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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One more step

사진과 공간감? - 원근감 그리고 '심도와 배경 흐림에 의한 공간 표현'

Notice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종종 사진에 대한 감상이나 렌즈의 성능에 대하여 설명하는 표현 중에 "공간감"이란 단어를 보게 된다. 무엇을 뜻하는지 의미 파악이야 어렵지 않지만, '공간감'이란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보니 낯설다. 그러나 사전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근거 없고 잘못된 용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과하고,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느 정도 의미 전달이 되는 언어의 사회성 측면에서 본다면 전혀 터무니없고 무소용이라고 생각하기는 곤란하다. 그리고 국어사전 기재 유무로만 그 용어(단어)의 쓸모와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새로운 용어의 탄생은 꿈도 못 꿀 일이니 마냥 무시하기도 마땅찮다.

 

단어나 말은 사고/생각의 씨앗 같아서 (마치 영화 '인셉션'에서 '생각의 씨앗'을 무의식(꿈)에 심어 실제 사고/의식에도 영향을 미치 듯이) 그 영향이 지대해 보인다. 따라서 그 뜻이 잘 파악되지 않거나, 생소한 용어를 마주할 때면 나름 정리를 해두고 싶은 오지랖이 난감하다.

 

 

공간(空間)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말하니 공간감은 말 그대로면 '텅 빈 곳의 느낌'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뜻하는 바와 용례를 비교하면 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의미하는 바는 '원근감'이나 '입체적인 구도 표현' '공간 표현' 정도가 적절하지 싶다. (원근감과 딱 맞아떨어지는 의미는 또 아닌 듯하다)

 

 

 

원근감과 공간 표현

 

그것이 원근감이든 공간감이든, 사진에서 이를 가장 쉽게 체감하는 것은 '구도'(사물의 배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원근법은 사진 이전 회화에서 공간 표현의 기법으로 3차원의 현실 사물을 2차원의 평면에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기법으로 발전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소실점을 이용한 선(투시) 원근법, 사물의 위치에 따른 상대적 '크기'(유사한 크기의 물체 다수 있을 때 위치와 거리에 따른 크기 변화), 사물이 겹쳐 있는 구도에서의 '중첩', 그리고 색채(색의 분리)나 명암 대비(톤의 분리), 선명도 등을 조절하는 일명 '공기/대기 원근법' 등이 대표적이다.

 

색의 분리는 따듯한 색은 가까워 보이고 차가운 색은 멀어져 보이는 효과가 있으며, 톤의 분리는 밝은 대상은 가깝게 어두운 대상은 멀리 보이는 효과가 있다.

 

 

3차원의 현실 사물을 2차원에 담는 사진에서도 이와 같은 원근법이 적용되고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회화에서와 조금 다른 사진(카메라)만의 공간 표현 방법은 심도를 이용한 방법이 있다. 얼핏 공기 원근법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기의 영향으로 근/중/원경의 흐려짐이 거리에 따라 시각화되는 공기 원근법과는 차이(초점이 맞는 위치를 중심으로 한 원근의 표현이 가능)가 있다. 사람의 정상적인 눈에서는 심도가 깊고 주목하는 지점에 자연적으로 초점이 맞춰지므로 (카메라의 심도 차이로 인한 공간 표현을 동일하게) 심도에 의한 공간감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카메라의 렌즈는 심도 조절을 통해 얕은 심도 표현이 가능한 특징이 있고, 피사계 심도를 이용하여 흔히 '배경 흐림'으로 일컫는 사물의 원근에 따라 흐린 정도의 대비에 의해 3차원의 원근/공간감을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초점 흐림에 의한 원근/공간감은 초점이 맞은 피사체/지점과 맞지 않은 지점의 대비에 의한 효과라 생각한다. 즉, 어떤 구도이든지 초점이 맞지 않는다면 원근/공간감이 사라지고 평면적으로 보이므로, 초점이 맞는 대상과 흐린 배경의 대비/대조를 무시하고 얕은 심도에 의한 흐림 그 자체만으로 원근감을 구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원근 왜곡에 따른 공간 표현

 

이전에 왜곡 수차와 관련한 수다에서 '원근 왜곡'과의 차이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원근 왜곡이 공간 표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이전의 원근 왜곡 수다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자.

 

▷ 참고

2017/01/17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Optical Lens Design] - <렌즈의 광학구성(Optical Design)과 구조 VIII> 토포곤과 홀로곤 - 원근 왜곡과 왜곡 수차 / Topogon & Hologon - Perspective distortion & Optical distortion

 

<렌즈의 광학구성(Optical Design)과 구조 VIII> 토포곤과 홀로곤 - 원근 왜곡과 왜곡 수차 / Topogon & Hologon - Perspective distortion & Optical distortion

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에서 왜곡을 발견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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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6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디지털 카메라와 수동 올드렌즈의 이종 장착] - <올드렌즈와 디지털카메라의 이종결합 X III> 망원 렌즈는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다? / Lens Compression and Perspective Distortion

 

<올드렌즈와 디지털카메라의 이종결합 X III> 망원 렌즈는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다? / Lens Compression and Perspective Distortion

망원 렌즈에는 왜곡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홍상수 감독의 최근 영화("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제목을 패러디한 것처럼 뭔가 어설프고 어중간하며, 양다리를 걸친 듯 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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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각에서는 원근 왜곡에 의해 근/중/원경의 거리(원근) 감이 강조된다. 그 반대로 망원에서는 흔히 일컫는 '배경 압축 효과'가 발생하여 근/중/원경의 거리감이 약해진다. 그렇다면 광각에서 거리감이 강조되니 공간 표현(공간감?)이 '더 좋다'라고 할 수 있을까?

