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렌즈와 디지털카메라의 이종결합 X V> 보케의 이해 / Understanding Bokeh
근래 렌즈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보케(Bokeh)에 대하여 수다를 나누어보자. 보케가 만들어지는 원리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보고 그 외 보케의 여러 형태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광학계(렌즈)의 특징도 살펴보자.
▶ 보케(Bokeh)의 정의
최근 일반적 용례에서 '보케'는 초점이 맞지 않은 (아웃포커싱) 상태의 번져 보이는 빛 망울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듯하다. 하지만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하자면 "초점이 맞지 않아 뿌옇게 보이는 사진 효과 또는 표현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빛 망울뿐만 아니라 아웃포커싱 된 배경의 표현 방식을 의미하는 넓은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보케는 광학 발전사에 비추어 볼 때 유의미하게 다루어지거나 연구 대상의 주제는 아니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현대적 광학기기로 발전하던 시기에는 더 또렷하고 선명한 상을 얻기 위한 광학성능에 관심과 연구가 집중되었다. 따라서 초점이 맞지 않아서 흐려진 상에 그 이상의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초점이 맞지 않은 배경 효과에 대한 관심 증대와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러한 유행이 미국 등으로 옮겨가며 Bokeh(1997년)라는 용어가 일반 명사화되었다고 한다.
▶ 보케(Bokeh)가 만들어지는 원리
보케는 초점이 맞는 영역을 벗어난 범위 즉,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의 피사체나 배경 등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렌즈의 조리개를 개방하여 심도가 얕을수록 초점이 맞는 영역을 벗어나는 범위가 넓어지므로 더욱 넓은 범위에서 거리차에 따라 흐릿함의 정도가 차등적인 상으로 보케가 표현되며, 조리개를 조여서 심도가 깊어지면 보케의 효과(흐릿하거나 뿌옇게 되는 정도)는 감소한다. 조금 달리 설명하면 보케 효과는 피사계 심도의 얕은 정도에 비례하여 흐려지는 정도가 증대하고 초점이 맞는 면과 보케로 표현하고자 하는 피사체의 거리에 비례하여 흐려진다.
초점이 맞는 영역을 벗어나 촬영 카메라에 가까운 (근경) 피사체의 경우 앞(front) 보케라 하고 먼 뒤쪽의 피사체의 경우에는 뒷(back) 보케라고 한다. 이 둘은 소소한 차이를 보이는데 주로 색 수차와 관련하여 빛 망울 보케의 경계면 색에 영향을 준다.
화려하게 표현되어 단연 눈에 잘 뛰어 주목을 받는 빛망울 보케의 경우, 초점이 맞는 영역에서 벗어난 점광원이 뿌옇게 흐려져서 상에 맺히는 것을 보통 착란원이라 부르는데, 이 착란원의 모양은 조리개 개구부의 모양과 직접 연관된다. 조리개 개구부는 보통 최대 개방에서는 대부분 원형을 유지하지만, 조리개가 조여질수록 개폐형 조리개의 구조적 특성 탓에 조리개 날개에 수만큼 각진 다각형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조리개를 최대 개방에서 일정 조일 경우에 그 조리개 모양에 따른 빛망울 보케로 나타난다. 그리고 허용 한계 착란원이 크게 형성될수록 빛망울 보케의 크기도 크게 표현된다.
- 커다란 빛망울 보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먼저 배경 흐림이 잘 발생하는 렌즈 - 대구경(작은 조리개 값을 가지는 밝은 렌즈)의 초점 거리가 준망원 이상의 렌즈에서 초점이 맞는 면과 보케의 대상이 되는 점광원의 거리가 멀어야 잘 나타난다. 즉, 초점을 근거리에 맞추고 원거리에 점광원이 있을 때, 밝은 조리개 값으로 찍을 경우에 허용 한계 착락원의 최대 크기 한도 내에서 커다란 빛망울 보케가 만들어진다.
▶ 렌즈의 광학적 특성과 광학 빛망울 보케(Bokeh)의 모양
보케 그중에서 특히 빛망울 보케(이하 '보케'로 표기)의 형태와 관계되는 것으로 수차(자이델의 5수차와 색 수차)에 의한 것과 수차와 관련 없는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설명하기 위한 분류에 불과하고 다른 의미는 없다.
