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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One more step

심도의 미학, 조리개는 얼마나 조여야 할까 - "심도 놀이에 대한 변명" / Proper aperture settings

Notice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듯한 ‘초점 호흡’(focus breathing)에 대한 수다를 전번 포스팅에서 다뤘으니 이번에는 흥미를 조금 유발할 수 있는 수다거리를 주제로 삼아보자. 사실, ‘미학’이라 이름 붙은 것은 참 어렵게 느껴진다. 아름다움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고, 아름다움이나 취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아서 사실, ‘미학’이나 취향 판단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살아온 삶이 어떠했든지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누구나 가질 수 있겠고, 이런 개별적인 각자의 생각이나 감상에 근거한 주관적이고 허술한 ‘개똥 미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미학이라는 제법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그리 전문적이지 않고 두서없는 수다일 뿐이다. 그간 블로그의 글로 짐작하는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고 기대치도 낮을 테니 마음 편하게 시작해 보자.

 

흔히,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얕은 심도 표현에 의한 부드러우(소프트)면서 알싸한? 사진의 매력에 빠져서 일명 '심도 놀이?'에 몰두하며 사진 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하지만 이런 흥미진진한 사진 생활은 “어린 시절 솜사탕”이 가져다주는 행복 마냥 금방 사그라들기 일 수다. 좋은 사진은 ‘조리개를 조여 찍어야 한다’는 충고 아닌 충고, 규칙 아닌 규칙에 은근 압박을 받게 되고, 어느샌가 사진을 잘 찍는 사진가에 합류하기 위해 첫사랑과 같았던 얕은 심도의 알싸함을 매몰차게 모른 채하고 조리개를 조여서 한 단계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사진 세계로 나아간다. 조여진 조리개로 거리 스냅사진 촬영에 재미를 붙여가고 풍경 사진 등에 심취해서 저마다의 사진 세계를 펼치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이 조여진 조리개의 개구만큼이나 자그맣게 줄어든 사진의 즐거움에 방황하고 고심하다가 촬영 자체의 즐거움이 사그라져서 사진에서 서서히 멀어지기도 한다.

"조리개를 개방한 얕은 심도의 사진은 수준 낮은 저급한 사진일까."

흔히 말하는 심도 놀이는 사진 입문 초보자들이나 향유하는 그런 놀이에 불과한 걸까. 잘 찍은 사진은 조리개를 조인 사진일까? 조이는 것이 좋다면 조리개를 얼마나 조여야 할까? 많이 조일 수록 잘 찍은 사진이 되는 걸까?

누군가가 묻는다면 ‘대충’ 조여 찍으라고 답할 듯하다. 언제나 ‘대충’은 사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대답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촬영자 각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도 될 테니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 얕은 심도에서의 미학 / 심도 놀이에 대한 변명

왜 우리는 그렇게 쉽게 얕은 심도, 흔히 말하는 심도 놀이에 빠져드는 것일까?

얕은 심도의 사진은 직설적이고 명확한 의도를 가진다. 즉, 사진 찍는 사람의 의도를 쉽게 시각화하여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 초점이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말고 사진가가 초점을 맞춘 부분에 오롯이 집중해 달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촬영을 위한 프레임 내에서 숨기거나 빼고 싶은 정보는 얕은 심도 표현으로 흐리게 처리하거나 그 형태를 흩트려서 시각적인 정보의 양을 원하는 만큼 줄이거나 조절할 수 있다.

<출처> 구글링

 

직접적인 사진가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으므로 이를 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고 주제는 명확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주 피사체를 제외하고는 흐려지고 줄어든 정보 탓에 전체적으로 단순한 느낌을 받게 될 때도 많다. 정보의 양이 줄어든 만큼 주제와 의도는 명확하겠지만, 이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는 양날의 검 같은 것이지 싶다. 맺고 끊는 것이 명확한 것이 시원시원한 점도 좋겠지만, 연애의 줄 당기기처럼 뭔가 오묘하고 팽팽한 긴장 속에 감춰진 비밀스러운 매력도 우리를 매혹 시키기에 충분하다.

