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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산들산들(日常茶飯事)

고무 지우개 우주인과 '우주로 간 라이카'의 기억 / 2019. 1

 

고무 지우개를 하나 샀다. 간단한 메모에 연필(글을 쓸 때마다 서걱서걱한 필기감과 연필을 깎아서 쓰는 그 과정을 은근히 즐긴다)을 즐겨 쓰는 취향이라 지우개가 필요했다. 연필 끝에 달린 고무는 지우개라고 부르기엔 끔찍한 성능이라 지우려다 오히려 더 더러워지는 낭패를 겪기도 한다. 그래도 꼭 필요한 물품이라 생각하지 못해서 그동안 딱히 없이 살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우주인 지우개가 유난히 겉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망상에 빠져 사는 삶인지라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우주에 얽힌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번 겨울 사진 놀이 컨셉으로 정한 '블루 홀릭'과도 딱 맞아떨어지는 '파랑 우주인 지우개'다.  

 

우주를 떠도는 모습처럼 표현해 보고 싶어서 컴퓨터 모니터에 은하수 이미지를 띄우고 배경 삼아 기념 촬영해 보았다. 포토샵 등의 합성이 더 정교하겠지만, 모니터에 적당한 배경 이미지를 띄우고 작은 소품 등을 촬영하는 것도 은근히 도움이 되는 괜찮은 팁이라 생각하고 지우개 구매 자랑 겸 모니터를 배경지로 활용하는 팁 소개 차원도 겸했다. 지우개 우주인을 비추는 광원의 방향이 조금 어색하다. 

 

 

 

 

고배율의 근접 촬영할 기회가 없어서 잡다하게 보유한 렌즈 중에 매크로 렌즈가 없고, 접사가 필요할 때면 고배율 망원으로 대충 땡겨서 최근접 촬영을 하거나 질적인 면에서 약점이 많지만 쓰기 편한 접사용 필터를 수동 단렌즈에 끼워 대충 해결하곤 했는데, 조만간 매크로 렌즈를 위시 리스트 제일 윗 줄에 올려놓아야 할 듯하다. 

 

지우개 우주인의 모습이 너무 단조로워서 알루미늄 테이프로 조금 꾸몄다. (지우개를 사다가 뭘하는지 모르겠다. 제법 커서 키가 무려 10cm에 달한다) 지우개로 쓰기엔 조금 아까운 고퀄이라 당분간 진열장에 세워둬야겠다. 다리 한쪽만으로도 일 년은 충분히 쓰고도 남을 크기인데 사람 모양이라 지우개로 갈려나가면 왠지 마음이 편치 않지 싶다.

 

 

 

 

간혹 야간에 자전거 탈 때 전조등으로 쓰는 후라쉬를 활용해서 은하수 중심의 광원처럼 효과를 내고 싶었는데, 연색 지수(CRI)가 아주 나빠서 색이 완전히 빠져버린 듯이 표현되어 왠지 합성한 듯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허접해서 마음엔 안 들지만, 이걸 찍느라 한 손에는 후라시를 들고 조금씩 지우개 우주인을 돌려가며 촬영한 삽질의 십 분여의 시간이 아쉬워 Gif로 만들어 보았다. 

 

우주인 지우개를 보고 있으니 엉뚱한 망상이 꼬리를 물어서 "개 팔자가 상 팔자"라는 속담이 항상 옳지 않다는 당연한 이치를 일깨워주는 '라이카'(최초의 지구에서 우주로 간 동물)가 문득 떠오른다. 

 

인간의 욕심으로 원치 않게 '우주로 간 라이카(카메라 아님)'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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