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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Personal delusions about photography

초광각 렌즈에 대하여 / Ultra wide lens

 

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초광각 렌즈의 사소한 후기를 쓰다 보니 특정된 렌즈뿐만 아니라 초광각 렌즈와 관련한 확장된 수다를 떨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익한 내용이 된다면 표준 렌즈나 망원 렌즈에 대한 것도 잉여력을 발휘해 보고 싶지만, 언제나 의욕만 크고 실천은 허섭 했으니 장담하기는 어렵다.

필름 시대의 사진이란 내겐 특별한 이벤트 같은 거였다. 똑딱이 필름 카메라를 들고 여행이나 졸업식 등을 기념하기 위한 예외적인 사진이나 증명사진 정도만 겪고 살았는데,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고서야 일상의 흔하디 흔한 부분으로 사진이 성큼 다가왔다. 물론 희소성이 사라진 만큼 쉽게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하다가 소모되거나 잊힌 것이 대부분 있었지만, 시간은 세기말을 지나 21세기가 시작되었고 감광재로서의 필름이나 촬영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과정인 현상, 인화 없이도 디지털 카메라 촬영 이미지는 바로 눈에 확인되는 아주 신박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기술과 새천년을 맞은 기분에 들떠 이것저것 그러나 그리 의미 없는 난사를 하며 그럭저럭 취미로 즐겼다. 당시 Canon D30을 주로 사용했는데 APS 규격의 카메라였고, 갓 등장한 DSLR에 렌즈의 선택 폭은 그리 넓지 않아서 대부분은 표준 줌 정도에서 사용했다. 18~50mm 정도의 표준 줌, 75-300mm 망원 줌과 35mm 50mm 정도의 단렌즈 정도였지 싶다.(십 수년이 훌쩍 지났지만 즐겨 쓰던 걸 잘 처분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아직도 이것들을 가지고 있다) 35mm 필름 규격으로 환산하면 28~80mm 정도에 해당하고  이 정도의 일반적인 시야에 익숙했던 것 같다.

시작 무렵의 이러한 편협한 선호와 취향의 후유증이 지금까지 남은 탓인지 지금도 20mm를 넘는 초광각이나 150mm를 넘어서는 망원에서는 어색하고 어쩔 바를 몰라한다. 초광각에 능숙해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에 대해 고민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넓은 시야에 담기는 다양하고 복잡한 피사체를 잘 다루지 못하는 미숙함을 제일 먼저 꼽을 수밖에 없고, 이런 복잡함과 많은 정보를 관통하는 주제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그리고 초광각의 깊은 심도는 근경과 중경 원경에 이르는 조화로운 구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런 구도를 고민하다 지치기 일 수였다. 초광각의 가장 큰 효용이라 할 광활한 시야는 활용 못하고 이런저런 좁은 한편으론 익숙함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다. 여러 번의 실패는 이에 대응하는 몇 가지 소소한 팁을 남겨두었지만, 너무 허섭 해서 노하우라 부르기도 마땅찮고 별 도움은 안될 테다.

더 넓은 시야에 대한 개인적인 미숙함과 관계없이 초광각은 매우 매력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일반적인 SLR 카메라의 광각 렌즈의 특성인 레트로 포커스 광학 구성과 RF 카메라의 대칭형 광각 렌즈에 대해 이전에 한번 다룬 적이 있는데, 광학적 구성이나 특징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조금 더 추가되는 정도가 되지 싶다. 그리고 초광각 렌즈의 소소한 감상기에서 다룬 내용 중 좀 더 부연해서 다룰 생각이다.

 

▶ 초광각 렌즈의 등장과 발전

초광각(Ultra wide) 렌즈는 촬상소자(필름 또는 이미지 센서)의 짧은 면보다 짧은 초점거리를 가지는 렌즈를 일컫는데, 35mm 포맷(135 필름)에서는 초점거리 24mm 이하의 렌즈라 하겠다. (APS-C 규격 16mm 이하, 마이크로 포서드 12mm 이하) 일부에서는 Ultra ultra wide라는 명칭을 사용해서 (사람의 시야(視野)의 유효 초점거리는 약 17mm 정도) 이를 넘어서는 초광각을 16mm 이하(35mm 포맷 기준)의 극단적인 초광각을 따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그리 필요한 구분 같지는 않다.

초광각 렌즈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긴 초점거리를 가지는 렌즈를 '광각 렌즈'라고 분류한다. 광각 렌즈는 촬상소자의 긴 면보다 짧은 초점거리를 가지는 렌즈를 말한다. 즉, 35mm 필름 규격 카메라에서는 35mm 이하 25mm 이상 초점거리를 갖는 렌즈를 광각 렌즈라고 한다. (때때로 초광각과 광각 렌즈를 통틀어 광각 렌즈라 칭하는 경우도 흔하다) APS-C 규격이라면 23mm 초점거리 이하 17mm까지의 렌즈, 마이크로 포서드는 17mm 이하 13mm까지 초점거리 렌즈가 이에 해당한다.