얕은 심도의 사진이라고 모두가 나쁜 사진으로 귀결되지는 않지만, 부주의한 심도 놀이는 놀이에 그칠 개연성도 높다. 얕은 심도의 사진이 무의미한 심도 놀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얕은 심도를 선택하는 몇 가지 전제 조건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싶다.

대부분 어떤 조건에서 조리개를 개방하여 찍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진에서 심도는 꽤 중요한 요소다. 최신 카메라의 경우, AF나 자동 측광(AE) 등으로 촬영자가 사진 촬영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촬영 구도(프레임)의 선택/결정과 심도, 색온도 등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심도 표현의 선택/결정권'을 너무 쉽게 다른 조건과 타협하는 것은 아쉽다. 셔트 스피드 확보를 위해서, 어두워서, ISO 감도를 높이면 노이즈가 증가하는 것이 싫어서 등등의 이유로 조리개를 개방하여 얕은 심도를 선택한다면 이는 좋은 사진이 될 가능성을 스스로 발로 차 버리는 것과 같지 않을까. 기술상의 이유로 사진 표현에서 심도의 깊이를 저버리는 것은 너무 허망하고 득 보다 실이 훨씬 크다.

얕은 심도의 좋은 사진이 되기 위해서는 사진가의 의도에 의해 적정하게 개방된 조리개여야 하지 싶다. 이 의도는 위에서 나열한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을 만회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미학적인 관점에서의 의도, 심도 조정을 통해 어떻게 무엇을 어느 정도의 정보 양으로 조절할 것인지에 대한 의도를 말한다.

그렇다면 배경 흐림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 것일까. 이런 고민이 시작되고 초점 심도의 미학으로의 접근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막연히 제거되어야 하는 배경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 장소나 분위기를 주 피사체와 함께 배경에서 만들 수 있다. 실내에서 촬영된 사진이라면 배경 창문 밖의 밝기로 시간을 유추할 수 있고 윤곽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얻으며 심도 조절을 통해 그 장소의 분위기 또한 배경 흐림의 정도로 정보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정보의 양은 다시 주 피사체에 집중하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으니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주 피사체와 연계된 정보의 공간이 된다. 그 강도나 볼륨을 사진가는 심도의 깊이를 통해 조작하고 조절한다.

배경 흐림의 양태/성질/특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광학적 구성이나 렌즈의 특성에 따라 배경 흐림의 표현/묘사가 큰 차이가 있고 때로는 광학 수차 등으로 배경 흐림에서 큰 왜곡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왜곡은 일응 신비한 효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왜곡된 정보와 또 다른 산만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배경이 완전히 뭉개져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얕은 심도는 심도 놀이에서는 최상 일지 모르겠지만, 좋은 사진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지 싶다. 개인적 취향으로 흐려짐은 형태와 정보를 일정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묘사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배경의 흐림은 사진가에 의해 의도되어야 한다. 사실 이 의도는 단순히 이 정도 분위기면 좋겠다 정도로도 충분할 수도 있고 치밀하게 계산되는 의도여야 할 때도 있겠다. 하지만, 사진가의 의도가 객관적으로 수치화되어 약 66%의 흐려짐으로 있는 듯 없는 듯 꿈속을 거닐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로 주 피사체에 집중도 2/3을 추구하는 따위로 구체화될 필요는 없다. 물론 이런 의도까지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면 대단한 집중력일 수는 있겠다. 주목할 부분은 심도 조절이라는 옵션을 사진가는 가지고 있고 이를 의도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조리개 값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는 각각의 촬영 환경, 즉, 장착하고 있는 렌즈의 초점거리,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를 한 번에 해결해 줄 마법의 조리개 값이 존재할 리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흐려진 배경의 시각적 정보는 제한되고 줄어들어서 좀 더 선명한 주 피사체에 집중할 수 있다. 배경 흐림의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그 집중의 강도나 전체 사진의 분위기를 구성할 수 있고 이는 흔히 말하는 사진은 “뺄셈의 미학”이라는 일반적인 성격에도 부합한다. 배경의 흐림으로 정보는 뺄셈이 된다. 모든 것이 통제 가능한 촬영 현장의 조건이라면 우리는 배경에서 제거하고 싶은 것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일상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현실적인 제거나 이동이 곤란해서 카메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얕은 심도에 의한 배경 흐림은 정보의 양적 질적 조절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쉽고 용이하며 큰 소모 값도 없는 정말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 깊은 심도에서의 미학

