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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Personal delusions about photography

뷰파인더에서 다시 찾고 싶은 것

  2002년은 나의 기억 속에 화려하고 생기 넘치던 한 해였다. 한일 월드컵의 붉은 물결이 세상을 붉게 물들였고, 그리고 참여정부의 출범을 전후하여 노란 물결이 또 한번 세상을 화사함으로 물들였다. 졸업 후 두어 차례의 이직한 직장에서 산업의 역군이라도 된 냥, 금전과 승진의 노예가 되어 시간을 돈으로 바꾸고 있었다.  현실에 대한 성찰은 바쁜 일과에 떠밀려 있었고, 계절은 타임 워프를 하듯 봄에서 여름으로, 그리고 가을, 겨울로 달렸다. 몇 푼 되지 않는 금전과 직업적 성취라는 치졸한 세속적 욕망의 반복된 질주 속에서 한순간 이렇게 살는 것이 옳은 것일까라는 회의가 밀려왔다. 그리고 무언가 흘려버린 그 시간만의 기억으로 무언인가 남겨 두고 팠다. 그때 처음으로 카메라를 하나 장만했다.

 

  "현재의 의미있는 무엇, 그것을 사진에 담아보자! 그리고 기억해보자!  이왕이면 아름답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럽기까지 한 나의 이런 부질없는 바람은 디지털 신기술과 맞물려 나를 dslr로 이끌었다. 이왕이면 아름답게라는 소소한 바람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첫 번째 Canon의 D30은 나의 속물적인 바람에 잘 부합했다. Canon 최초의 dslr 카메라  그 색감은 아름다웠고 화사했다. 청춘의 한 면을 화사하게 남겨두기에 더없이 좋았다. 세로그립과 신형 망원렌즈로 치장된 외형 또한 제법 취미생활의 도구로서 겉멋에 적절했다. 단렌즈의 결과물 또한 만족스러웠고, 별다른 수고와 노력 없이도 화사한 사진들을 내게 남겨주었다.

 

Pentacon 2.8/29mm f 2.8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아쉬운 점도 많다. 편집된 기억의 화사함이 지금은 못내 아쉽다. 사진이 뺄셈의 미학이라지만, 자르고 편집하고 화사하게 치장하다보니 오히려 온전하지 못한 불완전의 느낌, 그리고 필름이라는 금제에서 해방된 디지털 저장매체의 풍요는 절제 없는 촬영으로 이어졌고, 사진의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스스로 지쳐갔다. 이런 허전함을 다시 메울 량으로 필름 카메라를 구했고, 나의 디지털 카메라는 장롱 속으로 사라졌다.

 

 "의미있는 사진을 찍어보자. 찍는 과정과 결과물 모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S-M-C Takumar 1.8/55mm f 2.8

 

 

 필름 카메라의 익숙한 아날로그 감성, 특히 AF가 아닌 MF가 주는 집중은 예전 사진에 대한 나름의 경건함을 일깨워 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감광 유제에 대한 지식이 없었으므로 개인 작업의 현상과 인화는 어려웠고,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력 탓에 수동 카메라와 인연은 현상소에서 결과물을 찾을 때마다 부족한 사진에 의기소침해 지기 일 수였다. 더구나 동네 필름현상소들 마저 디지털 열풍에 하나 둘 사라지고, 점점 사진은 또 다른 불만족을 남긴 채 일상에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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