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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s of the world/Canon Old RF camera & SERENAR Lenses

캐논 P - 최고급기를 넘어서는 보급기의 인기 /Canon P (populaire)

Notice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근래 렌즈보다는 카메라에 대한 수다가 부쩍 늘었는데,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시 시작한 필름 사진 때문이 아닌가 싶다.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징 기술의 범람이 편리함의 역설적인 피로로 작용한 것인지, 과거에 대한 막연한 향수 탓인지 필름 카메라로 만드는 사진의 신중함과 수고스러움이 간혹 그립다.


5월 초는 원래 휴일이 많은 편인데 부처님 오신 날과 장미 대선 선거일까지 징검다리로 휴일이 있어 마음이 무척 여유롭다. 따스한 봄 햇살에 사진 찍으러 나갈까를 몇 번 고심했지만, 마땅히 혼자 카메라를 들고 배회할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아쉬움을 포스팅을 가장한 수다로 대신해 보자.

 

 

이번에는 캐논 RF 카메라 중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의외의 인기 기종인 'Canon P'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의외'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인기 있을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P는 'Populair'로 프랑스어로 '인기 있는'의 의미이고 이름에서 살짝 눈치챌 수 있듯이 Canon VI에서 일부 기능을 다운그레이드 (간소화) 한 카메라로 고사양의 최고급 라기보다 보급에 방점을 찍는 중급기에 해당하는 캐논의 35mm 필름 규격의 렌즈 교환식 RF 카메라다. Canon P에 대해서 먼저 모태가 된 Canon VI에 대해서 정리하면 한결 이해하기 편하겠지만, Canon P를 먼저 다루고 이후 Canon VI (T/L) 카메라에 대해 알아보아도 등장 순서의 선후가 조금 바뀐 느낌이지만 그리 뒤죽박죽이 되진 않을 듯하다.

 

 

▶ 캐논 P의 기본 사양

 

Canon VI의 일부 고급 기능을 제외한 Canon P는 1958년 12월에 출시되었는데, 캐논의 의도와 예측 범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구매자에게는 합리적인 출시 가격과 준수한 성능으로 매우 인기를 얻었다.(Canon P의 주요 경쟁 타깃은 Leica M2였다. 라이카 M3의 보급형 버전이기도 했던 M2는 35mm 초점 거리 렌즈에도 알맞게 설계되어 여러모로 Canon P의 출시에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제조 기간이 1958년 12월에서 1961년 5월까지 약 2년 6개월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거의 10만 대에 근접하는(정확하게는 10만 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RF 카메라 시장이 새로이 등장한 SLR 카메라와 콤팩트 카메라에 위협받고 있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꽤 성공적인 판매고라고 생각한다) 판매고를 올렸다. 출시가가 50mm f/1.4 렌즈를 기본 장착하고 52,700엔 정도였으므로 카메라 본체 가격만 52,500엔의 Canon VI -T와 비교하면 아주 저렴했고 당시의 렌즈 교환식 RF 카메라의 일반적인 판매 가격과 비교해도 매력적인 가격이었다.

 

2017/05/10 - [Canon & Nikon/Canon RF camera] - 캐논 레인지파인더 회심의 역작 - Canon VT & Canon VI (T/L)

 

캐논 레인지파인더 회심의 역작 - Canon VT & Canon VI (T/L)

라이카 M3의 출시는 당시의 RF 카메라 경쟁 제조사들에게는 충격이었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게 하는 시련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선행기술의 좋은 표본인 동시에 따라잡기 위한 도전 과제이자 기존의 고리타분한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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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9 스크루 마운트(LTM)가 적용되어 대부분의 M39 마운트 렌즈를 활용할 수 있었고, 거리계와 연동된 뷰파인더의 포커싱 방식과 가로 주행의 포컬 플레인 셔터, 금속 코팅의 셔터막이 적용되어 B, 1~1/1000 (2 배수 단계)로 구분되는 셔터 스피드 조절이 가능하였다. 플래시 발광 동조는 카메라 측면의 PC 케이블 커넥터와 플래시를 연결하여 사용하며 X 모드의 플래시 동조 속도는 1/55 sec이다. 

 

캐논 P의 인기 요인은 구매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실용적인 기계적 성능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외형과 밝은 뷰파인더를 들 수 있다. 캐논 P의 외형은 별도의 설명 없이 지금 보아도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과 균형미를 갖추었고 조작부가 직관적이고 다루기 편한 아름다운 RF 카메라다.

