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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s of the world/Etc

<Voigtländer> 보이그랜더 슈퍼 와이드 헬리어 15mm f4.5 / Ultra wide lens -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

Notice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오래전 수다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현재의 보이그랜더(실질은 cosina)의 (일반적인 주요 카메라용 광학 제조사와 조금 다른 / 독특한) 1999년 이후의 행보가 이채롭다. 카메라 및 카메라 관련 액세서리 등 일반적이라고 보기 힘든 틈새시장 제품들을 출시하기도 하고, 보이그랜더나 코시나의 이름이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의 광학/렌즈 제조사로 칼 자이스 클래식 렌즈나 최근 디지털카메라에 맞춰 재설계된 밀버스(Milvus) 등의 렌즈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독자적인 라이선스를 가지고 자신의 렌즈를 제조/판매하고 있는데 RF 카메라 사용자에게는 익히 익숙한 보이그랜더다. 카메라와 역사를 함께한 이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카메라 제조사는 합병(60년대 자이스 이콘과 합병)과 연이어 자이스 이콘의 도산 등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카메라 초창기와 중흥기를 이끈 굵직한 발자취 탓인지 아직도 이름은 살아있는 모양새다.

현재의 보이그랜더의 이름을 단 렌즈 또한 다른 서드 파티(third party) 렌즈 제조사와는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코시나의 과거를 들춰 보는 것이 한결 도움이 될 테지만, (수다가 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코시나의 발자취는 다음에 살펴보자. 사실 그리 잘 알려진 회사가 아니라서 아는 채하며 떠벌릴 수다거리가 많지만, 아무도 궁금해하지도 않는 이야기에 혼자 주절주절 늘어놓는 꼴이 달갑지 않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려는 렌즈 또한 그 독특한 것들과 꽤 관련이 있어서 그 이야기 중에 몇 가지는 언급되지 싶다.

보이그랜더 수퍼 와이드 헬리어 15mm f/4.5의 등장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RF 카메라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부디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려는 까닭은 Heliar 15mm f/4.5는 RF 카메라 사용자나 디지털 미러리스 사용자에게 다른 렌즈들과 구별되는 뚜렷한 매력을 가진 렌즈이기 때문이다. 취향이나 추구하는 바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 렌즈라고 생각해서다. 사실, 그 독특한 매력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지 싶다. 하지만, 이 독특함과 좋은 렌즈라는 평가는 사용자에 따라 그리고 어떤 사진을 촬영하는 용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초광각의 렌즈는 가벼운 스냅사진 촬영용이지 대형 인쇄를 위한 고 해상도의 풍경 사진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이 렌즈가 필름 RF 카메라용 렌즈로 설계되었고 따라서 최근의 고 해상력 디지털카메라에 걸맞은 선명함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이런 제품의 콘셉트 상의 한계를 미리 감안하여야 하지 싶다. 

 

▶ RF 카메라를 위한 초광각 렌즈 / Ultra wide lens

초광각(Ultra wide) 렌즈는 촬상소자(필름 또는 이미지 센서)의 짧은 면보다 짧은 초점거리를 가지는 렌즈를 일컫는데, 35mm 필름 규격에서는 초점거리 24mm 이하의 렌즈라 하겠다. 올드 렌즈에는 이런 광각 렌즈가 그리 흔치 않은 편이다. 초기의 광학계가 원경의 사물을 크게 확대해서 보는 망원경에 집중되었고,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광각은 그리 효용을 찾기 어려웠지 싶다.(예외적으로 지형관찰 또는 군사적 목적의 항공 촬영용 등의 특수목적의 광각 렌즈 등이 존재했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뷰파인더 시스템은 사람의 시야(배율)와 가까울 즉, 표준 렌즈(초점거리 40~55)에 특화되었고 고 배율 또는 광각에서는 그 효용이 극감 하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외장형 뷰파인더나 추가적인 액세서리를 사용해서 결점을 보완하기도 했지만, 내재된 한계가 완전히 극복되었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RF 카메라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광각이나 초망원 렌즈는 그리 흔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았다.(25~28mm 초점거리의 렌즈만 되어도 super wide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따라서 50년대 초반까지 초광각이라고 불릴만한 RF용 렌즈는 거의 전무했다.(1930년대에 등장한 topogon 광학식이 있지만 RF 교환용이 아닌 대형 포맷의 항공 촬영용 등에 제한적으로 이용되었다)