○ 수차와 관련없는 빛망울 보케 형태 등
- 고양이 눈 효과 (Cat`s eye effect)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빛망울 보케는 조리개 개구의 모양에 의해 결정된다. 원형의 조리개 개구 상태에서는 원형의 빛망울 보케가 나타나고 각진 다각형 형태에서는 해당 다각형의 보케로 표현된다. 고양이 눈 효과(보케)는 빈티지 올드 렌즈와 최근에 만들어진 렌즈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데, 원인은 렌즈 최대 개방 조리개에서 정면으로 입사하는 광선에 비해 사선으로 비스듬히 입사하는 광선은 입사개구에 의해 빛망울의 일부분이 가려지는 비네팅이 발생한다. 맺히는 상의 중심부에서는 원형의 보케가 만들어지지만 주변부로 갈수록 비대칭의 타원형으로 가늘어지면서 고양이 눈 형태의 보케가 나타난다.
이는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비네팅 영향으로 가려지는 원형의 보케 영역이 더 많아져서 홀쪽한 타원형으로 만들어지며, 이런 시각적인 효과가 일종의 착시처럼 작용하여 회전하는 형태로 보이는 데, 이를 일명 회오리 보케(Swirly bokeh)로도 부른다. (중심부에서는 원형의 보케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타원형으로 변화하므로 회전하는 것으로 시각적인 착각을 일으킨다) 렌즈의 잔존 수차(코마, 비점 수차)까지 더해지면 소용돌이치는 것과 같은 효과로 심화되기도 한다. 이런 회오리 보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사 개구를 보다 크게 설계하여 비네팅을 방지하고 수차 보정으로 비점 수차나 코마수차를 보정하여 해결할 수 있다. 정리하면, 소용돌이 치는 형상의 회오리 보케는 수차와는 관련 없는 비네팅에 의한 고양이 눈 효과와 수차에 의한 비점, 코마 수차 문제 등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최근 발매된 겐코 토키나의 렌즈베이비의 트위스트 60으로 촬영된 이미지 샘플이다. 회오리 보케를 일으키는 특수 렌즈로 홍보하며 판매하고 있는데, 회오리 효과를 자랑하면 판매하는 렌즈가 나올 줄은 예상 못 했다. 개인적으로 어지럽고 혼잡하며 주 피사체의 주목에 방해가 되어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올드 렌즈의 특성 중의 하나로만 생각했는데 새로 출시된 렌즈에서 이를 전면에 내세우자 조금 의아했고 그리 저렴한 가격이 아니었음에도 구매하는 사람이 있어 한번 더 놀랐다. 올드 렌즈 중 표준 렌즈와 준 망원의 렌즈 중에서는 회오리 보케 특성을 보이는 렌즈들이 많다. 특히 풍부한 거래물량과 저렴한 가격의 러시안 렌즈(helios - 40, 44 등등)에 부담 없이 구매 가능한 제품이 꽤 있다.
- 반사(Reflex) 렌즈의 도넛형 보케
반사 거울 렌즈의 경우에는 구조상의 특성에 의해 도넛형의 보케가 만들어진다. 반사 렌즈는 일반적인 렌즈와 광학적 구조가 확연히 다르다. 일반적인 개폐형의 조리개가 없는 경우도 많아서 고정 조리개를 가진다.
일반적인 렌즈에서 외각에 이중의 윤곽선이나 밝은 테두리로 나타나는 보케가 있는데, 이는 렌즈의 수차 보정과 관련 있다. 반사 렌즈에 의한 것과 형태가 유사한 면이 있으나 만들어지는 원인은 다르다..
- 보케 내부의 동심원 무늬
보케 면에 양파를 수평으로 자른 형태의 동심원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은 빛의 회절에 의한 결과이거나 또는 비구면 요소 구면 연마 과정의 흔적 영향 등으로도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수차와 관련된 보케 형태
특정 수차 하나가 보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대부분 여러 잔여 단일 색 수차(구면, 코마, 비점, 상면 만곡)와 색 수차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거나 또는 렌즈의 설계를 통한 수차 보정 효과가 보케에 나타나기도 하고 그 보정 정도에 따라 보케의 윤곽선이 이중으로 표시되거나 빛 번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좀 더 다루어 보자.
