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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Personal delusions about photography

사진의 심도와 시각 인식의 특성_III '깊은 피사계 심도' / Visual perception & depth of field photography._III 'Deep focus'

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깊은 심도와 관련한 외래 용어 중 팬 포커스와 딥 포커스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시작하자. 깊은 심도 또는 얕은 심도라는 용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고 즐겨 쓰며, 또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외래 용어도 종종 사용되니 정리하고픈 과한 오지랖이지 싶다. 

 

깊은 피사계 심도의 촬영은 일반 촬영상 용어로 '팬 포커스-pan focus-' 또는 '딥 포커스-deep focus-'로 불린다. (팬 포커스와 딥 포커스를 굳이 구분하자면,) 팬 포커스의 경우 사진이나 영상 프레임 내의 물체 전부의 초점이 맞는 상태 즉, 전(全)-초점(pan-은 '전체를 아우르는'의 의미)으로 이해할 수 있겠고, 딥 포커스는 얕은 포커스(shallow focus / shallow depth of filed)의 상대적 용어다.

 

초점면에 나란히(수평으로) 늘어선 피사체의 사진 (일례로 건물의 벽을 정면에서 촬영한 사진 등)이나 아주 멀리 떨어진 원경의 피사체만 촬영한 경우에는 렌즈의 조리개 개방 조건에서도 피사체 전반에 초점이 잘 맞는다면 '팬 포커스'라 할 수 있겠고, 전/중/후경에 걸쳐 넓은 종적 거리감이 있는 구도의 사진과 영상에서 '딥 포커스'라 해도 아주 근접한 전경 물체에 초점이 흐릿할 수 있어서 엄밀한 의미의 '팬 포커스'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겠다. 그리고 사진에서는 '팬 포커스'와 '딥 포커스' 용어를 모두 사용하지만, 영상에서는 '딥 포커스'를 주로 쓰고 '팬 포커스'라는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 듯하다. (참고로 '패닝'(panning)은 파노라마(panorama)에서 파생한 용어란 주장이 있다. 그리고 용어도 유행을 타는지 최근에는 사진 관련 분야에서 조차 '팬' 포커스 용어를 자주 보지 못했다)

 

 

▶ 깊은 피사계 심도 이미지/장면의 시각 인식 특성 - "전체는 부분들의 합(合) 그 이상이다"

 

깊은 심도의 사진이나 영상에서는 사물의 위치에 관계없이 선명한 상으로 보이고 이를 통해 많은 시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반의 사진이나 영상은 2차원의 평면에 구현된 시각 정보로 구성된다. 하지만 각 사물의 구체적 모양새(형태)에 대한 정보, 배열과 크기 비교와 중첩 등의 다양한 '시각적 단서'를 통해 현실적인 3차원 공간 장면으로 인식할 수 있다. 깊은 피사계 심도의 이미지는 얕은 피사계 심도 조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근/공간에 대한 시각적 단서가 잘 드러난다. 2차원의 이미지(사진이나 영상)의 시각적 단서를 통해 3차원의 입체감과 원근감, 그리고 공간감으로 인식한다는 사실 자체가 뇌의 해석이 시각 인식에 필수불가이고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방증'(傍證)이라 생각한다.  

 

깊은 심도에 대한 '인상평'은 이전 글에서 그대로 가져오자. 몇 해 전 작성한 글을 굳이 자기 복제 마냥 붙여 넣기 한 이유는 지금 생각과 비교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깊은 심도는 여러 단계의 깊이 표현이나 입체감, 원근감을 사진에 구현할 수 있다. 이는 얕은 심도가 초점이 맞는 영역과 맞지 않는 영역 그리고 흐림의 정도로 입체감, 원근감을 단순화시키는 것에 비해 깊은 심도는 아주 미세한 단계까지 구분할 수 있는 깊이를 프레임 속에 구현한다. 이는 물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얕은 심도는 탁한 물속을 보는 것처럼 물 표면의 모습에 쉽게 집중하게 되는 반면, 깊은 심도는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듯이 수면과 그 속까지 속속히 빠져들게 한다. 물이 맑을수록 그리고 깊을수록 많은 것이 보이고 정보의 양 또한 많으며 깊이가 만드는 진중함이 있다. 하지만, 보이는 정보가 많은 만큼, 집중을 방해할 요소 또한 많아진다. 이런 '산만'을 방지하기 위해 사진가는 불필요한 요소나 방해물을 구도/프레임 또는 노출의 차, 제거, 이동, 가리기 등 갖은 방법을 이용해 적절히 뺄셈을 하고 재구성하여야 한다. 때때로 후보정을 통해서 자르거나 제거할 때도 있다. 사진가에게는 구도에 집착하게 하는 일이고 때와 공간 등 절묘한 순간을 찾는 지난한 일이다."

