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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카메라 이야기/사진과 카메라에 얽힌 잉여로운 감상

디지털 이미지의 후반 작업(후보정)에 대하여 - 디지털 카메라와 올드렌즈 이종결합 사용의 딜레마


올드 렌즈들은 수집과 소장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와 이종 결합을 통해 최신의 디지털 기술과 올드한 광학계(렌즈)간의 어울림이 무척 흥미롭다. 사진을 찍는 일련의 행위에서 수동 조작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광학 성능 추구로 획일화된 최신 렌즈와는 다르게 올드 렌즈가 가지는 제 각각의 개성진 묘사가 눈길을 끌고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이자 사진을 완성하고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시킨 기술적 이점, 흔히 '후보정'이라고 일컫는 '후반 작업'과의 연장선에서 본다면 올드 렌즈와 디지털 이미지 기술의 결합은 얼마나 효용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 사진의 후반 작업(후보정)의 의미

사진의 후반 작업은 아마추어 단계에서는 흔히 본래의 상을 왜곡하는 그릇된 행위로 인식되기도 하고 귀찮음으로 무시되기 싶지만, 사진술(사진 예술)이라는 개괄적인 의의에서 볼 때는 피사체를 촬상소자에 담는 촬영 단계 뿐만 아니라 이를 시각화하는 일련의 작업, 현상과 인화 등의 후반 작업이 중요함은 그 누구도 무시하기 쉽지 않다. 자신이 표현/묘사하고 싶은 것을 구현하는 일련의 행위를 사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단지 촬상소자에 상을 담는 행위로 끝날 수 없다. 사진의 촬영과 현상 그리고 인화 등 전반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작업의 중요성 탓에 오래 전 필름 시대부터 직접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과정에 골몰했던 사진 작가들을 우리는 사진의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흑백 사진에서 이런 작품 활동이 많았고, 우리는 이런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에 감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칼라 필름의 현상과 인화는 그 과정이 고도의 기술과 각종 화학물질과 전문 기계를 요하는 부분이 많고 개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였던 탓에 전문 업체에 이를 현상과 인화를 일임하고 작가는 피사체를 필름에 담는 행위에만 집중하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 칼라 필름 시대의 후반 작업의 어려움이 우리가 추구하는 사진술의 정의를 '촬영'에 한정하는 협소함으로 내몬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현재에도 후반 작업(후보정)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때로는 가혹하다. 특히 칼라 필름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본격적으로 대두한 카메라의 대중화 이후 이름 흐름은 더 뚜렷해진 것은 아닐까. 현재와 다른 사진이 태동하던 초창기의 사진 작가들의 실험 정신과 신박한 시도는 상업적인 필름과 이를 현상/인화하는 전문 업체의 편리한 서비스에 후반 작업을 온전히 내맡기고 획일화/정형화되었으며, 이는 연쇄적으로 작가가 후반 작업 과정에서는 자신의 창조적인 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졌고 결과적으로 후반 작업은 전문 업체에 의지하는 반쪽의 사진술이 되었던 것이지 싶다.


물론 광학기기와 카메라 발전의 역사에서 기술적이고 실제 효용, 그리고 상업적 측면에서 보이는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기술적 접근이 카메라와 광학기기, 그리고 촬상소자에서 주요 목표였고 초창기 사진술이 중요시 했던 부분임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실적인 묘사/표현을 근간으로 사진 작가들은 표현의 영역을 넓혀나갔다고 생각한다. 이는 회화의 발전인 미술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찾을 수 있다.  사실적인 묘사가 회화의 가장 근간이 되었고 이를 토대로 인상파의 빛과 색에 대한 새로운 해석, 그리고 이후 새로운 조형원리에 입각하여 사실적인 외형 구조 조차 파괴/재해석이 이루어지는 입체주의나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도입한 초현실주의 등의 작품으로 미술의 영역이 확장되었음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FUJIFILM | X-Pro1 | Aperture priority | 1/240sec | ISO-200Canon serenar 35mm f/2.8




▶ 디지털 이미지에서의 후반 작업(후보정)


디지털 이미지 기술의 등장은 기술적인 한계와 곤란 등으로 잃어버린 아니 잊고 있던 후반 작업을 다시 사진 작가에게 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초창기의 디지털 이미지는 감광유제 필름과 같이 보이는 그대로를 재현하기 위한 기술적 발전에 집중하였고, 이미 필름의 사실적인 묘사나 해상력과 색재현력을 추월한지 오래다.