1954년 칼 자이스는 비오곤 21mm f/4.5를 출시하였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를 위한 초광각 렌즈였다. (RF 초광각 렌즈 광학식 최초 논쟁을 엄격하게 한다면 1935년 Russar 20mm f/5.6의 광학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렌즈 자체는 1958년에 만들어졌지만, 광학식 특허는 1946년에 이루어졌고, 이후 광각 렌즈의 설계에 끼친 영향 등으로 꽤 주목할만한 렌즈다. 이는 별도의 포스팅에서 다루자) 올드 클래식 카메라 하면 대부분 라이카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라이카의 유명세는 광학사를 통틀어 볼 때 칼 자이스나 자이스 이콘에 결코 비하면 조금 위축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일부 라이카 애호가에겐 불편할지도 모르겠지만) 다양한 시도와 거의 모든 카메라를 만들었던 자이스 이콘과 칼 자이스의 흔적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후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에서 21mm는 초광학 렌즈의 기준이 되었고 연이어 다른 광학 제조사들도 속속 이 흐름에 따랐다. 하지만,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초광각 렌즈는 21mm ( Leitz super-angulon 21mm f/4는 라이카 최초(1958)의 21mm 렌즈이지만, 사실 제작은 슈나이더에서 이루어졌고 판매를 라이카가 담당하였다. 라이카 제작의 초광각렌즈는 80년이 되어서야 등장한다) RF 카메라의 내장된 뷰파인더의 시야각을 훨씬 벗어나는 화각이었으므로 별도의 외장 뷰파인더를 사용하는 불편은 감내하여야 했다. 그리고 SLR 카메라에 밀려 기나긴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광각 렌즈의 실용적인 측면에서 가치를 더 높인 것은 SLR 카메라에서다. 초광각은 SLR 카메라의 등장과 역초점 설계의 초광각 렌즈(대표적으로 칼 자이스의 flektogon 20mm f/4과 디스타곤 등)가 등장하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렌즈로 다가서게 되었지 싶다.

따라서 초광각 렌즈의 광학 구성 유형은 RF 카메라에 주로 장착되던 짧은 초점거리의 대칭형 구성과 SLR 카메라 용의 레트로포커스 타입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둘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루자. 이에 대한 수다를 떨다 보면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초광각 렌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유명한 렌즈는 칼 자이즈의 홀로곤(Hologon)이다. 이전 작성한 포스팅의 링크로 소개를 대신한다. 이 독특하고 어디로 튈지 모를 코시나의 행보 중의 하나로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의 니콘 마운트 버전을 들 수 있는데, 자이즈 홀로곤에 대한 오마주였었는지 모르겠지만, 외형을 Honogon 16mm f/8과 아주 유사하게 출시하기도 했다. 두 렌즈는 화각 등에서 유사하지만, 굳이 이런 디자인으로 SLR 카메라용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을 만든 건 엉뚱함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레트로 포커스 타입 일색인 SLR 카메라에 대칭형의 초광각 렌즈는 신선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불편도 너무 명확하다. 니콘 F 마운트이므로 대칭형 초광각 렌즈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니콘 SLR 카메라에 미러 업 상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렌즈를 장착하고 함께 제공하는 15mm 외장 뷰파인더를 사용해야 했으므로 편리한 렌즈는 결코 아니지 싶다. SLR 카메라의 자랑인 광학식 뷰파인더는 무용지물이 된다.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 Nikon F mount

 

2017/01/17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Optical Lens Design] - <렌즈의 광학구성(Optical Design)과 구조 VIII> 토포곤과 홀로곤 - 원근 왜곡과 왜곡 수차 / Topogon & Hologon - Perspective distortion & Optical distortion