깊은 심도는 많은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 많은 정보를 통해 복잡함 등의 표현의 깊이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사진가가 의도하는 바를 사진을 감상하는 이에게 직접 전달하거나 집중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쉽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사진에서 사진가의 의도를 직접 찾는 몫은 사진 감상자에게 오롯이 전가된다. 어렵고 난해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흥미진진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찾기의 즐거움보다 귀찮거나 난해함으로 인한 불편이 더 클 것이 있다. 이런 곤란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진가는 치밀한 구도(프레임)와 앵글, 그리고 갖은 기법으로 사진의 촬영 의도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나 의도를 방해하는 방해물을 제거하여야 한다. 이는 사진가나 감상자 모두에게 난해하고 고민하게 하는 요소가 추가된 꼴이다.

<출처> 구글링

 

깊은 심도는 여러 단계의 깊이 표현이나 입체감, 원근감을 사진에 구현할 수 있다. 이는 얕은 심도가 초점이 맞는 영역과 맞지 않는 영역 그리고 흐림의 정도로 입체감, 원근감을 단순화시키는 것에 비해 깊은 심도는 아주 미세한 단계까지 구분할 수 있는 깊이를 프레임 속에 구현한다. 이는 물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얕은 심도는 탁한 물속을 보는 것처럼 물 표면의 모습에 쉽게 집중하게 되는 반면, 깊은 심도는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듯이 수면과 그 속까지 속속히 빠져들게 한다. 물이 맑을수록 그리고 깊을수록 많은 것이 보이고 정보의 양 또한 많으며 깊이가 만드는 진중함이 있다.

하지만, 보이는 정보가 많은 만큼, 집중을 방해할 요소 또한 많아진다. 이런 '산만'을 방지하기 위해 사진가는 불필요한 요소나 방해물을 구도/프레임 또는 노출의 차, 제거, 이동, 가리기 등 갖은 방법을 이용해 적절히 뺄셈을 하고 재구성하여야 한다. 때때로 후보정을 통해서 자르거나 제거할 때도 있다. 사진가에게는 구도에 집착하게 하는 일이고 때와 공간 등 절묘한 순간을 찾는 지난한 일이다.

 

▶ 조리개는 얼마나 조여야 할까?

흔히 인물 사진에는 조리개를 일정 이상 조여야 한다고 한다. 얼마나 조여야 할까. f/8, f/11?

인물 사진에서 조리개를 조이라고 말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사람의 얼굴이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코와 눈두덩이 광대뼈 입술은 앞으로 돌출하고 눈과 귀 목은 상대적으로 멀다. 얼굴뿐만 아니라 신체도 입체적이므로 이런 입체감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일정 심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체적인 인물을 얕은 심도로 촬영하면 그 입체적인 얼굴의 윤곽이 평평해지고 온전한 사람의 생김이나 개성을 표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는 증명사진이나 기념사진 등에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일반 인물사진에서 대원칙으로 삼을 만한 내용은 아니다. 경험으로 다들 알고 있듯이 표준 렌즈에서 일정 열린 조리개 값에서의 인물에 집중할 수 있는 적당한 배경 흐림과 인물 또한 소프트하고 부드럽게 표현되는 사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인물 사진의 조리개 값 결정은 단순히 f/값의 문제가 아니라 심도를 결정하는 요소 전반에 대해서 고민해야지 싶다. 심도는 조리개 값뿐만 아니라 광학계/렌즈의 초점거리, 촬영자와 피사체와의 거리, 피사체와 배경 사이의 거리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장착한 렌즈의 초점 거리에 따라 조리개 값은 큰 차이를 보인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망원 렌즈의 f/8과 광각 렌즈의 f/8은 큰 차이의 심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촬영하는 인물을 어느 크기로 프레임에 담을지도 중요한 요소다. 동일한 초점 거리의 렌즈를 장착하고 있다고 하여도 얼굴을 클로즈업한 구도와 전신 구도는 촬영자와 피사체의 거리가 다르고 따라서 동일한 조리개 값이라 해도 인물 표현의 심도감에서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인물 사진에도 정해진 조리개 값은 없다. 각 조건 상황에 따라 조리개 값은 적절한 심도를 위해서 변한다. 비단 인물 사진뿐만 아니라 거리 스냅 촬영이나 메크로 촬영, 풍경 촬영 또한 다르지 않다. 모든 상황과 조건을 꽤 뚫는 절대적인 조리개 값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심도와 관계에서 고정 상수 값처럼 느껴지는 조리개 수치(f/값)는 광학계/렌즈의 초점 거리에 따라 다른 상대적인 심도를 가진다. 즉, 초광각의 20mm f/8과 망원 200mm f/8의 노광을 위한 단위로는 동일한 f 값에 해당하지만, 심도(초점이 맞는 공간의 범위)에서는 큰 차이를 만든다. 심도의 결정 요인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통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2018/01/24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사진과 카메라에 얽힌 잉여로운 감상] - 광학계의 초점 거리와 조리개 그리고 심도(배경 흐림)의 관계 Part.1 / Relationship between lens focal length, F-number and DOF (blur image background) I

