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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s of the world/Fujifilm Digital camera

내가 겪어 본 X-pro1/ About X-pro1

Notice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렌즈의 광학식이나 렌즈에 대한 소소한 감상 따위가 그간 포스팅의 주요 주제였고, 정작 최신 카메라에 대한 감상은 딱히 남길 기회도 없었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항상 기술적인 부분이나 실제 사진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다고 생각하므로, 진지하게 무얼 평가하는데 주저하게 된다. 그냥 내 느낌이나 감상이 이렇다 정도에서 타협하는 것이 현재의 나로서는 최선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OVF와 수동 렌즈의 조합 사용에 대한 수다에서 X-pro1을 언급하다 보니 한번쯤 간단한 감상이라도 정리하고 넘어가야지 싶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사진이란 무엇인가의 큰 틀에서 소소하지만 한번쯤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주제란 생각도 든다.

 

사실 인기 블로거나 전문가의 정보 제공 목적이나 사용 경험을 알려 줄 목적(한편으로는 광고나 홍보의 목적도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으로 멋들어지게 작성된 포스팅을 보면 그 깔끔함과 세세함에 그리고 신제품 출시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직관적이고 빠른 체험기에 놀라움 절반과 부러움 절반을 느끼곤 한다.  나의 경우에 빗대면, 사용 소감 한 줄을 위해서는 한 달은 족히 고민하고, 요리 죠리 굴려보고 요목조목 따져 보아야 겨우 한두 가지의 감상에 대한 확신이 생길까 말까 한 탓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이렇게 느리게 감을 잡는 것은 아니다, 사실 좋고 나쁘고는 첫인상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고, 사전 정보나 기대에 대한 先입력된 정보에 대해 좌지우지 되는 경우도 많으니, 귀 얄팍하고 잘 낚이는 처지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나 사용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여튼 이러저런한 까닭에 시작하려는 X-pro1에 대한 소소한 감상문에 어떤 전문적인 정보나 스펙 따위를 정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소소한 감상을 전제로 하고 싶은 몇 가지 이야기를 떠오르는 순서대로 무작정 쫓아볼 생각이다.

 

 

이미지는 X-pro2이다. 빈티지한 외형이 멋스럽다.

 

 

 

얼마 전 "최고의 카메라 100"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일본의 어느 도서 출판부에서 발간한 책으로 선정의 객관적인 평가기준 등은 없는 듯하다) 그 책에서 이 X-pro1 카메라에 대해 서술한 부분 중 가장 눈에 띄는 서술은 "만든 이의 철학이 꽉 들어찬 네오 노스탤지어"였다. 만든 이의 철학, 이는 다른 말로 만든 사람의 고집일 수도 있고, 카메라란 이래야 한다는 신념의 표출 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네오 노스탤지어... 난 카메라로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감성과 복고의 향수에 열광하고 있는 유저로 이 평가가 무척 마음에 들었고 공감하는 바였다.

 

 디지털 카메라에선 언뜻 가전제품의 향기가 나곤 한다. 디지털 제품의 느낌은 기계식 제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80년과 90년대 세기말을 아방가르드하고 새로운 밀레니엄의 첨단 디자인 코드인 듯 유연한 곡선이 넘쳐나던 필름 카메라 바디와 렌즈 디자인은 정말 최악이었다. 있던 감성마저도 사라지게 만드는 가전제품 이미지가 어느 순간 카메라에서도 느껴지곤 했다. 누구나 집에 하나씩은 장만해서 가지고 있을 듯한 가전제품, 나에게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취미생활은 이 시점을 전후로 시들하다 못해 단절되고 사진에 대한 욕구는 그 흔한 똑딱이나 핸드폰으로도 거의 찍지 않는 처지로 전락했고, 악평하는 사람보다 무서운 무플의 경지에서 딴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디지털 가전제품으로서의 카메라에서 다시 광학기기의 '로망'에 빠져든 건 순전히 X-pro1의 고풍?스런 RF 카메라스러운 외관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 필름 카메라 시대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각진 디지털카메라의 '네오 노스탤지어'는 나를 어느샌가 다시 사진을 즐기는 삶으로 끌어들였다. 처음에는 70년대의 수동 렌즈의 세상 언저리를 배회하게 하고, 점점 50년대와 60년대 골동품을 뒤적이게 하더니, 어느 듯 30년과 40년대의 광학사에도 고개를 삐죽 내밀고 기웃거리게 만들었다. 물론 카메라 하나가 이러한 모든 일은 촉발시킨 것은 아니겠지만,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했음은 틀림없다. 때때로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호기심을 느끼고 궁금해한다. 다가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고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궁금증과 호기심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의 것들로 향하기도 한다. 지금 그것을 지독하게 겪고 있는 것 일게다.