디지털 후반 작업은 기존 필름 시대의 후반 작업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간편하고 자유롭고 그 한계를 짐작하기 어렵다. 일례로 의식하던 하지 못하던 누구나 쉽게 후보정의 일부 작업을 행하고 있다. 간단한 사진 편집용 어플리케이션 또는 카메라에 내장된 기능을 이용해서 이미지의 일부분을 크롭하거나 밝기를 조정하고 색감을 조정할 수 있으며, 특수한 효과를 가진 필터를 적용하여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보다 전문적인 사진 편집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더 많은 자유로운 표현/묘사가 가능하고 이미지의 외형을 변경/왜곡하여 실제와는 다른 형태를 구성할 수도 있으며 합성 등 한계가 없는 표현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혹자는 이것은 사진술이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 서 예를 들었던 미술 회화의 경우에서 처럼, 인상파가 등장할 무렵 그들에 대해 기존 미술계의 혹독한 평가나, 야수파, 입체파의 회화도 처음부터 호평을 받고 모두에게 환영받았던 것은 아님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이왕 회화에 비유를 하였으니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사진술에서 촬영만을 중시하고 현상을 단순히 부주적인 작업으로 간주하는 것은 화가가 그림의 컨셉과 밑거림만을 제공하고 페인팅은 전문 업체에 맡겨 그림을 완성하는 것과 비슷한 꼴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물론 과장된 비유이겠지만, 사진 작가가 촬영 시에 의도한 구도와 함께 이를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는데 중요한 톤이나 색을 구현하는 현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칼라 필름 시대야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제 디지털 이미지 시대에서까지 그런 핑계는 부질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조잡한 합성이나 과도한 떡보정과 사진술에서 인정되는 후반 작업 한계는 어떻게 구분되고 무엇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 현재 시점에서 용인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것 조차 어렵다. 단지 다른 예술에서의 역사나 경향으로 짐작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



취미이든 직업이든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사진술이 추구하는 목적이나 목표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현재의 모습을 잊지않게 기록에 의미를 두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눈앞의 펼쳐진 시각적인 현상에 대한 감상을 감각적으로 사진에 담아 그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는 누구의 사진술이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 듯, 저마다 사진을 찍는 목적에서의 차이가 아닐까. 사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의 보도 사진과 예술적인 표현을 위한 사진이나 이벤트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 사진의 목적이 다르듯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이에 따른 표현이나 묘사의 방법이 제각각 다를 수 있다. 목적 뿐만 아니라 개인의 미적 감각이나 취향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다. 언제나 정답은 없고 여러가지 답이 있으며 그 답 중에서 자신에 맞는 것이 있는 세상인 듯하다. 그리고 다른 취향과 다른 목적, 나와는 다른 생각이 있음을 인정할 때, 세상은 풍요로워지고 그 다양한 가치 속에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는 듯하다.



후반 작업에서 기본적인 클리핑으로 충분한 계조(명도 단계)만 확보하여도 아래 사진처럼 색다른(정말 색이 다르게 느껴진다) 표현 가능해진다. 물론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를 구현할 수도 있어서 편광 필터나 스카이 라이트 필터 등을 사용하여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계조 또는 명도 단게를 충분히 확보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어느 것이 더 낫다가 아니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도와 그 한계 그리고 효용에 관해 생각해 볼 문제이다.