 

<렌즈의 광학구성(Optical Design)과 구조 VIII> 토포곤과 홀로곤 - 원근 왜곡과 왜곡 수차 / Topogon & Hologon - Perspective distortion & Optical distortion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에서 왜곡을 발견할 때가 있다. 중앙부가 도드라져 볼록하게 보이던지, 아니면 주변부가 길게 늘어지는 왜곡이 발생하는데, 이 왜곡의 발생 원인과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왜곡이 도드라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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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Cosina의 흥미로운 일탈 - 보이그랜더 그리고 Bessa 시리즈와 새로운 RF 카메라용 렌즈들

코시나는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1959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일본의 광학/카메라 관련 제조업체다. 광학 유리 소재 공장을 직접 가지고 있고, 렌즈를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 한때는 자체 브랜드로 SLR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 그리고 교환용 렌즈(cosinon)를 직접 제작/판매하기도 했다. 1999년 합병과 인수 후 유명무실했던 보이그랜더의 상표 사용권을 획득하고 옛 것을 새롭게 해석한 듯한 Bessa 시리즈의 카메라와 이에 장착할 수 있는 렌즈를 발표하였다.

Bessa L, Bessa R, Bessa T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가 등장하였고,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라고는 보기 어렵지만 기존의 RF 카메라를 재해석한 듯한 독특함이 매력적이다. 특히 베사 L과 베사 T는 수동 초점 방식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상징과도 같은 뷰파인더를 과감히 제거하였다.(심지어 베사 L에는 거리계 조차 없으므로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라고 하기도 곤란하다) 따라서 별도의 외장 뷰파인더를 장착하는 렌즈의 초점거리에 맞춰 장착하여야 했고, 이때 이를 위해 등장한 렌즈 중 하나가 보이그랜더 슈퍼 와이드 헬리어 15mm f4.5 /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이다. 베사 L은 M39 마운트였고 뷰파인더와 거리계 모두 없는 카메라여서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는 맞춤형 단짝인 렌즈다. 즉, 15mm의 초(x2) 광각은 깊은 심도로 거의 대부분의 공간 범위에 초점이 맞는 팬 포커싱이 가능했고, 15mm 외장 뷰파인더가 렌즈와 함께 제공되었다.

물론,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만 출시된 것은 아니고 초점거리 12mm 그리고, 21mm, 25mm skopar, 이후 울트론, 녹턴, 헬리어 등 다양한 수동 초점 방식의 RF 카메라용 교환렌즈 등이 연이어 출시했다. 자동 포커싱 방식의 SLR용 렌즈 일색이던 카메라 시장에 RF 카메라용 수동 렌즈를 만드는 코시나의 이런 일탈은 꽤 신선했고, 기존 올드 카메라나 RF 카메라 사용자에게 매우 환영받을 만한 일이었지 싶다. 시들어서 서서히 고사하던 m39 올드 마운트 카메라에는 새로이 등장한 초광각 수동 단렌즈가 단비와 같았을 테고, 이후 라이카 유저들에게도 매우 저렴하고 성능이 좋으며 고가의 라이카 렌즈의 효과적인 대체제로 선택의 폭을 넓혔고, 21mm에 묶였던 초광각에 대한 갈증을 12mm와 15mm 초광각으로 해소한 측면도 꽤 신선했다.

하지만, 등장한 시기는 필름 카메라의 전성기의 마지막 시기였고 곧 이어서 등장한 디지털카메라에 필름 RF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 코시나의 Bessa 시리즈와 그 맞춤형 렌즈였던 초광각 렌즈들은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단종되거나 새로운 개량형으로 대체되는 등의 부침을 겪었다. 코시나의 야심 찬 일탈이었던 Bessa 카메라는 2015년을 끝으로 더 이상 제조되지 않고 있다.