2018.01.20 - [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One more step] - 심도의 미학, 조리개는 얼마나 조여야 할까 - "심도 놀이에 대한 변명" / Proper aperture settings

 

 

심도의 미학, 조리개는 얼마나 조여야 할까 - "심도 놀이에 대한 변명" / Proper aperture settings

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듯한 ‘초점

surplusperson.tistory.com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 (연작의 처음 글에서 잠시 언급했던) 사람의 시각 인식 특성은 일정한 형태의 사물을 집중해서 바라볼 때 그 사물 이외의 다른 사물이나 배경을 동시에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 즉, 배경을 포함한 모든 피사체에 초점이 맞는 깊은 피사계 심도의 이미지(장면)에서도 한 번에 여러 개 사물의 형태를 동시에 인식할 수 없으며, 한 번에 하나의 부분만 (형태를 배경과 분리하여) 개별/독립적 인식하고, 이런 과정을 다른 부분에 반복하여, '순차적으로' 빠르게 인식한 후, 여러 부분들의 시각 정보를 뇌에서 총체로 깊은 피사계 심도의 (총체) 이미지로 인식한다.

 

이는 '게슈탈트/형태주의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지각(시각 인식) 현상에서 주장되었다. 게슈탈트(형태)라는 독일어가 생소하지만, 흔히 착시나 심리 테스트 관련 이미지 등으로 알려진, 알고 보면 꽤 친숙한 이론이고 지각 특성(시각 인식 특성)과 관련해서 토대가 되는 이론이다. 나아가 형태 지각의 원리나 형상과 배경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사진에서의 메시지를 전달과 시각화의 효율적 방식을 찾는데도 꽤 도움이 된다. (게슈탈트 심리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검색을 추천한다)

 

한번에 하나의 사물만을 분리해 인식하고 여러개의 사물을 볼 수 없는 시각 인식 특성은 눈의 구조에서 중심와의 좁은 영역이나 얕은 피사계 심도 때문이 아니라 뇌의 해석에 의해 시각인식하는 특성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도 활발히 연구 중인 뇌과학에서 시각 정보는 우리가 연상하는 사진의 이미지와 많이 다를 수 있다. 형태 (어쩌면 가로와 세로 시각 정보조차 따로 나누어 전달되며 뇌에서 취합되면 재구성된다는 주장도 있다)와 구조, 움직임, 빛에 의한 명암과 그림자, 색 정보 그리고 다른 감각적 정보(청각, 후각, 촉각과 그리고 중력에 의한 상하 등)가 뇌에서 취합/재구성되어 총합으로 시각 인식한다.

 

<출처-위키피디아 & https://designcompass.org/2021/07/18/시각-인지-visual-perception/>

 

아래 예시된 깊은 심도의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구글링에서 'Deep focus shot'로 검색한 이미지 중 하나를 선택했다) 이 장면에서 시각 인식의 과정을 세분해서 살펴보면, 깊은 피사계 심도로 모든 사물(인물과 배경 등)이 선명하지만 모두를 한 번에 인식할 수 없으며, 각각의 인물과 피사체를 개별/독립적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가장 오른쪽 인물을 시각 인식할 때 그 옆의 다른 인물이나 사물 또는 배경을 동시에 인식할 수 없다. 인물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물(가운데 탁자 위의 재떨이나 신문)을 볼 때나 벽에 걸린 액자 등을 볼 때도 이와 같다. 즉, 우리 시각 인식은 일차적으로 특정 사물의 형태를 인식하기 위해서 사물의 '온전한 형태(Gestalt)'를 배경이나 다른 사물로부터 분리해서 개별/독립적으로 본다. (이런 부분적/독립적 시각 인식 특징은 매우 얕은 피사계 심도의 조건에서 초점이 맞는 부분을 배경과 분리한 상태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시각 인식의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개별적/선택적 형상의 시각 정보에만 제한하여 집중하고 다른 사물이나 배경의 정보는 불필요한 것으로 배제하여 인식하는 것이고, 이런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이를 총체적으로 재인식하는 시각 인식 특성에서 -주요 정보의 양과 질을 유지하며 동시에 빠른 처리/전달과 인식 등-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다) 이런 부분적 시각 인식은 시간적으로 매우 짧고, (일설에는 부분의 시각 인식은 1/100초 이내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부분들의 시각 정보는 뇌에서 총체적으로 재해석되어 시각 인식한다.

