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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One more step

왜 사진을 찍는가? / 사진 그리고 잉여스러운 취미 생활의 辨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카메라 다루는 것을 무척 즐긴다. 때로는 단순히 기계 장치 이상으로 여겨서 애지중지 하기도 한다. 한가로운 외출일 때면 으레 어깨에 카메라가 걸려 있고 어느 곳에서도 손만 뻗으면 쉽게 손이 미치는 곳에 카메라를 두려고 노력한다. 카메라가 없더라도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 모듈로 촬영이 가능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의 사정 또한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정말 잘 찍히는 카메라가 넘쳐난다. 담고 싶은 장면에서 카메라나 스마트 폰을 들고 카메라를 켜고 셔터 버튼만 누르면 별 다른 기교 없이도 정직한 이미지 한 장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현실을 되돌이켜 보면 사진을 남기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하루가 더 많다. 사진에 담아 남겨둘 만큼 멋진 순간/장면을 마주하지 못했거나 촬영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거나 등의 그럴싸한 변명을 떠올려보아도 그 많은 순간과 장면들을 그냥 흘려 지나쳤는지 잘 설명하지 못한다. 아마도 "왜 사진을 찍는가!" "무엇을 찍고 싶은지 어떤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야 할지"에 대해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던 것일까? 누구도 사진을 찍으라 하지 않으며 반드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도 없고, 생각이 많으면 자연히 행동은 굼뜨고 선뜻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그만큼 의욕도 애정도 시들해진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 사진이 어떻게 쓰일 것인가 따라 다를 것이고 사람마다의 취향, 상황 등등에 따라 사진을 찍는 이유 또한 모두 다를 것이 분명하다. 생각이 다르고 마주한 주변 환경이 다르며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피사체나 상황 등 모두 다르다. 때때로 현재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포획하는 도구로 사용해 그 순간을 전달/보존하는 매개/도구로써 사진을 활용하기도 할 것이고, 그 장면과 순간의 감흥을 가까운 이들과 공유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겠다. 시각적 증거로 사진을 활용하기도 하고, 보다 아름답게 현재 순간을 기록하거나 미화해서 기억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순간 지나치는 것,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의도로 하루하루를 정리해서 남기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누구에게는 사진을 찍는 일이 심미적인 예술 행위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업(業)이 되고, 누구에게는 취미로 즐기는 일이며 그냥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별 다른 의미 없는 일이기도 해서 사진을 대하는 그리고 촬영하는 행위에 대한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할 테다. 

 

 

의도나 바람, 용처, 사진을 촬영한 동기에 따라 추구하는 느낌이나 분위기도 제각각 일 테니 몇 마디의 말로 사진의 정의와 왜 사진을 찍는지에 대해 정리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자신에게만 한정된 편협한 의미라도 찾고 싶었다. 사진이란 무엇이며 왜 사진을 찍고, 무엇을 찍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은 꽤 혼란하고 쉽게 답을 얻을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어제가 오늘과 같지 않고 내일은 또 다를 테고, 이에 대한 생각도 매번 다르겠지만, 왜 사진을 찍는지에 대한 생각의 정리 없이 무의미한 사진 취미 생활은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고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사진이 찍히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사진을 찍는 것이 반드시 뚜렷한 목적이나 의미를 갖는 행위일 필요는 없고, 심미적이고 예술 혼을 불러일으키는 거창한 것일 이유 또한 없지 않을까.  간단한 메모 등에 거창하거나 상징과 은유가 넘치는 시적인 문장을 쓸 필요가 없듯이 일상의 사진에는 그에 걸맞은 가벼움과 경쾌함으로도 충분하지 싶다. 모든 사진에 뚜렷한 의도나 구체적인 의미,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스스로 사진을 찍는 이유를 찾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주변의 상황이 바뀌고 스스로의 생각조차 매번 바뀌기 일 수일 테다. 그때그때 달라질 것이니 구체적인 답을 구하기 힘든 선문답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산악 등반가에게 "왜 산을 오르느냐"는 질문에 유명한 등반가의 그 대답처럼 때로는 사진을 찍는 것이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를 초월하는 행위일 때도 있다. 그 외에도 단순히 유희나 재미있는 놀이로서 사진 촬영의 취미 또한 잘 어울린다. 대단한 사진을 남기진 못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뷰파인더의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때가 많았다. 덤으로 멋진 사진까지 얻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때로는 사진 정리를 할 때면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의외의 상황이나 뜻밖의 진실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사진 취미 생활의 행복 중 하나다. 

 

스스로는 실제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않는 즉, 취미의 저급한 사진을 찍는 자신에게 때때로 찾아오는 거창한 예술적 또는 탐구적 감흥을 "잉여+호사스러운 감흥"이라고 즐겨 부르지만, 말로는 잘 설명되지 않을 즉, 이성보다는 감성에 가까우며, 보잘것없는 중년 남자의 정신 승리나 될 법한 생각과 허술한 마음가짐이 때론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 중 하나라고 믿는다. 그동안의 사진과 함께한 잉여스러움과 충만한 감성을 심미적이거나 예술적인 행위에 대한 근원적인 동기라고 그럴싸하게 이름 붙여도 그 진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 오늘의 우리가 쉽게 직접 창조할 수 있는 예술과 유희로서의 사진 촬영은 잘 어울리고 전문적인 지식이나 숙달된 손재주가 없이도 가장 간편하게 직관적으로 행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에 시각적 아름다움에 한정될 필요도 없으며 사진 속의 이야기나 메시지로 빚은 '숭고'라는 예술의 근원적 가치로 나아갈 수도 있겠다. 큰 노력이나 희생 없이 가볍게 행하고 심적인 풍요로움에 기여하는 그리고 실제 생활의 효용과 예술적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취미로서 사진 촬영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극적인 순간의 포착에 대한 욕망이나 극단의 심미(미의 추구)에만 집착하거나 자신 사진에 담긴 예술적 감흥에 대한 지나친 부심질?만 없다면...

 

또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로 고심할 것이고 언제나 되풀이 될 것이다.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 무엇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가? 물론 쉽게 해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고 그 무렵의 여건에 따라 지금과는 또 다른 결론에 도달하겠지만, 아마도 여전히 사진을 잘 찍고 싶어 할 것이고 그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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