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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산들산들(日常茶飯事)

겨울 사진 취미를 위한 월동 준비와 블루 홀릭 / 2018.12

 

추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야외로 촬영을 나다니기가 통 꺼려질 듯싶어서 중단 없는 사진 취미 생활의 영위를 위한 월동 준비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남향의 햇살이 잘 드는 실내에서 활용해 볼 궁리를 하다가 칙칙하고 개성 없는 벽지 색이 못내 거슬렸다. 조금 색다른 느낌을 원해서 짙은 녹색 페이팅을 해볼까 했는데 정작 페이트 상점에서는 다크 데님 조색을 선택했던 걸 보면 평소 신념과 줏대와는 거리가 먼, 귀가 얄팍한 삶의 자세가 그대로 묻어나지 싶다. 

 

셀프 실내 페인팅에 대한 웹의 정보를 찾고 충동적으로 시작했다. 초보의 어슬픈 붓질에도 그 결과가 볼만한 것을 보니 페인팅에 소질이 있는 것인지 단지 세상이 좋아져서 초심자도 쉽게 쓸 물건이 넘쳐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흡족했고, 창을 통해 실내에 비추인 햇살이나 실내조명의 밝기에 따라 페인팅 벽의 채도가 달라지는 다채로움이 흥미롭고 만족스럽다.  

 

 

 

낮아진 한낮의 태양 높이 탓에 실내까지 길게 햇살이 드리워 따듯함을 즐기기 좋았는데, 저녁이 되고 낮의 온기가 사라질 때 쯤 차가운 푸른색 벽 탓에 겨울의 한기가 느껴지는 감이 있어서 살짝 후회되긴 한다. 짙은 녹색으로 콘크리트 벽에 가로막힌 공간에 생기라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때늦은 후회와 아직 남겨둔 반대쪽 벽에 어떤 색의 페인팅으로 바꿔볼까 궁리하게 된다. 생각해 보니 겨울용 외투나 겉옷의 대부분이 남색인데 겨울과 짙은 청색의 미묘한 상관관계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실내용 수성 페인트는 생각보다 냄새가 거슬리지 않았고, 4~6시간 정도면 충분히 건조되었으며, 셀프 도배와 달리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었다. 냄새를 걱정해서 내심 마스크와 간단한 작업 복장까지 준비했는데, 실제 노동의 강도와 난이도에 비해 설레발이 심했던 것 같다. 페인팅을 마치고 기념 촬영! 배경 조명을 하나 추가했더니 스튜디오용 배경지 같은 분위기도 살짝 묻어난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갑작스런 추위와 매서운 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하는 손 시린 주말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그동안의 먼지 뿌옇던 답답함을 불어내고 높아서 눈이 시리게 파랗게 보였다. 이번 겨울은 블루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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