 

▶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와 보이그랜더(코시나)

앞서 언급한 코시나/보이그랜더의 일탈은 베사의 대유행이나 RF 카메라의 반등이라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기존 RF 카메라 사용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고,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음은 의심하기 어렵다. 하지만, 본격적인 인기는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본격적인 성장과 함께 시너지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 미러리스의 장점은 미러 박스를 필요로 하지 않고, 그만큼 촬상면에 가까운 렌즈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초기에는 다양한 렌즈를 이종 교배하는 방식(초기의 미러리스 전용 렌즈군의 부족이 한몫했지만)에 적합한 점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기존 SLR 카메라 교환용 렌즈를 디지털 미러리스에 확장 어댑터와 함께 사용하는 것은 장점으로 보기 어렵다. 미러리스의 작은 크기의 장점은 확장형 어댑터와 SLR 카메라에 사용하던 큰 덩치의 교환용 렌즈를 그대로 사용하므로 희석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코시나(보이그랜더)의 일탈과도 같았던 RF 카메라용 렌즈는 미러리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선택이었고, 의외의 호응을 불러일으켰지 싶다.

크기에 대한 매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동 초점(매뉴얼 포커싱) 방식에 익숙하지 않고, 부정적인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수동 포커싱이 AF와 비교해서 절대 쾌적하거나 효율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진을 편리나 효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런 불편을 감내하면서 아직도 수동 렌즈를 카메라의 각종 메뉴얼 기능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메뉴얼 포커싱의 어려움은 망원으로 갈수록 심화되고 광각에서는 깊어진 심도로 훨씬 용이하다. 그리고 초광각 렌즈에서는 깊은 심도로 존 포커싱의 영역은 매우 넓다. 따라서 수동 초점 조절에 대한 부담은 거의 사라진다.

 

 

디지털 미러리스의 급성장과 이에 맞물린 코시나-보이그랜더 렌즈의 인기는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이에 코시나도 자신의 렌즈를 디지털 미러리스에서 더 사용하기 편리한 방식으로 마운트 방식을 변경하고 조리개나 거리 정보를 전송하기 위한 전기접점을 만드는 등 변화를 보인다. 그러면서 가격 또한 두배 정도 올려버린 것은 불만족스럽지만, 원래 자본주의 돌아가는 이치가 그런 것이 아니던가.

 

 

▶  보이그랜더 슈퍼 와이드 헬리어 15mm f4.5 선택의 이유

 

이제야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렌즈를 위한 사전 설명이 끝났다. 무얼 위해서 이리 열심히 수다를 떠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 단순히 잉여 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얼마 전까지 초광각에 대한 필요를 그리 절감하지 못했다. 초광각이나 초망원 렌즈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해 난감했던 기억이 꽤 있고, 최근에는 올드 수동 렌즈로 소소한 일상이나 담는 정도이니 35mm 초점거리 렌즈 정도로 충분했으므로 초광각을쓸 일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영상에 넓은 프레임을 담고 싶었고 일일이 포커싱하는 어려움 등에서 해방될 생각으로 초광각의 렌즈를 찾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구형의 수동 렌즈 플렉토곤 20mm f/2.8이나 20mm f/4를 하나 장만할 요량으로 이베이를 전전하고 있었다. RF 카메라를 좋아하고 그 렌즈들을 무척 선호하지만, 초광각 렌즈는 영상용으로 필요에 따라 팔로우 포커스(follow focus)를 물려 사용할 수 있는 렌즈를 찾고 있었다. 여차하면 중형 광각 렌즈와 중형 렌즈(포컬) 리듀서를 조합해서 사용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런 고민의 와중에 35mm 필름 규격 기준으로 20mm / 21mm를 넘어서는 초광각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었고, 크고 덩치 큰 대구경  SLR용 레트로 포커스 광각 렌즈에 대한 피로감으로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로 급선회했다. 초광각으로 수동 포커싱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는 것도 한 몫했고, 기존 팔로우 포커스 등의 장비를 재조합해서 RF 카메라용 렌즈도 포커싱을 쉽게 하는 방법을 찾아서(이에 대한 포스팅도 한번 계획해 보려 한다) 쉽게 결정했다. 물론, 적당한 매물은 찾기 어려웠고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1999년 초기 버전의 M39 마운트(L39, LTM 또는 LSM)와 별도의 외장 파인더가 있는 구형을 구하려고 노력했다. 라이카 M 마운트의 카메라가 없고, 필름 RF 카메라 또한 M39 방식의 캐논 RF 카메라(canon VT, canon 7 등)를 사용하고 있어서 이에도 장착해서 사용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광학 구성에 대해 잠시 살펴보고 가자. 카메라의 촬상소자면에 근접하는 대칭형 구조이고 초기 버전과 II 버전에서는 6군 8매, III 버전에서는 11매 9군의 구성이며 Aspherical이라고 렌즈 전면에 붉은 글씨로 표시해둔 것처럼 비구면 요소 1장이 사용되었다. 비구면 요소는 구면수차 억제를 위한 것일 테고, 작은 크기에 비해서 렌즈의 광학 구성은 꽤 복잡하지 싶다. 헬리어/Heliar라는 오래된 광학식의 이름은 버전 I에서는 4군과 5군, III에서는 6~7군의 광학요소 구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광학 구성에서 큰 의미를 찾기보다는 렌즈 네이밍과 마케팅적 측면의 요소 등을 감안하지 않았나 싶다. 컴퓨터를 이용한 광학 설계에서 예전의 광학식 원형을 찾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헬리어의 역사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2016/11/04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Optical Lens Design] - <렌즈의 광학구성(Optical Design)과 구조 VII> 보이그랜더 헬리어 / Voigtlander Heliar

