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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s of the world/Canon

캐논 데미 EE28에 얽힌 감상과 사용법 / Canon demi EE28

 

근래 캐논 데미의 의아한? 매력에 빠져있다. 몇 달 전까지도 하프 프레임 필름 카메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거리계 연동이 되지 않는 목측식의 단순하고 콤팩트한 카메라 그리고 작고 이쁘장한 외형 외에는 그리 자랑할만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다. 솔직히, 최신의 디지털 카메라들에 비하면 불편하고, 손이 많이 가며,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의 수고스러움은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1960년대 카메라의 대중화와 하프 프레임 카메라의 유행에 편승해서 매년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지만, 1968년 무렵, 칼라 네거티브 필름의 가격이 저렴해지자 인기가 시들해져서, 반짝 유행한 정도라고 치부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그리 편리한 카메라는 아니다. 뷰 파인더는 좁고, 정확한 포커싱을 위한 편의 장치도 제공되지 않으며, 촬영 방식도 수동 초점만 가능하고, 측광조차 초기 단계의 EE(Eletoric Eye) 기능에 머물러, 제한적인 Auto기능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불편이 은근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하니, 종잡을 수없는 취향과 그때그때의 변덕은 참 모를 일이다. 쉽게 얻은 것은 그 가치가 덜하게 느껴서인지 디지털 이미지 한 장과 필름 카메라의 사진 한 장이 주는 느낌이 다르게도 느껴진다. 막연한 감성의 끌림으로 치부하려 해도, 한 장의 필름 사진을 얻기 위해 겪는 여러 번거로움이 때로는 구도자의 여정처럼 진지하다. 그나마, 하프 프레임 카메라는 필름의 감성, 더구나 스냅 촬영만을 맞보는데는 꽤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현재의 필름 카메라 또는 필름 사진에 대한 선호는 고성능이나 편리함이 아니라 감성에서 찾아야 할 듯지만... 이미 디지털카메라의 고성능과 편리함에 ‘필름’이 대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격차가 벌어졌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단지 필름 사진이 주는 소소한 재미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여전히 매력있다.

그간 카메라의 기능이 좋은 사진을 보장해 줄 것처럼 마냥 고성능 퍼포먼스와 큰 판형이 주는 고습스러움에 집착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섣부른 목수가 연장 탓을 하듯 카메라 탓을 하고 있었나 보다. 자기만족을 위한 취미 생활임에도 정작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선택하면서도 최근의 편의 사양 기준에서 너무 가치절하려는 우를 범했던 듯하다. 최고 사양의 카메라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은 맞겠지만, 가장 흔하고, 널리 사용된 당시의 일반적인 제품(일명 보급기?)을 사용해 보는 즐거움은 또 다르다. 적당히 불편하지만 그 불편이 즐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생각하지 않으며, 한편으로 수고스러움을 즐기는 여유도 나름 재미로 치환할 수도 있겠다.

 

 

 

 

▶ 캐논 데미 EE28의 사양과 외부 조작 기능

먼저 외형적 특징을 살펴보면, 알루미늄 외형으로 깔끔하고 귀엽고 매우 가벼운 카메라다. 290g에 불과한 무게는 휴대하기 좋다.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의 demi S나 demi EE17과는 꽤 차이가 나는데, 이 가벼운 무게는 꽤 인상적이다. 벽돌 한 장처럼 묵직한 카메라에 익숙해서인지 너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크기는 35mm 필름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카메라의 당시 구현 가능한 최소 크기에 근접한 느낌이다. 가벼운 느낌과 알루미늄 재질의 외관 탓에 내구성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예전의 날렵하고 콤팩트한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합금 소재의 휴대용 카세트 재생기(워크맨?)처럼 느껴진다. 하프 프레임 카메라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렌즈 셔터가 채용되어 있어, 가볍고 셔터 충격이 거의 없다. 찍하는 촬영 소음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콤팩트 카메라에 렌즈 셔터의 궁합은 익숙할 테니 이 또한 단점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기능상의 차이는 없지만, 렌즈 셔터와 조리개의 위치가 데미 S나 데미 EE17와 다르다. 입사하는 빛을 기준으로 EE28은 조리개가 먼저 위치하고 셔터가 그 뒤에 위치하는데 30mm f/1.7이 장착된 데미 S와 EE17은 순서가 반대이다.