올드 렌즈에는 이런 광각 렌즈가 그리 흔치 않은 편이다. 초기의 광학계가 원경의 사물이나 작은 물체를 크게 확대해서 보는 망원/현미경에 집중되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예외적으로 지형 관찰 또는 군사적 목적의 항공 촬영용 등의 특수목적의 광각 렌즈 등이 일부 만들어지긴 했다) SLR 카메라의 광각 광학계는 미러박스 공간 확보를 위해 필름면에 근접하는 대칭형의 광각렌즈 설계가 곤란했고 따라서 망원(장 초점거리 광학계)을 역 설계한-레크로 포커스- 방식이 활용되었다. 익히 한번쯤 들어봤을 비오곤, 디스타곤, 플렉토곤 등이 광각 렌즈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는 당시의 사진기 유형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레인지파인더 카메라가 성행하던 시절에는 광각 렌즈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레이지 파인더 카메라의 뷰파인더와 거리계 시스템은 사실, 사람의 일반적인 시야에서 보이는 것을 그대로 표현한 는 것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즉, 사람의 사물을 보는 것에 가장 근접한 표준 렌즈가 가장 일반적이고 이를 훌쩍 넘어서는 망원이나 광각(초광각) 렌즈를 장착하여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외장형 뷰파인더, 별도의 추가적인 액세서리를 사용하여야 하는 불편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적 개선, 캐논의 rf 뷰파인더 장치 등이 고안되기도 하였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 싶다.

SLR 카메라의 뷰파인더 시스템은 이런 문제에 있어 곤란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장착된 렌즈를 통해 상을 확인하는 뷰파인더 시스템은 시야의 증감 및 배율 변화가 별도의 조정이나 추가 장치 없이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 초광각 렌즈 구성과 광학 설계

광각 렌즈의 구조상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짧은 초점거리를 위한 대칭형의 광학 구성과 레트로 포커스(역 초점) 광학 구성이다. 두 유형로 나뉜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SLR 카메라와 관련이 깊다. 대칭형 광학 구성은 초광각이 될수록 즉, 렌즈의 초점거리가 짧아질수록 필름(촬상소자) 면에 근접할 수밖에 없었는데, SLR 카메라의 광학식 뷰파인더를 원활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러 박스 공간만큼 촬상소자에서 렌즈의 출사부 구성요소까지 공간 확보가 필요했다. 따라서 대칭형 광학 구성의 초점거리 35mm 이상의 광각 렌즈는 SLR 카메라에 사용하기 곤란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레트로 포커스(역 초점) 광학 구성이다.

초광각 광학 구성에서 어안 렌즈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안 렌즈 또한 레트로 포커스(역 초점)의 광학 구성이고 180도 이상의 넓은 시야에 극단적인 광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촬영 이미지가 심하게 왜곡되는 특성으로 인해 특수한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Gopro 등 액션 캠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준 어안렌즈라고 하여 시야와 초점거리를 조금 감소시켜 어안 렌즈의 특징적인 주변부의 왜곡 또한 일정 부분 억제한 렌즈도 있다.

Gopro 초광각 이미지 <출처> 구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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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형의 초광각 렌즈 구성에서 '대칭형'이라는 것에 너무 엄격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즉 조리개의 위치(광학계의 제2주점)를 기준으로 입사부와 출사부가 일정 유사한 간격의 광학 구성을 대칭형 광학 구성으로 이해하는 정도가 알맞지 싶다. 엄격하게 데칼코마니처럼 둘의 형상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광각을 위한 대칭형 구성의 렌즈는 주로 RF 카메라의 교환용 렌즈나 렌즈 고정형의 콤팩트 카메라 등에 사용되었다. 레트로 포커스 광각 렌즈에 비해 왜곡(배럴 왜곡)이 상대적으로 잘 억제되고 필름면에 근접하여 설계가 가능하였으므로 렌즈의 전체 크기 소형화에 장점이 있다. 레트로 포커스 구성의 렌즈는 비대칭형으로 크기가 비교적 컸지만, 입사부의 구경 증대에 이점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밝은 렌즈를 만드는데 장점이 있다. 본격적인 대칭형 초광각 렌즈는 1954년 출시한 칼 자이즈의 biogon 21mm f/4가 있고, 그 외 대표적인 렌즈는 토포곤과 홀리곤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에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으므로 생략하자.

RF 초광각 렌즈 최초 논쟁을 엄격하게 한다면 1935년 Russar 20mm f/5.6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구소련에서 만들어진 그리고 2차 세계대전으로 그리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이후 광각 렌즈의 설계에 끼친 영향 등으로 꽤 주목할만한 렌즈다.

