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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One more step

'초광각' 사진에 관한 생각들 / Thoughts on 'ultra-wide' photography

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비를 뿌리던 장마?가 끝나고 '마침내' 한낮의 뜨거운 햇살과 푸른 하늘, 그 사이로 치솟은 뭉게구름의 여름이 왔다. 여름엔 어디로 떠나도 흥미진진한 여행이 될 듯해서 엉덩이가 들썩인다. 카메라에 광각 렌즈를 물려 여름 속으로 마냥 떠나고 싶다.

 

오랜 시간 사진 취미를 즐겼지만 개인적인 습성에서 초광각 사진 촬영이 어색했고 지금도 잘 다루지 못한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광활한 시야의 풍경 사진에 조예(造詣)가 없고, 넓은 시야범위의 다양한 사물이 만드는 복잡함과 어수선함을 당황스러워했다. 초광각의 사진에 대한 스스로의 부족함을 아는 탓에 제한된 그리고 좁혀진 구도, 즉, 시야에서 일부분만을 오려 담는 사진 촬영을 선호했고, 따라서 (흔히 풀프레임이라 부르는) 35mm 소형 포맷의 35mm에서 85mm 초점거리 언저리의 렌즈를 즐겨 사용했다. 돌이켜보면 세상을 제멋대로 재단하려던 오만함으로 느껴져 부끄럽다.

 

시야범위나 렌즈 화각의 선택을 달리 표현하면, '촬영의 대상과 카메라를 든 나와 거리에 대한 선호/취향'이기도 하다. 즉, 대상과 일정 거리에서 떨어져서, 그리고 시야 범위를 좁혀서 선택적으로 구도를 잡는 사진 촬영이 편하고 익숙하다. 카메라에 대한 대상의 경계가 옅어질 무렵 자연스러운 몇 장을 담는 촬영 방식을 좋아했다. 사진 애호가들의 "표준에서 광각 그리고 망원" 순서라는 속설이 있는데, (이 '썰'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 썰에 따르면 나는 수십 년째 표준 화각을 벗어나지 못한 '초심자'다.

 

 

▶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었던 '초광각'

 

필름 사진 카메라를 즐겨 사용하던 때와 2000년 대의 Dslr 카메라가 막 등장한 무렵에 초광각 렌즈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직선을 휘어지게 보여주는 초광각의 왜곡이 취향과 맞지 않다는 선입관이 나를 옥죄었다. 이는 딱히 소신이라 할 만 근거는 없었고 평소의 품행이 비굴하며, 굴골진 삶 궤적과 정 반대의 '반듯한 직선'의 이미지로 촬영되길 바랐기 때문이리라. 당시 가성비의 초광각 렌즈는 흔하지 않았고 사회 초년생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는 초광각은 현실적이고 활용도 높은 렌즈 라인업 구매 리스트에서 항상 뒷전으로 밀렸다.

 

<Nikon Nikkor 6mm f/2.8 어안렌즈>

가장 넓은 화각의 SLR 카메라 렌즈, 출처-구글링

 

초광각에 대한 경험과 이해 부족으로 어쩌다 큰 마음먹은 '지름'이 엉망이 되기 일쑤였다. DSLR의 인기가 정점을 찍을 무렵 등장했고 그간의 초광각에 대한 갈증과 울렁증 해소를 희망했던 Tokina 16-28mm f2.8 줌 렌즈는 꽤 멋진 광학성능과 가성비를 보여주었지만 너무 크고 무거웠다. 튼튼한 삼각대 위에서 광활한 풍경 사진에는 최적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는 풍경 사진에 조예도 관심도 없었다. 초광각에 대한 몰이해와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얼마 지나지 않아 애꿎은 신세가 되어 보관 선반 자리만 차지했다. '거함 거포' (플래그 쉽 DSLR 카메라와 대구경/대포 렌즈) 시대의 유물이 되었고 지금은 해상 박물관이 된 퇴역함 미주리호? 마냥 관상/관람용의 용도로 전락했다. 그리고 APS-C 규격의 토키나 11-16mm f2.8 또한 손에 꼽는 가성비의 그리고 뛰어난 초광각 줌 렌즈이지만, 역시 초광각 부적응에서 나를 구해내지 못했다. 토키나 11-16mm f2.8과 후속작 11-20mm f2.8은 장점(스틸 카메라용 렌즈이지만 영상 촬영용 장점이 더 눈에 띈다)이 꽤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주제로 다른 글에서 다루자. 그러고 보니 토키나 초광각 줌렌즈를 자주 사용했으니 지금까지의 나의 초광각 좌절은 온전히 토키나 때문이라 핑계댈 수 있을까?!)