FUJIFILM | X-Pro1 | Aperture priority | 1/240sec | ISO-200




▶ 무보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보정된 이미지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의 디지털 카메라들은 자체 프로세서 칩을 가지고 있고 고급형의 디지털 카메라는 이를 통해 촬영한 광학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전환하고 RAW 파일로 저장하거나 자체 이미지 프로세스 과정을 거쳐 JPG 파일 등으로 변환한다. 후반 작업의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에는 주로 RAW 파일로 촬영하고 촬영된 이미지 자체를 바로 활용하기 원할 경우에는 JPG 파일 옵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흔히 RAW 파일이나 JPG 파일을 사진 편집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후반 작업을 거치고 나면 보정된 이미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카메라에서 생성된 JPG 파일은 보정이 그치지 않은 원본?이라고 일컫는데 하지만, 이렇게 생성된 JPG 파일은 보정을 거치지 않은 일명 무보정 이미지라는데 의문이 생긴다.


카메라에서 우리는 화이트 밸런스를 선택하고 노출의 정도, 포커싱 등을 감안하여 촬영을 하고, 그보다 기본적인 옵션에서 색역(sRGB 또는 Adobe RGB) 등을 선택한다. 이런 설정을 바탕으로 촬영이 이루어지면 물리적 빛의 신호는 디지털 이미지 센서를 통과해서 디지털 신호로 전환되고 카메라의 이미징 프로세스 과정을 거쳐 JPG 파일이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진행과정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성된 jpg 파일은 이미 카메라 자체에서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에서 보정이 적용된 이미지라고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 후보정의 정도나 원하는 효과를 촬영 모드 옵션에서 모드나 필터 효과, 필름 시뮬레이션 등의 옵션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이는 사진 편진용 어플리케이션의 프리셋이나 필터 효과와 거의 유사/동일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는 후보정을 그치지 않은 사진은 RGB와 계조의 정보만을 가진 RAW 파일로 저장된 조금은 칙칙한 느낌의 용량이 커서 무겁게 느껴지는 사진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 올드 렌즈와 디지털 카메라의 이종 결합과 후보정


디지털 이미지에서의 후반 작업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다보면 이 지점에서 올드 렌즈와 디지털 카메라의 이종 결합의 장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사실 후반 작업의 자유도는 사용하는 사진 편집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문 사진 편집 프로그램(Adobe 라이트룸과 포토샵 등)에서는 자유도가 매우 높아서 프로그램 다루는 숙련도만 보장 된다면 구현하지 못할 효과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올드 렌즈의 개성진 묘사나 표현력, 이에 수반되는 감성적인 특징 또한 이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개성진 묘사에 장점을 둔 올드 렌즈의 효용은 디지털 이미지 후반 작업의 강력한 보정으로 무소용이 되는 건 아닌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요소가 시간의 벽을 넘어 어울려 보였는데, 디지털 기술의 놓칠 수 없는 후반 작업의 즐거움이 걸림돌이 되어 둘의 합이 이런 부분에서는 어긋나는 듯 하다.


그리고 원활한 후반 작업을 위해서는 선명한 이미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선명한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은 해상력과 자동 초점으로 무장한 최신의 기술이 접목된 렌즈들로 만들어지는 선명함에는 올드 수동 렌즈로 만들어지는 것에 비하면 차이가 있다. 이 지점에서 이상적인 후반작업을 염두에 둔다면 올드 렌즈와 디지털 카메라의 이종 결합은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를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서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런 딜레마에서 수동 포커싱의 한계에서 낙담하게 되지 않을까.


사실, 올드 수동 렌즈로 촬영된 이미지의 해상도나 선예도 저하는 광학 성능으로 인한 문제라기 보다는 수동 포커싱의 한계로 인하여 정확한 초점면이 원하는 피사체에 형성되지 않는 문제에 기인한다. 이는 눈으로 파악하는 초점 정확도 보다 카메라의 AF 포커싱의 정확도가 더 높은 것에 원인이 있다.


이런 문제에서 적절한 해법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더 좋은 활용 방법이나 둘의 공존에 대해서는 스스로 즐기면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좋은 공존 방법이 있다면 골몰하고 있는 수다쟁이에게도 살짝 알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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