 

<렌즈의 광학구성(Optical Design)과 구조 VII> 보이그랜더 헬리어 / Voigtlander Heliar

코팅 기술이 발명되기 이전, 광학요소 투과율과 구면의 난반사 등으로 인해 렌즈에 적용할 수 있는 구성요소의 수가 제한적이었고, 따라서 삼중렌즈, 3군 4매의 테사 등이 현실적인 광학 성능이 보장되는 렌즈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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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ion I & II

 

Version III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의 버전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제조된 M39 마운트 방식의 초기 구 버전과 이후 2009년부터 라이카 M 마운트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렌즈 전면에 필터(49mm)를 장착할 수 있도록 구조가 개선된 두 번째 버전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 II, 그리고 외형의 일부 변화와 라이카 M 마운트 그리고 최근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용 마운트(sony E-마운트) 렌즈의 정보를 카메라 본체에 전달하기 위한 전기 접점이 추가되고 주변부 마젠타 캐스트에 대응하기 위하여 디지털 이미지 센서에 적합하도록 재설계된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 III 가 제조/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버전 III에서는 조리개의 유형이 조금 변형되었는데, 아마도 회절에 의한 화질 저하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중의 조리개 날로 보다 원형에 가까운 형태의 조리개 개구 모양을 위한 구조로 보인다) 초광각 렌즈의 조리개 개구는 매우 작으므로 회절에 대응하기 위한 이런 시도는 고화소/고화질 디지털카메라에 적합한 긍정적인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한다. 

 

 

▶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에 대한 소소한 감상

 

먼저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 렌즈 구형을 사용하였고, 신형을 별도로 사용해 보지 못했으므로 둘의 비교에 대한 내용은 없다. 광학 구성이 동일하므로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 규격의 A7 II와 APS-C 규격의 a6000, 그리고 후지필름의 X-T1, X-pro1 그리고 M39 마운트의 필름 카메라(Canon 7, Canon VT)에 각각 장착해 사용해 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초광각에서 거의 왜곡이 눈에 뜨지 않는다. 이런 왜곡 수차의 탁월한 억제력은 대칭형 광학 설계 구조에 의한 것이라 생각한다. 레트로 포커스 타입의 경우, 20mm뿐만 아니라 24mm, 28mm, 35mm에서도 그 차이는 있지만, 배럴 왜곡이 체감되는 것에 비하면, 초광각 15mm에서 왜곡 수차 억제력은 탁월하다. 자세한 내용은 샘플 이미지와 이전 링크로 갈음하자.