카메라에 필름을 장착/탈착 하기 위한 뒷 커버를 여는 방식이 이전 데미 시리즈와는 다르다. 기존 데미는 측면에 별도의 개폐 잠금장치를 조작하여 뒷커버 전체가 열리는 방식에서, 데미 EE28은 필름 되감기 레버를 뽑으면 뒷 커버가 열리는 근래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개폐가 가능하다. 그 덕분에 카메라의 측면이 더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데미 EE28의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팬 케이크 렌즈 같은 Canon SH 28mm f/2.8 렌즈이다. 3군 5매의 구성인데, 최초의 demi 모델과 렌즈 교환이 가능했던 demi C의 28mm와 같은 렌즈이다. 포커싱 조작으로 렌즈가 최대로 확장되었을 때도 카메라 본체에서 1.5cm 정도밖에 돌출되지 않는다. 그리고 작은 렌즈 주변을 측광을 위한 셀레늄 셀이 감싸고 있다. 하프 프레임 카메라의 대표 격인 올림푸스 PEN 시리즈에서 익히 익숙한 배치 모양새다. 셀레늄 셀은 전지 없이 작동하므로 별도의 전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셀레늄 셀은 CDS 셀 방식보다 측광이 조금 느리고 부정확한 면이 있지만, 전지를 사용하지 않는 덕분에 잘못된 관리/보관으로 수은 전지액이 흘러나와 고장을 일으킬 염려는 없다.

촬영 조작을 위한 인터페이스는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먼저, 셔터 스피드만을 수동 조작할 수 없다. 이는 같은 렌즈를 장착하고 아주 유사한 외형의 Canon demi(1963)과도 차이점이 있는데, 데미 EE28은 외부에 셔터 스피드를 조작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며, 오직 조리개 값 조절만 가능하다. AUTO로 표시된 EE 기능에서는 1/30~1/300 sec 사이에서 셔터 스피드가 결정된다.

 

 

 

 

조리개 수치는 f/2.8~f/22 사이에서 조절 가능하다. 하지만, EE 기능에서는 f/2.8~f/25 정도 수치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광량이 풍부한 상황에서 고속 셔터 스피드가 가능하지 않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높은 조리개 값인 f/25가 가능하도록 한 세팅으로 보인다. 물론 높은 f/값은 빛의 회절 때문에 좋은 해상력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높은 해상도 이미지를 얻기 위해 하프 프레임 카메라를 선택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므로 그리 문제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캐논 데미 EE28은 하프 프레임의 어쩌면 똑딱이의 출발점 같은 EE 기능과 셔터 스피드를 조절할 수도 없다. 일전에 다룬 Canon EE17과 외형상으로 비슷하지만 이곳저곳 따져보면 차이점이 꽤 있다.

필름 감도 설정 장치(Film speed setting ring)는 뷰파인더 접안부의 옆 카메라 후면 중앙 상부에 위치한다. 기존의 데미 시리즈에서 필름 감도 설정 장치의 위치는 계속 변화하는데 demi와 demi C, demi S에서는 렌즈 부분, demi EE17에서는 카메라 하부 등이다. ASA(현 ISO와 동일) 25~400 내에서 선택할 수 있다. (DIN은 동일한 내용의 다른 표시 방법이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뷰 파인더 방식은 demi EE28과 동일한 방식의 역 갈리레안 타입이다. 하지만 내부에서 제공하는 촬영 정보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 demi EE17에서 제공하던 대략적인 거리 정보는 표시는 없다. EE 기능이 활성화되었을 때 셔터 스피드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 상부에 필름 장전 레버와 되감기 레버, 액세서리 슈가 위치한다. 일반적인 카메라 사용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생략하자. 액세서리 슈에는 플래시 핫슈 접점이 없는 콜드슈이고 카메라 정면의 우측 하단에 플래시 싱크 단자(X type)가 존재한다.

 

 

 

 

▶ 캐논 데미 EE28의 사용법

  • 필름 감도(speed) 설정

직관적인고 간단한 조작 기능만큼 사용법도 단순하다. 필름 장착법 등은 일반적이며, 필름 감도 설정 장치에서 사용 필름에 해당하는 감도(스피드)로 설정한다.