 

 

다시 설명하면, 사람의 시각 인식 특성에 따라 깊은 피사계 심도의 장면에서 개별 피사체(사물)와 배경 등을 부분적으로 그리고 각각 독립적으로 본다. 그리고 안구의 잦고 빠른 움직임이 더해져 다른 부분의 시각 정보가 순차적으로 뇌로 빠르게 전달되고, 이 부분들의 합으로 종합적 재구성하여 총체로 인식한다. 이때의 총합은 단순히 부분들의 합이 아니라 "전체는 부분들의 합 그 이상이다"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어떤 장면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경우 그것은 개별 이미지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총체적인 장면으로 인지한다."

 

 

▶ 깊은 피사계 심도 장면의 시각적 효과에 대하여

 

깊은 피사계 심도의 장면은 부분들의 합을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완성되고, 과정에서 부분들의 시각 정보를 합쳐서 해석하는 재인식(추론과 통합)이 필요하다. 따라서 깊은 심도의 장면은 말초 감각적인 순간 인식과 다르고(감각적/순간적 인식은 얕은 피사게 심도의 이미지/장면에 가깝다), 부분들에 합에 대한 분석(뇌의 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깊은 심도의 이미지나 장면이 만드는 진중/복잡함의 주된 원인이 아닐까. 또한 총체적 인식/지각은 '경험의 주관성'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그 결과로 깊은 심도 장면에 대한 감상과 해석이 저마다 달라지는 이유라 생각한다.

 

 

우리 눈의 홍채가 수축하여 만들 수 있는 최대의 피사계 심도(광학적으로 대략 17mm f/8.5 정도)를 초과하는 극단적으로 깊은 심도의 이미지나 장면 조차 그리 어색하게 느끼지 않는 이유 또한 "부분들 합의 총체"로 (결과적으로) 뇌로 보는 시각 인식의 특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깊은 심도의 장면에 대한 시각적 효과는 사진의 여러 시각적 단서들과 어떻게 엮이고 조합(각각의 효과가 상호 보완적일 때도 때로는 상충하는 등)되고 해석(추론과 통합, 지각 인식에서의 능동적 추론 이론)되느냐의 '총체'로써의 재해석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니 한두 마디로 간략히 정의하기는 능력 밖의 일이라 부담스럽다. 단지, 얕은 피사계 심도의 효과와 대비되는 특징이 있다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정리해두자. 얕은 피사계 심도의 시각 효과가 감성/감정/주관적이라면  깊은 심도 장면의 시각 효과는 분석/관조/관찰/객관적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다른 포스팅으로 자세히 다루는 것이 좋겠다.

 

 

- 얕은 피사계 심도의 이미지나 장면은 왜 감성/감각적으로 보일까? 

 

대화형 생성 AI 챗봇(구글 'Bard')에게 물었다. 개인적으로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꽤 다재다능한 면이 있지만, 일반 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 정도의 (때때로 거짓의) 정보를 '멋진 어휘력과 문장'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아래 '바드'의 대답(전문가 수준에서의 답변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도 익히 우리가 떠올리는, 한편으로 두루뭉술한 반쪽 답 정도다.

얕은 피사계 심도는 특정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어 주변 배경은 흐리게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시각적 관심을 집중시키고 장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얕은 피사계 심도가 감각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관적인 시각을 강조합니다. 얕은 피사계 심도는 주변 배경을 흐리게 표현함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특정 피사체에 집중시킵니다. 이로 인해 관객은 장면을 피사체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장면의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얕은 피사계 심도는 주변 배경을 흐리게 표현함으로써, 장면을 단순하고 집중되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장면의 분위기가 더욱 강조되고 감각적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얕은 피사계 심도는 주변 배경을 흐리게 표현함으로써, 관객이 자신의 상상력을 사용하여 장면의 나머지 부분을 채울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장면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감각적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얕은 피사계 심도 장면은 사진,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감각적인 표현을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얕은 피사계 심도를 사용하면, 특정 피사체인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장면의 분위기를 더욱 감각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Bard-

 