 

광학계의 초점 거리와 조리개 그리고 심도(배경 흐림)의 관계 Part.1 / Relationship between lens focal length, F-number and DOF (blur image background) I

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초점 거리와 심도의 관계를 정리해두고 싶어서 정보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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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사진과 카메라에 얽힌 잉여로운 감상] - 광학계의 초점 거리와 조리개 그리고 심도(배경 흐림)의 관계 Part.2 / Relationship between lens focal length, F-number and DOF (blur image background) II

 

광학계의 초점 거리와 조리개 그리고 심도(배경 흐림)의 관계 Part.2 / Relationship between lens focal length, F-number and DOF (blur image background) II

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광학계의 초점 거리와 조리개 개구(입사동의 크기)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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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글링 - Steve Mccurry

 

▶ 무엇을 위한 깊은 심도인가?

깊은 심도를 기본으로 하는 사진 세계는 매력적이다. 풍경 사진이나 매크로 사진에서 특히 강조된다. 모든 주변의 사물, 전경, 중경, 후경에 걸쳐 모두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공간의 깊이와 거리감이 또렷하고 광활해 보인다. 그리고 후반 작업의 자유도 입장에서도 선명한 부분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가능하지만, 흐릿한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미지는 선명할수록 효용이 높고 가치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진 촬영을 업으로 하는 전문 사진가들에게 선명한 이미지는 사진 촬영의 기본 수칙과 같고 선명하고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얻는 것에 열중한다. 

하지만, 일반 상업적 목적의 사진이 아니고, 개인적인 미적 감각을 구현하는 사진이라면 항상 깊은 심도의 사진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전업의 상업 사진가라면 깊은 심도와 선명한 이미지에 노력하여야겠지만, 먹고사는 문제에서 한 발 빗겨 나서 취미로 즐기는 사진가에게 깊은 심도로 프레임 전체에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 집착할 이유는 그리 크지 않다. 굳이 자신만의 사진 세계에서 상업 사진의 덕목과 그 스타일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깊은 심도에 비해 얕은 심도는 쉽고 빠르게 사진가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문 상업 사진가가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사진작가를 목표하는 것이 더 좋지 싶다.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추구하는 것은 너무도 멋진 일이 아닐까.

수동 포커싱의 카메라 시대에 사진가는 정확하고 빠른 포커싱 그리고 측광, 구도, 적절한 기회 포착 등 여러 방면에 신경을 써야 했으므로 때문에 많은 경우 조리개를 조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최신의 AF 기술과 자동 측광(AE) 기술이 장착된 시대에 깊은 심도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최근 AF 성능은 F/2 이상 조여주면 최상의 성능을 보여준다.(f/2 보다 낮은 조리개 값에서는 구면수차 등으로 포커싱의 효율이 저하된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조리개를 조여야 한다는 명제 또한 이제는 구닥다리의 잔재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사진가가 표현하고 싶은 의도된 심도 표현에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가의 의도와 심도 표현 의미를 조금 더 고차원적인 미학적으로 이어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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