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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산들산들(日常茶飯事)

버스는 어디로 가는 걸까 / 2018. 1월


나이 들면서 부쩍 소심해져서 추운 날씨를 핑계대며 년말과 년초를 전후해서 어디로도 나다니질 않았다. 지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이나 새해를 맞는 감흥도 예전 같지 않으니 나이드는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하면 서글프다. 연말 연시에 서리 맞은 낙엽처럼 축 늘어져버린 스스로의 못난 모습이 못마땅해서 며칠 심술과 투정의 날을 보냈고, 년말에는 밀린 숙제라도 하는 심정으로 블로그에 장황하게 수다를 풀어놓고 있었다. 꼴이 이러니 글이 잘 써질리도 없었고 준비없이 맞은 갑작스런 부지런에 정신만 사나웠다.


읽을려고 잘 보이는 곳에 던져둔 책 (필름 색감과 디지털 색감의 차이를 감상이 아닌 지식으로 풀어놓은 정보를 찾고 있었는데) '디지털 시네마를 위한 컬러와 마스터링'은 색에 대한 지식을 수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탓에 이해하기에는 너무 무리였고 자신의 수준을 간과한 과욕이었지 싶다. 결국 어려워서 몇장 넘기지도 못했다. 차라리 평소처럼 망상에라도 젖어 보냈더라면 머리 속이라도 편했을 걸 때 늦은 후회를 한다. 머리 속 생각이 뒤엉켜 있으니 마음에 드는 사진도 만들어질리 없다.


한해가 지나면 한살씩 나이 먹는 것은 공평해서 어느 듯 함꼐 중년이 되어가는데, 앞 서 달리는 피타고라스를 열심히 쫓는 거북이 마냥 항상 형이라 살 갑게 대하는 (정말 고기 정말 잘 굽는) 대학 동기 동생 녀석과 삽겹살 폭식과 술 기운, 그리고 그 간의 살아 온 이야기로 새해 첫 불금의 겨울 밤을 보냈고, 다음 날에 찾아온 숙취와 남아있는 주독이 주는 심신의 고단이 새해부터 또아리를 틀고 심술 부리던 마음을 겨우 밀어냈다. 휴일 아침이 되어서야 새해 맞이 궁상은 한풀 꺽여 있었다. 몸이 편하고 별 다른 큰 걱정이 없으니 괜한 투정만 일었던 것일 게다. 적당한 심기 관리가 이루어지자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인터넷 이곳 저곳을 들락다가 장바구니에 담겼던 카메라 장비 몇가지를 결제하고서는 "아, 사는 게 다 그렇지!"라는 실로 터무니 없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는 동네 근처만 계속 맴돌아서 버스 탈 일이 거의 없지만, 손님을 맞고 배웅하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버스 정류장 앞에 종종 서게 된다. 추운 날씨에 어깨를 움츠린 사람이 정류장에 모여다가 신호등이 바뀌고 버스가 도착하면 줄지어 선 버스들과 타고 내리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버스가 오고 사람들이 내리고, 버스가 가고 사람들이 떠난다. 문득, 사람이 버스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살다보니 어느새 여기 내가 있듯이 인생의 버스에 태워져 그렇게 흘러온 것이 아닐까. 그 버스가 우리를 지금 여기로 데리고 왔듯이 다가올 날에는 또 어디로 데리고 갈테다. 그런데 이 버스는 어디로 가는 걸까. 운전석에는 누가 앉은 걸까.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가 멈추면 내려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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