 

 

 

 

 

Canon VI의 뷰파인더(3 모드 뷰파인더 방식)는 여러 광학 요소가 사용되고 뷰 파이더의 접안부(아이피스) 우 하단의 '모드 변경 다이얼' 조작에 의해 확대 렌즈(Magnification lens)가 뷰파인더 내부에서 회전하면서 뷰파인더의 배율이 변화하는 매우 정밀한 제작을 요했으며, 제조비용 또한 높은 방식이었다. 그리고 전용 외장 뷰파인더 장착 시 자동 시차 보정이 가능하도록 액세서리 슈에 연동 장치가 갖추어져 있었는데 Canon P에서는 간소화를 통해 배율 변동이 없는 고정된 뷰파인더 구조와 외장 뷰파인더의 시차 보정 연동 장치 등이 생략되었다.

 


▶ 캐논 P의 액세서리 등

 

캐논 P는 50년대의 렌즈 교환식 카메라와 같이 측광을 위해서는 별도의 노출계나 클립 온 타입의 전용 노출계를 장착하여야 했다. canon - meter는 Canon VI와 Canon P의 액세서리 슈에 장착할 수 있었고,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 다이얼과 연동하는 셔터스피드 조작 방식이었다. 외장 액세서리 중 하나이고 별도의 노출계나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간편한 노출 앱을 설치하여 대체할 수도 있다. Canon meter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별도 포스팅에서 다뤄보자.

 

 

 

Canon P 당시 캐논 RF 카메라용 플래시로 Canon flash unit V-2 등의 액세서리가 함께 발매되었다. 하지만 일회용의 플래시 전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현재는 1회용 플래시 전구 등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사용상의 효용도 전자 플래시에 비할 바 못되므로 함께 발매되었다는 점 이외에 효용을 찾기는 어렵다. 전자 플래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측면에 플래시 싱크 단자(Flash sync terminal - X 싱크 단자)에 PC 싱크 케이블을 플래시와 연결하여 사용이 가능하다.

 

최단 촬영거리나 접사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는 RF 카메라는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접사 필터 방식의 액세서리로 Canon Auto-up이 있다. 이는 이전 포스팅에서 다룬 바 있어 생략한다.

 

 

 

▶ 캐논 P의 장/단점

 

앞에서 언급한 캐논 P 뷰파인더는 3 모드의 고급형 뷰파인더보다 더 밝게 보이는 장점을 가졌다. 먼저 장착되는 렌즈의 초점 거리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고정된 배율은 맨눈과 같은 1: 1 배율 적용으로 양안 촬영(오른쪽 눈으로 뷰파인더를 보는 동시에 왼쪽 눈도 함께 보면 촬영하는 방식)이 가능하여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장점인 촬영 시 뷰파인더 시야 이외의 넓은 시야를 확보 가능한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매우 밝은 상의 파인더 시야는 캐논 P의 인기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Canon P의 인기와 호평에 후속작인 Canon 7에도 고정 배율의 뷰파인더 방식이 적용되었지만, 조금 더 넓은 프레임 시야 확보를 위해 등배(1:1)가 아닌 0.8 배율을 적용하였고 해당 배율만큼 뷰파인더 상의 밝기는 감소한 면이 있다. 하나를 희생하고 두세가지를 얻으려는 의도였던지 Canon 7의 뷰파인더에서는 35mm 50mm 85/100mm, 135mm 초점거리에서 선택 가능한 밝은 프레임 윤곽선과 정밀한 시차 보정이 가능했다.

 

캐논 P 뷰파인더의 시야는 35mm 초점 렌즈에 대응할 수 있는 약 65˚ 이상의 시야를 확보하고 있고 뷰파인더 내의 프레임 도움선은(frame line) 35mm, 50mm, 100mm 초점거리에 대응하도록 표시되면 자동 시차 보정 기능이 있다. 프레임 라인은 선택 기능이 없고 항상 3개의 프레임 라인이 표시되는 방식이며 레인지파인더 창을 통과한 이중 상은 원형 형태로 나타난다.

 

 

 

캐논 P는 50년대 중반 이후 캐논이 생산한 렌즈 교환식 RF 카메라 중 비교적 가벼운 편에 해당하지만, 실제 무게는 650g에 달하는데 캐논 7의 865g나 Canon VI의 묵직한 중량감에 비해 가벼웠지만 라이카 M3에 비해서는 조금 무겁다. 휴대의 편리함과 손에 들고 스냅 촬영에 주로 활용되는 RF 카메라의 특성으로 볼 때 어느 정도의 무게는 안정적인 촬영에 도움이 되며 휴대하기에도 그리 불편한 무게는 아니지 싶다.

