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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s of the world/Carl Zeiss (Jena, Opton)

Carl Zeiss Jena sonnar 5cm f/2 (STEP. 1)

 

계절은 아직 엄연한 겨울의 끝자락에 걸려 있어 카메라를 가지고 외출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틈틈이 sonnar 5cm f/2를 디지털 미러리스에 물려 소소한 일상과 3일간의 남해 바다 여행 중 풍광 몇 장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이름값에 걸맞은 광학 성능과 아직도 효용과 효율이 높은 렌즈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무코팅 버전이라 플레어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실사용에서 일부의 특정 상황(강렬한 광원에 의한 사광 또는 역광)을 제외하고는 딱히 그리 불편하거나 곤란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8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렌즈임에도 최근의 디지털 미러리스에 잘 어울리고, 촬영 결과물의 높은 콘트라스트는 실외나 실내 구분 없이 꽤 좋은 느낌을 준다. 특히 APS-C 규격 미러리스에 물린 탓에 35mm 필름 규격 환산 80mm 초점거리 근간의 화각은 인물 사진에 뛰어나다. jpg 파일로 대부분을 촬영한 탓에 디지털 카메라의 디지털 이미징 프로세싱의 특성도 일부 고려하여야 할 것이므로 색 재현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약간의 올드한 느낌의 색 밸런스에 비교적 진득한(채도 높은) 색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두루뭉술한 표현이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표현 방식이다. 아래에서 구체적인 색 재현력의 특성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자) 1930년대 무렵의 올드 렌즈 설계로 묘사력에 꽤 장점이 있어 보이며 흑백 사진에 잘 어울릴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조금 무거운 발색 느낌이 강한데, 계절의 끝자락에 황량한 겨울 바다 사진에서 밝고 화사한 색 표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조금 억지스럽긴 하다.

 

묵직한 발색은 최근 렌즈의 맑고 투명한 듯한 느낌의 색 재현력과 대비된다. 색 재현력에 대한 취향의 호불호에 따라 묵직한 색감과 투명한 색감은 서로 가치를 달리할 수 있고. 최근의 렌즈 색 재현력이 사실적이고 좀 더 밝고 화사한 느낌이라면, 올드 렌즈 그중에서 특히 흑백 필름 시대 렌즈의 촬영 결과물은 묵직한 색 재현력의 느낌을 받을 때가 흔하다. 이는 색 수차 보정과 코팅 등을 통한 색 재현력의 보조적인 조정에서 기술력의 차이와 설계 시의 고려나 주안점이 다른 탓일 수도 있다. 즉, 색 수차 보정을 통해 색 본연의 파장이 또렷하게 상에 맺히면 채도가 높아지고, 다른 색들과 대비를 이루어 선명해지고 상대적으로 밝고 투명한 느낌으로 표현된다. 개인적으로는 올드렌즈나 최근의 렌즈들, 그리고 이종교배 등에서 필름 사진의 느낌으로 통칭하는 감상의 실체는 대부분 색 재현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필름의 특성으로 인한 차이가 가장 크지만, 이제 필름은 디지털 이미지 센서로 대체되었고 이미지 프로세싱의 특징이 색 재현력에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필름 사진 느낌은 디지털 카메라에 올드 렌즈 이종교배 등에서 렌즈 교체만으로 필름의 감성 등을 이야기하는 경우에 한한다) 감성을 자극해 언급되는 경우가 많지만, 필름 감성의 색감이 더 뛰어나고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적이고 밝은 색감에 비해 특히 덩어리 져 뭉친 듯한 발색, 또는 무겁고 진득한 색 재현력은 한 폭의 유화 느낌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세밀한 표현에는 장점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예술 점수는 비교적 풍부하지만 리얼리티 점수는 조금 낮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앞으로 좀 더 여유를 두고 오랫동안 사용/관찰해 볼 생각이지만, sonnar 5cm f/2의 발색은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올드한 발색 느낌에 가깝다. 딱 잘라 말하기 곤란한 지점이 있지만 색수차 보정이 꽤 뛰어난 편이라 할 수 있어도 최근 기준에서 우리 눈에 익숙한 리얼리티의 색 재현력과는 조금 차이가 있고 흑백 필름 시대의 렌즈 발색/색 재현의 특징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진득함은 높은 채도의 느낌일 때도 있고 때로는 뭉쳐있는 또는 뭉개지는 느낌으로 다가올 때도 있어서 상황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므로 한마디로 정의내리거나 호불호를 단정적으로 표하기도 때에 따라 애매하며, 올드 렌즈라 하여도 저마다 느낌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딱 부러지게 '이건 좋고 그건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각자의 감상으로 바라보는 열린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겠다.

 

한편 sonnar 5cm f/1.5가 설계상의 특징을 고려할 때 더 뛰어난 색 수차 보정을 보여줄 듯한데, 예상으로는 좀 더 밝고 투명한 발색을 보여줄 듯하다. 호기심과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Carl Zeiss Jena sonnar 5cm f/2, Pro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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