'바드' 답변의 요지는 "얕은 피사계 심도의 장면은 시각적 관심을 집중하고, 주관적 시각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조성+강조하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므로 감성적이다"라는 것이다. 감히 인공지능의 답변에 대들 생각은 아니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람의 시각 인식은 얕은 피사계 심도와 유사하게 사물 하나하나를 배경과 분리해서 일차적으로 보고 이런 부분들의 합을 통해 (뇌의 해석-추론과 통합-으로) 마치 깊은 피사계 심도의 장면처럼 총체로 시각 인식한다. 이를 달리 기술하면, 우리는 얕은 피사계 심도로 보는 동시에 깊은 피사계 심도로도 본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즉, 각 사물의 시각 정보를 통해 주변의 시각 정보를 얻기 위한 통상의 '보는 행위'에서 일차적으로 부분의 형태를 독립적으로 인식하는 짧은 순간 또한 얕은 피사계 심도 장면과 유사하고 이후 뇌의 재인식(부분들의 합의 총체)을 통해 마치 깊은 피사계 심도의 장면처럼 시각 인식한다.

 

그러나 '순간적/돌발적 상황의 시각 인식'이나 '특정 하나의 사물에 집중해서 보는 상태' 또는 '부분들의 합인 총체로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 (뇌의 재인식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상황 -만취나 약물 중독, 극도의 감정적 흥분/충격/혼란 상태 또는 건강 상의 문제로 인한 뇌 기능 이상 등등)에서 얕은 피사계 심도의 장면처럼 (집중/선택 부분만을 개별적으로) 시각 인식한다.

 

이런 시각 인식 특성은 얕은 피사계 심도의 이미지나 장면을  '감성' 또는 '감각적'이라고 받아들이는 이유가 아닐까. 즉, 우리가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 특정 인물이나 사물에 집중하게 되고 이때 집중한 부분을 다른 사물이나 배경과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이때 얕은 피사계 심도로 인해 배경과 분리 효과와 거의 유사한 시각 인식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얕은 피사계 심도의 이미지나 장면 그 자체가 감성/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감성 또는 감정으로 고조된 흥분 상태 또는 집중한 상태에서의 우리 시각 인식의 특성이 얕은 피사계 심도로 보는 것과 유사한 것이고, 이런 영향의 역 또는 상호 작용이나 효율을 위해 정형화된 뇌의 해석((추론과 통합))으로 인해 얕은 피사계 심도의 장면을 감성/감각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성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 차이로 인해 뭐가 달라지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궁색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처럼 부질없다)

 

 

▶ 깊은 피사계 심도와 원근/공간감 그리고 착시에 대하여

 

연작의 앞 글에서 언급했듯이 '심도의 정도'는 원근감이나 공간감 (또는 입체감)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인(단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도의 정도는 원근/공간감의 시각적 단서들이 뇌 해석에 작용하는 강도에 (강조하거나 때로는 약화시키는) 영향을 주는 간접적/보조적/부수적 효과는 있다고 생각한다.

 

깊은 피사계 심도의 이미지에서 대체로 원근/공간감의 시각적 단서는 잘 드러난다. 위 예시 이미지에서 인물이나 사물의 크기나 인물들의 중첩(겹쳐짐) 그리고 원근 투시(소실점)에 의해 입체적이고 각각의 사물들의 가깝고 먼 상태를 인식한다. 하지만, 깊은 심도의 사진에서 각 부분의 배치나 연관된 상태를 유추할 수 있는 시각적 단서가 거의 없거나 아주 약한 경우에는 부분들의 합에 대한 뇌의 해석에 오류로 착시 또한 일어난다.

 

 

 