 

가벼운 스냅사진을 즐겨서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에서 RF 타입의 콤팩트한 '15mm 초광각-보이그랜더 헬리어-'을 종종 활용기도 했지만, 포커싱의 부담 없는 스냅사진용의 기분 전환 정도로만 활용했다. 초광각은 애초에 잘 사용하지 않으니 어색했고, 익숙하지 못하니 잘 사용하지 않는 악순환이었다.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feat. 초광각)

 

광각에 대한 미숙에도 불구하고, 요 근래 초광각의 시원시원한 사진이 인터넷에 흔해져서 이를 감상하고 있으니 다시 초광각에 마음이 동한다. 드넓은 광경으로 펼쳐 보이는 대자연의 풍경 사진이야 두 말할 것 없고, 스마트폰의 카메라 모듈에서 광각 모드가 만드는 일상의 이미지도 시원함을 준다. 더구나 초광각을 내세운 액션캠의 인기로 동영상에서도 초광각이 친숙하고. 이젠 360도 전 시야를 보여주는 액션캠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이다. 전문 카메라의 경우에도 수년 전까지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 라인업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빈약/허술함이 불만이었는데, 이제 새로 출시되는 카메라와 렌즈는 온통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용 일색이고, 예전엔 제품화되기 어려웠던 고성능 초광각 줌 렌즈와 단렌즈들의 출시가 이어지더니 어느샌가 (표준 초점거리 렌즈 못지않은) 주력 렌즈 라인업으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더구나 중국발 놀라운 가성비의 초광각 렌즈들 마저 흔해져서 초광각에 대한 접근성이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

 

그간 초광각에 쓰라린 좌절과 실패의 기억 탓에 애써 외면하고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진열장에 모셔둔 초광각 렌즈를 주섬주섬 다시 챙기고 먼지를 털고 카메라에 물려보는 꼴이 걱정스럽고 한편으론 우습다. 언제나 '욕심은 끝이 없고, 실수는 반복된다.' 찬바람이 불어올 즈음에는 아마 냉혹한 현실과 쓰라린 실패담이 하나 더 늘어있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한두 번 맛본 실패가 아니고 다가올 실망이나 예정된 좌절이 두려워 도전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당연히 대성공은 어렵고 결과적으로 실망스러운 후회로 연결되겠지만, 그 도전의 순간을 즐겼다면 반은 성공이라 스스로 위로할 수 있다.

 

 

▶ 실패에서도 '간혹' 배운다.

 

그렇다고 이전 초광각 사진의 쓰라린 경험에서 얻은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 노하우라고 할 것까지 없지만, 소소한 깨달음과 사소한 팁이 남기도 했다. 화각이 넓어질수록 부각과 앙각의 효과가 크게 발생하므로 카메라의 높낮이 즉, 부각 또는 앙각에 따른 시각적/구도적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달리 표현하면, 초광각에서는 원근/거리감이 과장되므로 카메라의 높이와 주피사체의 높이 조절이 중요했다. 

 

필름 카메라나 DSLR 카메라를 사용하던 습관이 몸에 베인 탓인지, 뷰파인더로 보는 것이 편했고 이를 고집했는데, 사실 삼각대에 고정한 채 촬영하는 경우를 제하고, 초광각 사진에서는 뷰파인더 대신 후면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구도를 잡는 것이 여러 면에서 나았다. 아이 레벨과 웨스트 레벨의 차이 이해하기라고 할까? 특히, 초광각의 인물 사진이나 스냅 촬영에서 카메라의 높이를 눈에서 허리 정도로만 내려서 구도를 잡는 것만으로도 그 차이는 꽤 크다. 후면 디스플레이 사용은 카메라의 높낮이를 선택하는데 큰 자유를 줄 수 있고, 눈높이(아이레벨)의 획일적인 사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낮아진 카메라의 높이만큼 전경의 피사체가 강조돼서 근경과 원경에 이르는 다층적인 구도가 좋았다.

