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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s of the world/Carl Zeiss (Jena, Opton)

칼 자이스 조나 5cm f/2 + 35mm FF 카메라의 이종 마운트 교차 사용 / Carl Zeiss sonnar + 5cm f/2 Sony a7 II

 

저마다의 평가나 순위는 조금 다르겠지만, 올드 렌즈하면 가장 먼저 조나 렌즈가 떠오른다. (테사나 엘마 등의 쿠크 삼중 렌즈 기반 광학식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도 한몫했겠지만) 이 오래되고 유명한 렌즈는 무척 매력적인 렌즈라 조나 광학식의 다양한 초점 거리 렌즈들은 다 한번 씩은 경험해 보고 싶었을 정도였다. RF 타입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와는 침동식의 조나 5cm f/2가 잘 어울려서 한동안 이 렌즈만 물려서 가볍게(하지만 어뎁터와 결합된 무게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외출할 때 즐겨 사용했고 아직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APS-C 이미지 센서 카메라에 장착하면 80mm 초점 거리 정도가 되어서 인물 사진을 찍는데 좋았고, 적당한 준망원 화각에서 조나 특유의 정갈한 배경 흐림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물론, 무코팅 버전이라 그랬던지 밝은 부분을 마주 본 상황에서는 글로우(glow)가 조금 거슬리기는 했다. 모두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런 걸 애초 기대하지도 않았으니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에의 이종 마운트 교차 사용(이하 '이종 교차')은 글로우가 조금 더 심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글로우의 발생 이유는 무코팅보다는 올드 조나 광학식 자체의 내재된 문제인 듯하다. 코팅이 적용된 조나 광학식 렌즈에서도 조금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더블 가우스 타입의 렌즈들에 비해 확연히 글로우 발생 빈도와 정도는 크다. 그리고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 카메라에서는 더 쉽게 체감된다. (글로우에 대한 체감은 본 수다쟁이의 잘못된 촬영 습관이나 너무 높은 기대치에 의해 과장된 부분일 수 있다) 사실, 조나 5cm와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의 앙상블에 꽤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무코팅 렌즈가 되었든, 코팅이든 올드 조나를 사용한다면, 렌즈 광학계 안으로 들어오는 사광에 주의가 필요하고 조금 개선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후드를 사용을 권하고 싶다. 후드 장착으로 작고 아담한 RF 렌즈의 장점이 희석되는 점은 조금 아쉽다.

 

Carl Zeiss Sonnar 5cm f/2

 

 

이 불만 이외에는 거의 흠잡을 바 없어 보인다. 최대 개방에서의 주변부 광량 저하도 거의 보이지 않고, 조나 광학식 특유의 색 재현력도 마음에 든다. 조나 광학식의 색감은 최신 렌즈의 사실적인 색감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사물의 색이 언제나 그러하듯 시시각각 변하는 색을 조나 광학식의 렌즈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참 조화롭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경 흐림의 뭉게짐은 이 수다쟁이에겐 취향 저격이다. 아래 이미지는 사진의 일부분을 크롭한, 배경 부분의 달리는 소년 모습인데, 형체와 뚜렷한 색을 가지고 부드럽게 뭉개지는 조나의 이런 배경 흐림이 정말 마음에 든다.(물론 최대 개방 조리개가 f/2에 그쳐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으나 배경 흐림(보케) 부분에서의 색 번짐이나 과도한 형태의 변형, 회오리 현상 등이 없이, 광학 수차가 잘 억제된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유화)을 연상시켜서 "조나의 그림 같은 묘사"라고 조금 과장되게 부르는 걸 좋아하지만, 저마다 감상이 다를 수 있으니 너무 흥분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나쁜 렌즈는 없다고 해놓고 글로우에 대해서 불만을 잔뜩 말해놓은 미안함에 어떻게든 좀 만회해주고 싶었나 보다)

 

 

 

예상치 못하고 갑자기 마주하는 것에 적잖게 당황할 때가 종종 있는데, 요즘 서늘해진 아침 저녁의 날씨가 "훅"하고 들어온 느낌이다. 여름이 끝나가는 즈음에는 영원히 여름 방학이 계속되리라 믿었던 어린 시절의 순진함이 남아 있었는지 서늘함을 맞을 준비가 항상 늦다. 높아진 하늘은 아름답지만 조급함도 함께 묻어난다.

 

사진 찍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가 계속되는데, 휴일에도 책상 앞에 붙들려서 조금 기죽어 있다. 자초한 일이지만, 때로는 잘 감당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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