필름 감도 설정에서 한 가지 더 부연 설명하자면, demi EE28에는 demi EE17에 가능한 노출 계수 보정 장치(레버) 기능이 없다. 따라서 필터 계수가 있는 필터를 사용할 경우에 노출이 변화하는 값을 필름 감도에서 설정하여야 한다. 즉 필름 계수가 2x에 해당한다면 필름 감도 설정을 x2 하여 설정하여야 한다. 즉, 감도 100의 필름을 사용하고, 여기에 필름 계수 2x인 필터를 사용하였다면 필름 감도 설정을 200으로 변경하면 적정한 노출값으로 촬영된다. (노출 계수가 1.5x 필터의 경우에는 필름 감도 150으로 설정) 필름 계수는 흑백 필름에 즐겨 사용되는 색 필터 또는 ND 필터 등에 주로 적용되며, 카메라로 입사하는 광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 참고 - 필터(노출) 계수와 ND 필터 그리고 필터에 표시된 문자의 의미  Filter(Exposure) factor & ND filter    http://surplusperson.tistory.com/270

 

 

  • EE 기능과 조리개 조정

가장 간단한 촬영 모드인 EE 기능을 활성화하여 촬영 가능하다. Demi EE17의 EE 기능과 유사한 데, 조리개 조절 링을 AUTO에 위치시키면 카메라의 노출 정보(Data)에 의해 조리개 값과 셔터 스피드가 자동으로 카메라에서 결정된다. 이때 결정된 셔터 스피드 값은 뷰파인더 창의 우측 정보제공 창에 지침으로 표시된다. 최근 카메레의 P 모드의 가장 초기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EE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조리개 값을 지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에는 셔터 스피드가 1/60으로 고정되는 듯하다. (조리개 값 조정에 따른 셔터 스피드 문제는 정확한 자료를 확인하지 못하였다. 단지 개인적 추론에 불과하다)

뷰 파인더 내부의 정보 제공 창에서 셔터 스피드를 나타내는 지침은 EE 모드 즉, 조리개를 Auto에 설정하였을 때만 활성화된다. 노출 부족으로 셔터 스피드가 1/30 이하로 떨어지거나, 노출 과다로 셔터 속도가 1/300 이상을 초과할 때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노출 부족일 때는 플래시 사용, 노출 과다일 때는 ND 필터 등을 활용)를 취하여야 한다.

  • 초점 조정 / focusing

렌즈를 감싸고 있는 원형의 링을 돌려 초점 조절을 위한 조작이 가능하다. 포커싱이 목측식이므로 존 포커싱을 활용한 대략적인 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데 하프 프레임의 특성상 정확한 포커싱이나 해상력 높은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렌즈의 거리 표시 스케일은 심벌로 표시되어 있는데 원경을 나타내는 산은 15mm~무한대, 단체는 약 3m, 근접 인물은 1m 정도에 해당하며 거리별 스케일에 대응하는 m 표시는 카메라 후면에 별도 표로 부착되어 있다. 아래 이미지에서처럼 파란색으로 표시된 3m 근처(단체 심블)는 초점 범위가 가장 넓어지는 곳을 표시하고 있는데, 빠른 포커싱이 어려운 스냅 촬영 등에는 3m 근처에 초점을 고정하고 촬영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필터 구경은 27mm에 해당하지만, 주변을 셀레늄 수광부가 감싸고 있는 구조로 필터 링에 후드를 장착하는 것은 정상적인 측광을 방해할 소지가 있다. 만약 후드 장착이 필요하다면 셀레늄 셀 외곽을 감싼 링에 장착 가능할 듯하며 46mm 규격으로 생각된다.

데미 EE28은 출시 당시(1967년) 기준으로는 심플하고 가장 조작하기 쉬운 카메라 중 하나였다. 직관적인 조작과 작고 가벼우며 하프 프레임 카메라지만 균형 있는 성능과 적절한 가격, 조형미 있는 외형과 편리한 사용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좋은 카메라라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세팅이나 포커싱 조작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조리개는 Auto로 설정하고 초점 조절(포커스) 링은 파란색으로 표시된 3m로 설정하고 촬영하면 무난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가벼운 일상의 모습을 편안하고 간편하게, 그리고 필름의 감성으로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여전히 남았으므로 아직 골동이나 옛것으로만 치부하기엔 아쉬운, 그래서 아직 효용이 있는 카메라인 듯하다.

2017/03/18 - [Canon & Nikon/Canon demi (Half-frame camera)] - <필름 홀릭> 캐논 데미 EE28와 후지칼라 슈퍼리아 200 / Canon demi EE28 & FUJICOLOR Superia 200

 

<필름 홀릭> 캐논 데미 EE28와 후지칼라 슈퍼리아 200 / Canon demi EE28 & FUJICOLOR Superia 200

사용 필름은 후지칼라 C200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다시 확인해보니 후지칼라 슈퍼리아 200이다) 냉장고 냉동실에서 10년 넘게 얼어붙었다가 다시 깨어난 필름인데, 정상적인 사용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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