 

 

그 외, 초점거리/화각의 선택에서 개인적인 생각들

 

서두에서 짧게 언급했지만, 그간 촬영 대상과 촬영자의 거리에 따라 렌즈의 초점거리를 선택했다. 물론 시야범위에 대한 고려 또한 중요하고 촬영 거리와 시야범위(화각)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카메라를 들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만 마련되어 있다면 대상과 카메라의 거리 조절을 통해 35mm 또는 50mm 렌즈로 원하는 적정한 시야범위(화각)로 촬영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장착되는 초점거리에 따라 주 대상과 배경의 거리감이나 시야가 달라지니 사진의 표현되는 바가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수 없지만, 주 피사체를 어느 정도의 크기로 촬영할 것인가만 집중한다면, 표준 렌즈가 만들어 내는 대상과의 적당한 거리가 현실/사실적이라 여겼다.

 

"초점 거리가 짧은 광각 렌즈는 배율이 낮기 때문에 프레임을 채우려면 평균 크기의 피사체에 물리적으로 가깝게 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큰 피사체를 먼 위치에서 촬영하지 않고도 프레임에 맞출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초점 거리가 긴 망원 렌즈는 배율이 높기 때문에 카메라에서 먼 곳에 있는 피사체로 프레임을 채울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sony.co.kr/electronics/focal-length-angle-of-view-perspective

 

이런 면에서 초광각의 인물/스냅 촬영은 넓어지고 작아진 피사체에 크기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촬영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이런 밀착? 촬영이 익숙하지 않고 그리 달갑지 않지만, 초광각의 효과적 사용을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를 '생생한 현장감'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즉, 객관성 유지를 위한 관찰자나 방조자의 제삼자의 객관적 시점이 아닌 주관적/참여자의 감정적 시점 즉, 1인칭 시점의 사진이나 영상에 적합하다.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현장감을 우선하는 SNS나 유튜브 (브이로그나 여행영상 등)에 알맞은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 초광각 유행에 대하여

 

우리는 '적응의 동물'이고 현대인은 유행에 민감하다. 스마트폰의 폰모듈의 광각이나 초광각 모드, 각종 CCTV 화면이나 자동차의 블랙박스와 후방 카메라 등 다양한 초광각 이미지들에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리고 영상에서 조차 액션캠의 넓은 시야와 역동적인 움직임이 더 흥미를 끈다. 요약하자면, 초광각의 사진이나 영상 또한 '많이 쓰니 익숙해졌고, 익숙하니 다시 많이 쓴다.'

 

넓은 시야를 담고 추후 이를 잘라(크롭)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징의 장점도 한몫을 거들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를 사는 우리 개개인 공간의 협소함과 서로 간의 밀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낸 부득이한 선택이 초광각일 수도 있겠다. 도시의 촘촘한 공간과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 또한 충분한 촬영거리 확보가 어려우니 더 짧은 초점거리 렌즈가 많드는  넓은 시야범위와 밀착된 촬영의 선택으로 이어진 것인지 모른다.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 시스템의 짧아진 플랜지 백 거리 이로 인한 초광각 광학 설계의 용이함, 광학 제조사의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초광각 렌즈 라인업 강화 마케팅 또한 하나의 요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진/영상 애호가나 소비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른 흐름이라 생각하는 것이 더 낫겠다.

 

두서없는 수다의 마무리는 언제나 어렵다. 살짝 정리하면, 사진 애호가로서 초광각에 대한 접근성과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즐겁고, 초광각에 익숙하지 못하고 또 한 번 실패와 실망을 겪는 것이 쉽게 예상되지만, 그래도 실패를 통해 얻고 배우는 것 또한 있을 것이며,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으니 다시 초광각 사진과 영상에 도전한다.

 

사진 취미가 예전만큼의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익숙함에 안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익숙하지 않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자. 취미에서 조차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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