전 구간에서 일정하며 부드럽고 뛰어나다. (단, 조리개 f-stop별 간격은 조여질수록 간격이 좁아진다)
조리개 날개는 9 매이며 대부분의 조리개 단계에서 원형을 유지한다. 9매의 조리개 수는 최근 렌즈에서도 많이 사용되는데 7~9매 정도가 최근 카메라 렌즈에서도 일반적이므로 그리 언급할 것이 없지만, sonnar 50mm f1.5의 다수의 조리개날로 만드는 보다 원형에 가까운 조리개 개구에는 못 미친다. 조리개 날 수가 렌즈 설계나 광학에 미치는 의미도 있는 데, 조리개 날 수가 많을수록 원형 조리개 개구를 만드는데 유리하다. 그리고 짝수 조리개는 각 조리개의 각진 부분이 대칭적으로 있어 빛의 회절이 증폭되어 화질 확보에 좋지 않은데, 야간 사진 촬영 시, 긴 빛 갈라짐도 동일한 원인이며, 따라서 빛의 회절을 최소화하여 화질 개선을 도모하는 의미에서 완전한 원형 조리개 개구, 그리고 홀수의 조리개 숫자가 조금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무코팅 버전으로 코팅의 손상 등에 대한 우려는 없다. 하지만 코팅이 렌즈 구면을 보호하는 역할도 있으므로 무코팅 렌즈들은 클리닝 마크 등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에 주의하여야 한다. 80년의 세월과 외형에 비해 광학부는 꽤 준수하다. 아직 많은 촬영을 하지는 못했지만 무코팅 버전의 플레어에 대한 문제도 크지 않다. 코팅 버전과 비교하며 테스트해봐도 그 차이가 체감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자세한 포스팅은 촬영된 이미지 샘플로 이후 한 번 더 다루어 보고 싶다.
▶ Carl Zeiss sonnar 5cm f/2의 광학 성능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나 5cm f/2의 광학 특성은 (동시대의 표준 렌즈와 비교) 구면수차가 잘 보정/억제되어 있어 해상력이 뛰어나고, 콘트라스트가 높고, 배율 색수차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러할까? 이미 이 렌즈의 카피 버전 렌즈인 주피터에서도 이미 상당 부분 만족했던 부분으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어 보고 싶다. 하지만,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갈 길은 멀고 날은 저물었고 잉여력의 보충이 필요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대략적인 소개와 외형적 특징만으로 마무리하자. 촬영 결과물에 대한 기대는 칼 자이스와 조나의 명성에 근거한 은근한 기대와 80년이 지난 올드 렌즈에 대한 의심으로 반반이다. 잠시 며칠 동안 짬짬이 사용해 본바 느낌도 반반 정도인 듯하다. 다음을 기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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