 

사실, 대자연의 신비를 담거나 아니면 자연의 장관(스펙타클한 경치)이나 초 자연현상을 찍은 즉, 일상을 넘어서는 풍경사진, 각종 장치와 테크니컬한 연출을 통해  완성하는 사진, 작품을 표방하는 작가 사진 등에는 관심이 지금도 없다. 단지 일상의 가벼운 스냅과 평범한 인물 사진, 간혹 그 순간의 감성에 부합하는 저급 하더라도 솔직한 이미지 사진 따위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런 비전문가의 취미 수준 사진, 그런데다 사진으로 이루고 싶은 장대한 포부나 꿈도 없으며 사진에 대한 궁극적 기대치도 크지 않은 사람에겐 사진과 이에 맞다은 "감정이나 감상"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지 싶다.

 

 

 다시 X-pro1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카메라의 유별난? 특징은 역시 '하이브리드 RF 타입 뷰파인더'에 있다고 생각한다. 광학식 뷰 파인더와 전자식 뷰파인더 듀얼 방식이 모두 가능한 뷰파인더는 매우 매력적이고, 실제 수동 렌즈 이종교배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이런 기능 또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RF 스타일/타입의 광학식 뷰파인더 시스템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테다. 하지만 OVF 또한 독특한 감성을 일으키는 요소 중의 하나이고, 기술적인 부분이나 실용적인 부분에서도 매우 만족한다. 이런 지점에서 "만든 이의 철학"이 물씬 묻어나고 있는 듯하다. (RF 타입이라고 칭한 이유는 거리계 연동식 초점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이중상 합치로 대표되는 초점 방식이 아님을 유념해 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X-pro1, 이 카메라의 매력은 필름 모드와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이미지 처리 프로세스의 색감이라 생각한다. 이미 많은 이들로부터 후지 필름의 이미지 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싱에 의한 특유의 색감은 이전부터 평이 좋았고 꽤 유명했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그냥 좋나보다는 정도였고 무언가를 선택할 때 하나의 옵션 정도에만 그쳤다. 그 기술적 방식이야 어떻든 간에 후지의 색감은 아쉬운 부분(APS-C 규격의 센서?)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 색감 덕분에 후보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고, 사후의 정리 귀찮음이 격감했다. 그리고 촬영 시에 후보정을 염두에 두지 않으므로 한번 더 고민하게 하는 진지하고 신중한 촬영 자세를 유도하는 호작용도 한다.

 

사진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이야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애초 이 글의 의도와도 맞지 않을 듯하다. 인생에서도 그러하 듯이 취미 생활에서도 특별한 변곡점이 여러 번 있게 되는데 나의 경우에는 그중의 한순간이 X-pro1이 아닌가 싶다.

 

일천한 지식 탓에 이야기 꺼리도 금방 동이 날 지경이다. 칭찬도 과하면 흉이 될 테니 적당한 선에서 '감상기'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사진이란 우리에게 무엇일까"의 잡념에 이어지는 자질 구래 한 수다를 이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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