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산들산들

거울 앞에 담담히 마주 설 용기와 자화상 - 2018년 6월 본문

Not Going Anywhere/산들산들(日常茶飯事)

거울 앞에 담담히 마주 설 용기와 자화상 - 2018년 6월

잉여로운 삶을 사는 산들 산들 2018.06.22 00:25


자전거는 스스로에게 이상한 기제다. 평소 자전거를 잘 타지도 않을 뿐더러 자전거를 소유한 적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달리는 자전거든 세워진 자전거든 눈여겨 보게 된다. 그리고 자전거 사진을 찍는 걸 무척 좋아한다. 이왕이면 달리는 자전거가 더 멋스럽긴하다. 학교에 갓 입합할 무렵 아침마다 아버지께서 태워주신 자전거 등교길의 기억과, 어린 시절 비포장의 울퉁불퉁한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배우던 유년의 흥미진진하고 아슬아슬했던 추억의 미화인지 모르겠다. 어쨌던 그동안 큰 인연이 없었던 자전거에 이처럼 마음이 끌리는 것은 단순한 애정 이상으로, 자전거가 추억과 뒤섞여진 아스라한 감상이 남아있는 것 같다.

밤 늦은 월드컵 경기 시청에 자극받아서 신나게 달리고 싶은 것인지, 화창한 초여름 날씨 탓인지 불쑥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고 싶다. 주차장에 근 한달째 꼼짝도 안하고 세워둔 차, 그리고 별 달리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는 요즘 행동 반경을 생각하면 조금 생뚱 맞지만, 왠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지금의 틀에 갖힌 답답함을 벗어나 자유로울 듯해서 끌린다. 그리고 요즘 자전거들은 너무 날렵해보이고 이쁜데, 추억 속의 그 투박하고 고풍스런 자전거들, 찌르릉 울리던 그 자전거 벨과 페달 구르던 소리도 문득 그립다. 언젠가 마주치면 꼭 사진에 담아두어야겠다.



SONY | ILCE-7M2 | Aperture priority | 1/60sec | ISO-800


지난해 부터 흰 머리와 흰수염이 마구 생겨나서 원래 회색이던 삶과 겉모습이 일치하는 일관성을 가지게 되었다. 외양 꾸미기에 관심을 더 이상 두지 않게 된 순간부터 낡은 것으로 살아가야할 남은 시간을 별 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이고 있던 것 같다. 평균 수명이나 희망 연령의 수를 따지지 않아도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고 다가올 시간들은 지금까지의 시간과는 확연히 다르게 더 빠르게 가속하여 순식간에 흘러가버릴 것이다. 그간 살아온 꼴을 생각하면 무엇하나 이룬 것 없으니 조바심이 생긴다.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 생각한 이후로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담담히 바라보는 것이 곤역이다. 삼십대의 아집과 독선으로 눈꼬리를 치켜뜨고 있을 때는 그렇게 미워보이더니 이제 희미해지고 남루한 거울 속의 자신에게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하고 무책임한 위로의 말을 꺼내놓고 돌아서곤 한다. 사실, 거울 속의 모습은 실제 보다는 훨씬 나아보이는 것일텐데도 말이다. 거울 앞의 밝은 조명과 주변에 반사된 빛들이 깊은 주름을 숨겨주니 차라리 고맙다.


SONY | ILCE-7M2 | Aperture priority | 1/60sec | ISO-100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리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알듯한 기분에 우쭐해졌다가 그 씁쓸하고 고약한 뒷맛에 다시 소침해진다. 거울 앞에서 마주치는 자신의 모습 보다 사진에 담긴 정지된 자신이 더 어색하다. 타자화 된 자신을 대하는 낯설음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고 볼 품 없는 꼴을 수긍하는 것도 어렵다. 민 낯의 부끄러움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내면이 그대로 묻어나서 불편하다. 자화상을 그리는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셀카 전문 촬영자가 아니고서야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촬영자 자신은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는, 등잔 밑이 어두운 것과 같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든, 사진에 담긴 모습이든, 내면의 자신과 정면으로 맞서 때에도 부끄러운 과거의 잘못과 스스로가 행한 민망한 뻘 짓에는 그대로 수긍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고, 어느 새 그럴듯한 핑계와 어쩔 수 없었다는 어줍잖은 변명으로 외면하는 꼴로 대부분 마무리되기 십상이라 마음이 무겁다. 이제야 조금은 인생의 텁텁한 맛이 뭔지 알 것같은 기분이다.


2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