첫 번째 이미지의 경우 두 인물 간의 원근에 대한 시각적 단서가 거의 없어서 (부분들의 총합으로 뇌에서 재인식하는 과정에서) 두 인물의 크기를 다르게 해석/인식한 착시라 하겠다. 두 번째 이미지는 중첩 상태이지만, 원근에 대한 단서가 거의 없고 더구나 겹친 두 인물 형태의 윤곽이 분리되지 않아서 발생한 착시이며, 앞에서 언급한 "특정 사물의 형태를 인식하기 위해서 사물의 '온전한 형태(Gestalt)'를 배경이나 다른 사물로부터 분리해서 독립적/개별적으로 보는 것"이지만 두 인물 분리에 대한 오류의 착시 예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착시는 사진(이차원 이미지)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첫 번째 이미지의 경우, 사진이 아니라 실제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면 양안 시차에 의해 두 사람 간의 거리감이나 두 인물 간의 원근감이 쉽게 인식될 것이고, 두 번째 이미지의 또한 두 사람이 매우 밀착하여 겹쳐진 상태라는 것을 양안 시차와 시점의 작은 이동(보는 각도를 조금만 달리해도) 어렵지 않게 다른 시각적 단서가 드러날 것이다. 대부분의 착시는 2차원 이미지를 3차원 장면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뇌의 해석/추론상 오류'에 의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와 조금 다른 경우로, 아주 오래된, 역사적으로도 이 착시에 대한 연구가 꽤 오랫동안 이루어진 그리고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착시 현상으로 "달의 높이에 따른 크기의 착시"가 있다. 현재도 이 착시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설이 있고,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증명된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래 링크의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면, 뇌의 시각 인식에서의 추론은 '무의식적 추론'에 해당하고, (우리는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달이 지평선에서 막 떠오르는 때와 머리 위에 높이 떠올랐을 때의 거리가 같다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시각 인식(뇌의 해석)이 바로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착시'의 경우에서 보듯이 시각 인식에서의 뇌의 해석(추론과 통합)과 역할이 꽤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15799137#home

 

'폰조 착시' 알면 달 크기 변화의 비밀 풀린다 | 중앙일보

이태형 교수뜨거나 지고 있는 달은 하늘 높이 뜬 달에 비해 훨씬 크게 보입니다. 밤 사이 달의 크기가 변하거나,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달라질 수는 없을 텐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수

www.joongang.co.kr

 

 

▶ 깊은 피사계 심도와 풍경 사진에 대하여 (feat. 사족)

 

'안셀 애덤스(Ansel adams)'의 풍경 사진을 보면 거대한 자연경관이 만드는 웅장함과 깊이감에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실제 사물의 원근과 공간감을  2차원 사진에 담는 것에서 깊은 심도의 대형 판형 사진만 한 것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일반적인 풍경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피사체의 입체감과 각 사물의 원근과 공간감이 잘 드러나게 깊은 피사계 심도로 촬영하는 것이 풍경 사진/ 영상 촬영의 대원칙처럼 굳건하다.

 

 

주 피사체 또는 주요 사물을 배경이나 다른 사물로부터 분리하여 (따로 놀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독립적으로 인식되면서 동시에 부분들의 합 총체로 하나의 이미지/장면을 이루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조명, 색의 대비, 톤 대비, 구도 결정에서 각자의 해석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법을 뽐낸다. ( 얕은 피사계 심도를 통해 주 피사체와 배경을 분리하여 시각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쉽게 분리한 만큼 원근/공간감과 공간의 깊이 정도는 약화되기 쉽고 풍경 사진에 어울리지 않는 '심도놀이'라는 평가절하와 비아냥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풍경 사진에서의 깊은 심도 그리고 원근/공간감과 구도 등등의 정형화된 형식은 일종의 '클리세'의 남발처럼 느껴지고, (웅장하고 다양한 자연경관이 주는 감동에 가려져 있지만,) 깊은 심도의 풍경사진의 형식이나 공식을 답습하는 사진술은 고루하다 못해 때론 지겹다. 

 

때로는 깊은 심도를 이용해 사진에서의 거리감/입체감/ 또는 공간감을 억제, 즉 3차원 사물을 2차원적으로 표현하는 추상 회화와 유사한 사진의 시각 효과가 이채롭고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추상적 풍경 사진으로 잘 알려진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의 작품이 좋은 예라 하겠다. (프랑코 폰타나는 추상적 풍경 사진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정물, 상업사진, 누드 등 꽤 다채로운 사진 작품이 있다. 작년 즈음에 프랑코 폰타나의 전시회가 있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핑계로 직접 작품을 보지 못한 것이 살짝 후회된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유료 전시회의 티켓이 너무 비쌌던 것도 이유였다)

 

 

의 풍경 작품에서 색상의 선명한 대비 또한 주요한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요소지만, 사물의 원근이나 입체감의 요소는 절제되고 공간 분할의 면과 선이 도드라지고 이와 더불어 대비된 선명한 색의 풍경 사진은 추상화처럼 보인다. 이런 새로운 감각적 접근이 신선하기도 하지만, 비판적 입장에서 이는 전혀 사진답지 못하고 현대 회화의 형식미를 사진으로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 평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류의 새로움 또한 수없이 되풀이되어 거대한 유행이 되거나 그 자체로 정형화된다면 더 빨리 지겨워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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