 

기능적으로 일부 간소화되었지만 가장 필수적인 기본 성능에서는 매우 탄탄했던 Canon P는 뚜렷한 단점을 찾기 어렵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레인지파인더(거리계)의 정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선장'(뷰파인더 입사구와 레인지파인더 입사구 광축 사이의 거리)이 41mm로 라이카 M3의 69.25mm에 비해 조금 짧은 점이다. 기선장이 길수록 레인지파인더의 정확/정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캐논 7에서는 59mm의 베이스 길이(기선장)를 가진다. 그리고 뷰파인더 내에 표시되는 프레임 라인에 85mm나 135mm에 대응하는 표시가 없는 점도 살짝 거슬린다. 85mm 준망원 렌즈는 인물 사진에 활용도가 높은 렌즈이지만 프레임 선택을 가능하지 않은 구조적 한계로 너무 많은 프레임 선을 표시하여 얻는 장점보다 뷰파인더의 시야를 가리는 단점을 감안하여 생략된 것으로 생각된다. RF 카메라에서 활용도가 높은 35mm와 50mm 렌즈만을 사용한다면 Canon P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캐논 P에도 Canon VI과 같이 '금속 코팅의 셔터막'이 적용되었는데, 막의 구김이 발생하여 미관상의 단점이 있지만, 이 구김은 셔터막의 작동과 기능에 별다른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금속 코팅 셔터막은 내구성 면이나 차광 효과에서는 이전의 포막 셔터막에 비해 훨씬 나아서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생각한다.

 

 

 

 

 

Canon P는 서두에서 밝혔던 바와 같이 최고급 기종으로 설계되고 제조된 카메라는 아니다. 몇 개월 앞서 출시된 캐논 RF 카메라 최고급 기종인 Canon VI의 일부 기능을 간소화한 보급/중급기에 해당했지만, 그 출발과 달리 기능 대비 매력적인 판매 가격과 간소화가 가져다준 의외의 편리함, 그리고 밝은 등배 파인더(Canon VI 또한 뷰파인더 셀렉터/조정부를 50mm 렌즈에 대응할 때 1:1 배율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배율 변경이 가능한 구조로 제작하기 위하여 여러 장의 광학요소로 구성되어 밝기가 Canon P의 뷰 파인더만큼 밝지 못했다)는 라이카 M3의 뷰파인더에 버금가는 밝고 시원한 뷰파인더로 호평받았고, 35mm 또는 50mm 렌즈를 장착하고 다목적으로 사용하는데 매우 효율적이었다. 기능이 많다고 항상 좋은 카메라가 아니 듯이 간소화된 기능과 편리함으로 본래의 굴레 지어진 등급이나 마케팅 포지션을 뛰어넘는 캐논 P의 성공은 태생의 한계나 주어진 운명의 굴레를 극복한 인생 역전의 성공 신화 같은 후련함을 준다.

Canon VI-T

2019/10/21 - [우당탕탕 만들기(DIY & MOD)/3D printing Crafts for camera] - <3D 프린팅> 캐논 필름 RF 카메라 그립 만들기 / DIY - Old RF film Camera grip (For canon V, VI, P,7,7S)

 

<3D 프린팅> 캐논 필름 RF 카메라 그립 만들기 / DIY - Old RF film Camera grip (For canon V, VI, P,7,7S)

올드 필름 RF 카메라는 파지 부분에 별다른 장치가 없어서 그립감이 무척 아쉬웠고, 3D 프린터 출력으로 카메라 파지감 향상할 수 있는 그립을 만들었다. (캐논 RF 카메라-canon V, canon VI, Canon 7, Canon P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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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6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아직도 거래 가격에서는 최고급 기종이었던 Canon VI가 훨씬 높고, 3 모드 뷰파인더나 정치한 기능들 또한 매력적이다. 하지만 Canon P는 여전히 그 이름의 유래처럼 'Populaire'의 간결하고 실용적인 카메라로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거래 가격으로 성능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RF 카메라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수집의 이상한 가치 매김으로 예외적인 블랙 버전 Canon P의 높은 거래 가격도 있지만, 이는 전문 콜렉터들의 유희이므로 실 사용을 목적으로 한다면 희소성의 블랙 도색의 Canon P를 고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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