21mm ( Leitz super-angulon 21mm f/4는 라이카 최초(1958)의 21mm 렌즈이지만, 사실 제작은 슈나이더에서 이루어졌다) RF 카메라의 내장된 뷰파인더의 일반적인 시야를 벗어나는 프레임이므로 별도의 외장 뷰파인더를 사용했다.

역 초점 광각 렌즈의 구성은 칼 자이즈의 플렉토곤, 디스타곤 등등이 있고, SLR 카메라의 역사만큼이나 각 제조사의 20~24mm 초점거리에 해당하는 렌즈가 존재한다.

 

▶ 초광각 렌즈의 특징

초광각 렌즈는 광학 구성의 특징 탓에 깊은 심도와 짧은 최근접 촬영거리를 갖는다. 초광각에서 가장 긴 초점거리의 24mm(35mm 필름 규격) 렌즈만 하더라도 f/2의 심도는 표준 렌즈에서 f/4 정도의 심도를 갖는다. 따라서 얕은 심도를 표현하는 데 있어 초광각 렌즈는 장점을 드러내기 어렵다. 대신 깊은 심도로 넓은 범위에 초점이 선명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유리하다.

<출처> 구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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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광각 렌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으로 왜곡을 들 수 있다. 왜곡은 피사체의 거리 차이에 의한 원근 왜곡과 광학 수차에 의한 왜곡 수차를 구분하여야 하는데, 초광각에서 원근 왜곡은 근경과 원경의 거리 차이(원근감)가 매우 강조된다. 따라서 지상에서 높은 건물을 촬영하면 건물이 아래는 넓고 위는 좁은 사다리꼴 형태가 된다. 초광각에서 왜곡 수차는 배럴 왜곡이 문제 되는데 사진 주변부일수록 배율이 증대되는 술통형의 왜곡이 등장한다. 대칭형 설계는 이런 왜곡 수차가 매우 잘 억제지만, 상대적으로 레트로 포커스 타입은 왜곡 수차 제거가 쉽지 않아서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출처> 구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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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광각에서 원근 왜곡은 꽤 다양한 사진 효과를 가져온다. 앵글의 변화 즉, 부감(high angle)이나 앙각(low angle)의 효과를 강조해서 보여준다. 인물 촬영의 예를 들면 초광각에서 부감 촬영은 상대적으로 머리가 커 보이는 가분수? 모습이 되고, 앙각은 반대로 다리가 길어 보이거나 머리가 작아 보이는 효과를 보인다. 이런 왜곡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비단 외형의 변화뿐만 아니라 이미지 전체의 분위기에도 지대한 영향이 발생하므로 그 효과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 사람의 눈에서는 원근 왜곡과 왜곡 수차가 두드러지지 않는 걸까?"

매우 복합적인 작용이 있겠지만, "원근 왜곡"은 망원의 압축 왜곡과 광각에서의 확장 왜곡으로 나타나는데, 이 원인은 광학계의 초점거리에 따른 배율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원근감은 물체의 시각적인 크기 차이의 비(比)로 인식되는데 사람의 시각의 배율에 대해서 가장 일반적인 원근감으로 인식하기 때문(사람 눈의 초점거리/배율은 는 고정되어 있다)이고, 이런 기준 보다 높은 배율의 망원에서는 원근감의 압축 왜곡, 사람 눈의 배율보다 낮은 배율의 광각 렌즈에서는 원근감의 확장 왜곡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렌즈의 초점거리와 배율 문제에서 다시 다루어 보자.

▷ 참고 - 2018/02/08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Camera & Lens Structure] - <카메라와 렌즈의 구조 38> 카메라 광학계(렌즈)의 초점거리와 배율 / Focal length and magnification

 

왜곡 수차 문제는 인간의 망막이 일반적인 카메라 기기의 촬상면과 달리 곡면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곡면의 상면은 각종 광학 수차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초점 조정이 수정체의 수축과 압축으로 조정되는 점 또한 왜곡 수차를 억제하는 원인이라 생각한다. (이 차이에 대해서는 차후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자)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초광각 부분에 관심 때문인지 다양한 초광각 렌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는 높은 해상력이 가져다준 하나의 수혜 일지도 모르겠다. 고해상도의 이미지는 넓은 시야에 걸쳐 이미지를 촬영되고 필요에 따라 일부분을 크롭 해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제법 효과적이다. 초 x2광각에서 초광각에 걸친 줌 렌즈 등장도 이목을 끈다. 이전의 어안 줌 렌즈에 비해 왜곡 수차가 잘 억제되어 효용도 꽤 높아 보인다. 기존 렌즈 시장의 포화에 따른 새로운 렌즈 수요 창출을 위한 광학 제조사들의 노력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초점거리의 렌즈들이 등장하는 것은 반갑다.(물론, 주머니 사정으로 구입할 의사는 없다) 하지만, 초광각은 넓은 시야만큼이나 특정 소재에 집중하거나 촬영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용도에서는 좀 더 어렵고 고차원적인 고민이 필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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