 

 렌즈의 초점거리나 화각에 따라 거리(원근)감이 강조되거나 약해지는 것과 달리 공간 표현이 좋다 나쁘다는 가치 판단. 즉, 호불호(好不好)의 영역이라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광각에서는 원근 왜곡으로 원근감이 강조되지만, 한편으로는 망원에서도 심도 차이로 인하여 배경 흐림 정도가 강조되어 광각 렌즈와는 다른 원근감이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프레임 속의 구도와 사물의 수직적 배치 그리고 사람의 감상이나 취향에 따라 광각 렌즈의 강조된 거리감을 좋아할 수도 있고, 망원 렌즈에서 처럼 배경이 압축되고 심도 차이에 따른 흐림이 강조된 거리감을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광각렌즈에서 원근 왜곡으로 강조된 원근감/공간 표현에 적합하다고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광각렌즈는 넓은 화각을 가지고 있어서 프레임 내에 더 많은 심도의 단서를 포함할 수 있고, 심도가 깊어서 초점이 맞는 공간이 넓어진다. 강한 심도의 단서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초점이 맞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광학계(렌즈)의 '공간감' - 심도와 배경 흐림에 의한 '공간 표현'

 

아마도 특정 렌즈의 '공간감'이라고 언급하는 경우에 의미하는 바는 위에서 말한 카메라 렌즈의 심도에 의한 원근의 시각화와 렌즈의 초점거리 즉, 배율로 인한 원근감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싶다. 배경 흐림의 정도는 조리개 값에 따라 달라지지만, 렌즈의 광학적 특성에 따라 배경 흐림(아웃 포커싱) 또는 보케 등의 묘사가 저마다 차이가 있으니 이 또한 전혀 근거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초점이 맞을수록 심도의 단서는 더 효과적이므로 배경 흐림(아웃 포커싱)이 원근감과 공간 표현에 딱 맞아떨어지는 요소라고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렌즈의 초점거리나 광학계의 배율에 따라 원근감의 변화도 분명하다. 이는 좀 더 복잡하고 긴 이야기라서 별도 링크로 대신하자. 

 

2018/02/08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Camera & Lens Structure] - <카메라와 렌즈의 구조 38> 카메라 광학계(렌즈)의 초점거리와 배율 / Focal length and magnification

 

<카메라와 렌즈의 구조 38> 카메라 광학계(렌즈)의 초점거리와 배율 / Focal length and magnification

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배율'(magnification)은 정의하거나 설명하기에 조금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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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심도에 의한 흐림으로 공간의 원근을 표현하는 방법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초점 맞는 지점을 근/중/원경으로 조절/변화하는 것이 가능한 점이다. 즉, 회화의 공기 원근법은 가까이 있는 사물은 뚜렷하고 원경일수록 흐릿하게 표현되지만, 렌즈의 심도를 이용한 공간 표현은 원경에 초점을 맞추고 근경으로 가까워질수록 흐려지는 방법 등등, 다양하게 원근과 공간 표현이 가능하다. 즉, 초점이 맞는 지점에서의 거리감을 심도 차이로 인한 배경 흐림 정도로 시각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원근감이나 공간 표현의 가장 주가 되는 것은 구도(선 원근법, 상대적 크기, 중첩)에 의한 영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렌즈의 심도에 의한 원근감은 구도에 의한 공간 표현에 렌즈(카메라) 특유의 심도 효과가 더해져 원근감과 공간 표현을 더 심화/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원근과 공간 표현을 적절하게 나타내는 구조는 전경/중경/원경이 적절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좋으며 구도 내의 모든 '심도의 단서'의 극대화를 위해 깊은 심도로 촬영한 사진이 이상적이다. 원근의 풍부한 표현이 잘 어울리는 풍경 사진에서 멋진 전경과 중경, 원경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 렌즈의 공간감이라는 표현은 다의적 또는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 '렌즈의 배경 흐림(또는 심도)에 의한 공간 표현' 정도로 좀 더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 좋지 싶다.

 

2018/06/18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사진 그리고 한 걸음 더] - 사진과 공간감 II / 공간감은 무엇일까?

 

사진과 공간감 II / 공간감은 무엇일까?

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1년 전 즈음에 사진과 공간감에 대해 수다의 주제로 한번 다루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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