 

간혹 왜곡 수차와 원근 왜곡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초광각 렌즈에서는 원근 왜곡 또한 매우 강조된다. 따라서 이 둘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 이에 대해서는 글 첫머리 홀로곤 링크에서 다루고 있다.

 

최대 개방(f/4.5) 근처에서 주변 비네팅이 어느 정도 발생하지만,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라이트룸 보정에서 비네팅 효과를 주어 중앙에 주목도를 높이기를 좋아하는 개인 취향에는 이 정도 비네팅은 매우 바람직하다.

 

 

 

먼저, 해상력이나 분해능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이 렌즈는 선명함과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얻기 위한 렌즈가 아니란 점을 어느 정도 감안하여야 한다. 작은 크기의 인화나 인쇄 또는 웹에서 사용할 일반적인 용도에서는 깊은 심도로 인해 해상력이나 선명도에 문제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의 고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 대응으로는 아쉬운 해상력과 분해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작은 입사구로 실현하는 초광각 렌즈로서의 해상력/분해능의 한계는 분명히 체감된다. (이 렌즈의 시작이 필름 카메라였던 bessa 시리즈와 함께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f/11 이상에서는 회절 현상에 의해 해상력이 저하되는 것 또한 쉽게 체감된다. 회절의 다른 모습은 빛 갈라짐인데, 빛 갈라짐이 비교적 낮은 조리개 f/5.6 등에서도 잘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f/4.5 최대 개방에서도 회절로 인한 화질(해상력/분해능) 저하는 일정 수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초광각의 15mm 초점거리이므로 f/16에서 입사동의 크기(유효 구경)는 0.94mm 정도에 불과하므로 회절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지 싶다. 초광각 특히나 초+초광각의 렌즈에서 (중/대형 규격 등의 변화가 없는 한) 조여진 조리개 값의 작은 입사동 직경으로 회절이 발생하고 일정 해상력 저하는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래 밤거리 촬영 이미지에서 뒤쪽 가로등의 빛갈라짐이 눈에 띈다. f/5.6에서도 빛갈라짐 즉, 회절은 일정 수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플레어는 잘 억제된다. 광원(가로등)을 직접 촬영한 경우에도 아래 보라색의 플레어가 발생했지만 광원을 직접 촬영한 조건에 비추어 비교적 잘 억제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꽤 좋은 렌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점도 최대한 자세히 언급해 보자. 대칭형 구성의 초광각 렌즈라서 이미지 센서면에 근접하고 이미지 센서 주변부에 빛의 파장에 따른 색 표현의 균질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35mm 풀프레임 카메라에서 주변부 보라색이 감도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마젠타 캐스트 이슈는 촬상면에 사출부가 근접하는 렌즈 유형이 디지털 이미지 센서에서 항상 문제 되는 내용이므로 그리 새롭지도 않다) 이면조사형의 센서(A7 r2 등)에서는 주변부 수광률에 문제가 없고, sony a7 II에서는 이런 주변부 보라색 이슈의 단점이 확인된다. APS-C 규격 카메라에서는 훨씬 그 정도가 경감되어 거의 인지하기 어려웠다. 이를 개선한 새로운 광학식의 버전 III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버전 I의 렌즈가 필름 카메라용으로 설계/제작되었음을 한번 더 상기하자.

 

APS-C 규격 카메라에 장착하면 약 35mm 필름 규격 환산으로 23mm 정도에 해당하는 초점거리 렌즈로 작동한다. 23mm도 초광각 렌즈라고 할만하지만, 35mm 풀프레임 카메라에 장착했을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든 시야다. 이미지 센서의 규격이 달라져도 광학계 심도의 정도는 그대로여서 앞에서 언급한 깊은 심도 넓은 존 포커스 영역은 여전하다.