▶ 좋은 보케란?
보케는 비교적 최근에 관심을 받게 된 주제라 이에 대한 평가나 선호의 정도와 기준은 미적 감각과 연관되어 주관적이며, 심미적 관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감각적인 보케 표현의 상황에 따른 다른 피사체와의 조화 문제 등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어려움에 한몫 거든다. 하지만 대체로 지금까지의 좋은 보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은 윤곽을 유지하며 부드러운 그러데이션으로 표현되는 보케를 선호하는 것과 화려한 보케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일부 렌즈는 특수한 필터를 렌즈에 내장하여 이와같은 보케 이미지를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하도록 특별하게 제작된 렌즈들도 있다. 수차 문제가 잘 해결된 일반적인 렌즈의 경우일 수록 그라데이션형의 보케나 뉴트럴한 보케 형태를 보인다.
종종, 그라데이션 형태의 보케를 수차 보정이 부족한 보케라고 표현하고 윤곽선이 뚜렷한 보케를 과 보정에 의한 보케라고 설명하는 자료가 있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이는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보정하지 않은 점광원이 번져 보이면 그라데이션 보케와 유사하게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지만, 이상적으로 단일색 수차와 색수차가 완벽하게 보정된 렌즈에서 보케는 그라데이션 형태로 표현될 것으로 생각한다.
위의 보케 형태에 대한 평가 또한 주관적이며 취향의 문제이며 표현되는 상황에 따라 좋고 나쁨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점광원이 어두운 중심과 상대적으로 윤곽이 밝고 뚜렷한 보케로 표현되는 경우 일부에서는 보케 빛망울 자체의 화려함을 높이 평가하여 보케 몬스터 등으로 명명하고 명품 보케 렌즈 취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의 취향이 각자 다르므로 이 또한 인정하고 수긍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보케를 선호하는 다른 취향만큼이나 뚜렷한 관점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화려하고 윤곽(경계면)이 선명한 보케를 선호하는 입장은 "보케의 빛망울 자체를 주 피사체로 간주하거나 또는 주피사체와 동등한 주목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에 집중하는 성향이 있으며, 이와 다르게 부드러운 뭉개짐이나 그라데이션으로 부드럽게 표현되는 보케를 선호하는 입장은 "주 피사체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배경으로서의 보케에 좀 더 집중하는 성향"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빛망울 자체를 주 피사체로 하는 마니아들의 사진 세계에서는 충분히 화려한 보케가 시선을 끌고 환상적이다. 하지만 보케의 본래의 의미와 가장 자주 선택하는 촬영 콘셉트 (보케 자체를 주 피사체로 하지 않고 단지 배경 효과로만 활용하는 경우)이 주 피사체의 강조와 조화된 배경 표현에 있다고 생각하므로 주 피사체의 주목과 시선을 강탈하는 너무 강렬하고 화려한 보케에는 개인적으로 결코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도 윤곽이 어느 정도 유지하며 너무 선명하지 않은 정도와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되는 부드러운 배경 흐림을 좋아한다. 빛 망울 보케만 한정해서 보면 뉴트럴 한 보케도 그리 나쁘지 않다.
보케는 일종의 렌즈의 광학적 성능이나 이상 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징표로서 작용도 하며, 주로 광학 수차의 보정 정도가 시각적으로 잘 드러난다.
위 이미지는 웹에서 구한 이미지의 일부를 크롭 한 것으로 표현된 보케는 야간에 가로등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며 보케 일부가 비대칭 형태를 보인다. 이는 광학계 일부 구성요소가 광축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이고 보케 내부의 동심원은 빛의 회절 또는 비구면 요소의 구면 결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보케가 이런 비대칭의 비정상적 형태로 표현된다면 구성 요소의 이탈이 등의 광축 이상을 의심해보고 적절한 점검을 받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