 

RF 타입의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 후지 X-pro 시리즈와 궁합이 무척 궁금했는데, 이유는 X-pro 시리즈의 하이브리드 광학식 뷰파인더와 잘 조합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x-por는 35mm 풀프레임 기준 21mm 초점거리 렌즈부터(일반적인 RF 카메라의 초광각 렌즈) 광학식 뷰파인더의 프레임 윤곽선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15mm 초점거리의 초광각 렌즈를 장착하면 뷰파인더의 전체 시야를 넘어서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장착해 보니 X-pro1의 광학식 뷰파인더의 시야 범위(FOV)가 35mm 필름 포맷 기준 약 15~16mm (APS-C 기준으로 21mm 정도) 초점거리 렌즈의 시야 범위와 유사해 보인다. 따라서 프레임 윤곽선을 무시하고 광학식 뷰파인더 전체를 본다면 15mm 초광각과 거의 유사한 배율/화각을 보여준다.(X-pro 시리즈의 광학식 뷰파인더 배율(시야율)을 두 단계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이를 유의/활용하자)  

 

 

 

필름 RF 카메라 특히 m39 마운트 타입의 카메라에 구 버전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는 안성맞춤이다. 15mm 외장 뷰파인더를 액세서리 슈에 장착하여 프레임 설정에 활용하므로 별도의 소모 값도 발생하지 않는다.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 구 버전에는 RF 카메라의 거리계와 연동하는 커플러가 없는데, 15mm의 초광각과 깊은 심도로 인해 거리계와 연동하는 포커싱은 별 의미가 없으므로 그리 문제 될 것은 없다. 물론 거리계 연동의 RF 카메라에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이는 고려 대상 조차 되지 않는다. 차라리 더 간명해지고 가벼우니 더 낫다.

 

 

 

초광각 렌즈 중에서는 꽤 저렴한 편이라 생각하지만, 광학적 성능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사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주고 싶다. 라이카에서 발매되었더라면 지금보다 몇 배는 비싸고 귀한 대접을 받았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이 렌즈가 코시나에서 만들어진 것은 참 다행이다.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는 어떤 RF 또는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잘 어울려 보인다.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인기를 구가하지 싶다. 물론 최근 버전의 가격이 두배 가량 껑충 올랐지만, 이 또한 인기의 반증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효용성에 무척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수동 조작이나 RF 카메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렌즈라고 생각한다. 초광각이라는 화각에 적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APS-C 규격의 디지털 미러리스에 장착해도 좋다. 두 규격의 카메라를 모두 활용하면 더 좋겠다.

그리고 부록과 같은 절묘한? 뷰파인더까지 함께 제공하는 초기형의 Voigtländer Super Wide Heliar 15mm f4.5를 추천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코시나의 외장형 뷰파인더는 무척 품질이 좋고, 메이저 카메라 제조사의 뷰파인더 등도 코시나에서 만든 것이 꽤 많다. M39 mount/LTM or LSM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간단한 LTM 어댑터로 라이카 M 마운트에 대응할 수 있고,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대부분 이종교배용 확장형 어댑터로 무리 없이 사용 가능하다. 헬리코이드 기능의 확장형 어댑터라면 근접 촬영에서 더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 LTM 방식의 구형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나 라이카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에 장착할 경우의 아주 제한적인 문제일뿐더러 초광각에서 거리계 연동에 의한 포커싱은 깊은 심도로 인한 넓은 존 포커싱 범위로 인해 그리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그래도 거리계 연동 커플러가 없다고 망설여진다는 버전 II의 선택도 좋다. 마젠타 캐스트가 마음에 걸린다면 버전 III의 선택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소니 E 마운트 전용인 데다, 소니의 최근 카메라는 이면 조사형 센서이니 뭔가 조금 중복된 듯한 느낌도 있다. ND 필터 등과 함께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옥에 티다. 초광각 렌즈에서 ND 필터의 사용에선 가변 ND 필터는 그 구조적인 문제(편광 필터 2장으로 구성되는) 때문에 이미지 전체에 균질한 감광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고, 고정된 중립 밀도의 ND 필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런 제한 등을 생각하면 ND 필터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도 어느 정도 상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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